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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카여, '진짜사나이' 되어 돌아오라!
2013-09-12 13:01:44최종 업데이트 : 2013-09-12 13:01: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나의 사랑하는 조카 정철아, 화요일에 입소했으니 벌써 이틀이 지나갔구나. 
시간 정말 빨리 지나간다. 안에 있는 너야, 자유분방한 생활을 20여년 하다가 이제는 절제와 규칙이 요구되는 군대(軍隊)훈련에 시간이 더디다고 생각되겠지만 어쩌랴. 대한민국 건강한 사나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국방의 의무인 것을. 

내 조카여, '진짜사나이' 되어 돌아오라!_1
내 조카여, '진짜사나이' 되어 돌아오라!_1

너의 엄마는 너를 보낸 후 꾹꾹 누르며 참았던 울음을 기어이 터트리고 말았단다. 행여나 네 앞에서 울어버리면 단 하나뿐인 아들이 군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애써 울음을 참았다고 하더구나. 열병식 때 너의 엄마 얼굴 봤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던 너의 동료들 사이로 너를 찾기 위해 까치발을 하고선 두리번거리더니만, 급기야는 의자 위로 올라가더구나. 그 모습에 내 마음도 짠했다.

시간이 흘러 군입대 장정들은 연병장에서 퇴장해버리고 운동장에 모여 있던 가족과 친구들, 친지들이 귀가하는 데도 한동안 미동도 없이 서있더라. 너의 군 생활에 대한 걱정이, 대책 없이 들어 닥치는 밀물처럼 눈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화교(華僑)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해서 잘 지내는 줄만 알았는데.... 컴퓨터 게임중독에 빠졌다는 이야기에 이어 기어이 자퇴했다는 소리를 전해들은 날 고모는, 그야말로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단다. 정철아 그거 아니? 고모가 너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는 것을. 

내 조카여, '진짜사나이' 되어 돌아오라!_2
할머니와 함께 한 조카

돈 한 푼 없이 혼인식을 치룬 나는 당시 맞벌이를 해야만 했다. 그런 나의 처지를 잘 알고 있던 올케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흔쾌히 내 아이를 맡아 주었다. 첫째에 이어 둘째를 갓난아이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건강하게 잘 키워주셨다. 그런데 너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애정이 분산되어 그렇게 된 것인가'라는. 그런 생각에 미치자 고모는 한없이 너와 올케에게 미안했다. 진심이다.

그런데 자퇴한지 얼마 되지 않아 중학교 검정고시를 본 후 정규 고등학교에 들어가겠다는 너의 희망찬 의지에 정말 기뻤다. 그리고 감사했다. 
3년 후 식구들의 바람대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던 날 고모는 그날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울고 싶더라. 지금도 졸업식장이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다. 그날의 졸업사진은 고모의 사진첩에 소중하게 담겨져 있다.

그리고 바로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는 너를 상상했었는데. 넌 대합입학시험을 아예 보지 않았더구나. 
'대학은 좀 더 생각해 본 연후에 들어가도 늦지 않는다!'는 야무진 너의 각오에 위로는 되었다만 솔직히 말한다면 많이 속상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구실(?)하려면 4년제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것이 그간의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니 아무 대학이라도 들어가 사고의 틀이 바뀌기를 희망했었는데 너의 뜻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을 다독거렸지만 그래도 많이 아쉽더라.

나의 피붙이만큼이나 사랑하는 정철아! 
입대하는 날 너의 안색을 살펴보니 아직까지 컴퓨터 가상 세계에서 사는 듯 피곤해 보이더구나. 그러니 21개월 군대생활을 계기로 일상의 틀이 확고히 잡혔으면 한다. 제대하는 날 튼실한 몸과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너의 얼굴과 마주했으면 한다. 
이제 인생 2막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란다. 세상일 가운데 늦은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러니 느리더라도 정석의 길로 들어섰으면 한다.

너를 보내고 너의 엄마와 함께 가족들은 식당으로 들어섰다. 하나뿐인 아들을 군대에 보냈으니 얼마나 허전할까 싶어 위로주라도 한잔 사주기 위해서였다. 엄마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잘 먹지도 못하더구나. 그리곤 한마디 하곤 또다시 울음을 터트렸단다. 
"매일 곁에 있던 놈이 없으니 허전하네요! 그래도 대한민국 진짜 사나이가 되려면 군대에 갔다 와야지요. 건강하게 잘 보내고 왔으면 해요."라면서.

내 조카여, '진짜사나이' 되어 돌아오라!_3
내 조카여, '진짜사나이' 되어 돌아오라!_3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갔다오는 것이 마땅하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막상 나의 자식이 가면 슬퍼지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너도 들어서 알 것이다. 그날 운동장 펜스너머 수많은 사람들이 잘 지내고 전역하기를 염원하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정철아! 
첫째도 둘째도 '군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야 21개월을 보람있게 지낼 수 있단다. 신산한 일이 너의 앞을 막을지라도 헤쳐 나가야 한다. 이제부터 인생 시작이라는 신념으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면 금방 세월은 흐르는 법이다. 제대하는 날 진짜 사나이가 되어 고모랑 만나자. 그리고 엄마에게 편지 자주 쓰거라.  쓸쓸할 테니. 또 다시 쓰마.
나의 사랑하는 조카 정철이에게 고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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