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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두의 축제세상> 송어와 숭어
2016-01-05 10:51:55최종 업데이트 : 2016-01-05 10:51:55 작성자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한번 몸에 배면 좀처럼 버리기 힘들다. 습관이란 이처럼 집요하다.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은 성격을 낳고, 성격은 운명을 낳는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 송어도 그 한 사례다. 아마 일부 독자들은 이 음악 명칭을 송어가 아닌 숭어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학창시절에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는 슈베르트의 <송어>가 아닌 슈베르트의 <숭어>라고 가르쳤다.

슈베르트의 곡을 숭어가 아닌 송어로 바꾼 것은 극히 최근이다. 2010년 3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인 숭어를 송어로 고치기로 했다며 2011년 중·고교 음악교과서부터 전면 수정해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숭어가 갑자기 송어로 달라진 이유는 뭘까? 일제시대 때부터 수십 년 동안 건재하던 숭어가 어떤 연유로 송어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을까? 그 배경과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임형두의 축제세상> 송어와 숭어_1
송어

알다시피 프란츠 슈베르트는 19세기 오스트리아 작곡가다. 그는 1817년 낭만주의 시인인 크리스티안 슈바르트의 시에 곡을 붙여 감성 깊은 가곡을 탄생시켰다. 그의 나이 당시 스무 살. 청춘기의 무한한 정감이 느껴지는 명곡이 아닐 수 없다.

오스트리아는 바다와 거리가 먼 유럽의 내륙국이다. 그리고 이 곡의 가사는 "거울같이 맑은 강물에 송어가 뛰노네. 나그네 길 멈추고 언덕에 앉아 그 송어를 바라보네"라며 강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원곡의 독일어 제목은 Forelle. 즉 송어다. 이 곡의 영어 제목 역시 송어라는 뜻인 Trout로 붙여졌다. 송어는 강에서 주로 서식하는 민물어종인 반면, 숭어는 바다를 터전삼아 살아가는 해수어종이다. 물론 생김새도 다르다. 그 한자어인 松魚와 崇魚만큼 거리가 먼 별종이라고 하겠다.

슈베르트의 곡에서 송어를 숭어로 잘못 번역한 장본인은 일본인들이었다. 민물고기보다 바닷고기에 더 익숙해서였는지 이들은 숭어라고 오역을 해 교과서 등의 책에 실었다.

일제강점기에 숭어로 표기돼 들어온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곡은 해방 이후에도 여전히 그렇게 통용됐다. 한번 바담 풍(風)으로 굳어지면 바람 풍(風)으로 고쳐지기가 무척 어려운 일. 다시 말하건대 습관이란 그만큼 집요하다.

이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왔으나 그때마다 무시되다가 2007년이 돼서야 정부의 주목을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그해 교과서 편수자료에서 숭어를 송어로 바로잡도록 했다. 하지만 6개 출판사는 이를 간과해 여전히 숭어로 잘못 표기했고, 교과서 검정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마저 이를 놓쳤다. 그리고 교과서의 표기 변경이 완전히 이뤄지기까지는 다시 4년을 더 기다리야 했다.

때는 바야흐로 송어의 계절이다. 강원도를 중심으로 송어를 내건 겨울축제들이 동시다발로 열리고 있다. 평창송어축제가 구랍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지고, 파주송어축제와 포천송어축제도 지난 1일부터 내달 10일까지 개최된다.

축제 이름에 송어를 내걸진 않았으나 송어 낚시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한 축제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홍천강 꽁꽁축제(1~17일)와 가평 자라섬 씽씽겨울축제(1~31일),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8~17일) 등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축제는 따뜻한 겨울날씨 여파로 개최를 눈앞에 두고 전격 취소됐다.

한편, 지난달 11일부터 사흘간 전북 부안의 부안상설시장에서는 부안 설(雪)숭어축제가 열린 바 있다. 물론 이 축제의 숭어는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들이었다.

겨울철을 맞아 송어와 숭어에 얽힌 이야기도 참고해가며 축제를 즐긴다면 또 하나의 기쁨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어폰 등을 이용해 슈베르트의 명곡까지 감상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임형두의 축제세상> 송어와 숭어_1
숭어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05 10: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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