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엄마표 간식과 옥수수밥
이야기가 있는 간식풍경
2010-01-11 11:19:37최종 업데이트 : 2010-01-11 11:19:37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주말이 가까워지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다행이 금요일에 아파트장이 열려서 힘들지 않게 장을 볼 수 있지만 이른 저녁부터 식사준비며 주말에 먹을거리 준비에 바빠진다. 식사준비도 준비지만 간식거리가 더 만만치 않다. 입이 짧지 않은 아이들임에도 각자 선호하는 간식이 달라서 남편을 비롯한 두 아들의 구미에 맞게 해 주려면 어느 정도 협상이 들어가야 한다. 
미리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메모하라는 공지와 함께 "지난주에는 만두 구워 먹었으니 오늘은 떡볶이 먹는 것으로  하자" 식으로 협상을 해야 장보기도 편하고 계획을 세 울 수 있다. 

엄마표 간식과 옥수수밥 _1
엄마표 간식과 옥수수밥 _1

엄마표 간식과 옥수수밥 _2
엄마표 간식과 옥수수밥 _2

요즘은 가정에서 요리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먹을거리를 밖에서도 즐길 수가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먹던 버릇 때문에 밖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 따끈한 붕어빵이며 그 흔한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하나 먹지 않는다. 예전엔 엄마가 해 주는 간식만 잘 먹어서 만들어 주는 기쁨으로 예쁘고 고마웠는데 요즘은 조금 버거운 생각이 든다. 
친정 엄마는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집에서 놀면서 그것도 못해주면 그게 에미냐?" 하셨다. 아직도 외식하는 것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 분이기도 하다. 

농사철에 비해서 한가한 겨울에는 시골이었지만 엄마 나름대로 별식을 자주 해 주셨다. 가을에 추수해서 지붕 밑에 묶어 말려 두었던 옥수수를 내려다 한참을 불려서 무쇠 솥에 덩굴강낭콩과 단것을 첨가하여 푸욱 끓이면 달콤하고 고소한 옥수수밥이 되었다. 찰기가 많아서 치즈처럼 주욱쭉 끈기가 많은 찰옥수수 밥은 별식으로 가족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먹다 남은 것은 긴긴 겨울밤 간식으로도 제격이었다. 
양푼에 숟가락을 여러 개 꽃아 놓고 별 반찬 없이도 밥 할 때 스르륵 스르륵 뿌린 소금이 적당한 간이 배어 입에 맞았고 밥 속에 뛰엄뛰엄 박혀있는 알밤도 찾아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봉으로 넉넉한 양도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바닥에 끈기까지 달달 긁어 먹어도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가게도 멀고 눈이 무릎까지 덮인 날에는 마실 다니기도 쉽지 않아서 겨우내 튀밥을 광에다 쟁여 놓고 먹었다. 튀밥을 튀기는 아저씨가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누구네 할 것 없이 옥수수나 쌀을 한 되 두 되 많게는 명절에 오는 아들 손자에게 줄 튀밥까지 튀기는 집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마을 전체가 달콤한 향과 뻥뻥거리는 뻥튀기 기계 소리가 진동을 하고  옆에서 귀를 막고 뿌연 김을 내뿜으면서 날아다니는 튀밥을 주워 먹기에 바빴다. 집집마다 한 자루씩 둘러메고 집으로 향하는 부모님을 뒤를 졸졸 따라가는 발걸음은 어느 때 보다도 가벼웠다. 
쌀을 튀긴 것은 조청에 재여 과질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튀밥을 매일 먹는 것은 아니었다. 튀긴 며칠은 마음껏 먹었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할머니께서는 광에다 두고  가끔씩 주셨다. 그리고 방학 한 외손자나 도회지 생활을 하는 친척이나 마실 나온 어른들에게는 틀림없이 주전부리로 큰 바가지에 튀밥을 내 오셨다. 

엄마표 간식과 옥수수밥 _3
엄마표 간식과 옥수수밥 _3

가을에 감을 납작납작 하게 썰어서 말린 것도 겨울 간식으론 최고였다. 요즘이야 감말랭이라하여 네쪽으로 내 기계로 말려서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시골에선 대부분 납작 납작 하게 썰어서 가을걷이가 끝 날 때부터 햇빛 좋은 날 발에다 말렸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짬이 날 때마다 뒤집어주어야 하고 잘 건조 시킨 것도 보관을 잘못하면 곰팡이가 일어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풍을 잘 해 주면 서리가 내릴 즘에는 하얗게 분이 나는데 설탕보다 더 달콤했다. 함께 말렸던 곶감은 제사에 쓰고 노골노골 해진 껍질을 감말랭이와 함께 먹기가  참 좋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의 엄마들은 간식 하나에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다했다. 정성과 사랑이란 조미료를 듬뿍 들어 있다. 
요즘처럼 빨리빨리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트에 가면 제철 과일이 무색할 정도로 사계절의 음식들이 산같이 쌓여 있고 아무리 조리 방법이 복잡하고 힘든 것이라도 반조리가 다 되어 있는 인스탄트 간식은 천지에 널려 있다. 원재료를 준비하여 다듬고, 끓이고, 조리고 하는 과정이 다 생략되어 있다. 
현대의 엄마들이 해 주는 간식에 사랑과 정성도 또한 생략되어 있지는 않겠지. 사회가 급변하면서 간식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에 새삼 놀란다. 편리해진 생활에도 좀 더 편리하고자 하는 게으른 마음이 가족들에게 미안해지는 오늘이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