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 <남겨진, 남겨질> 열려
농업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삶의 일부분으로 소중한 가치임을 알 수 있다
2024-01-30 11:47:17최종 업데이트 : 2024-01-30 13:34:38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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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남겨진, 남겨질>이 열리고 있는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수원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하여 기획전시 <남겨진, 남겨질>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불리한 자연환경 속에서 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이다. 농사짓기에 어려웠던 척박한 땅과 가뭄과 바람 등의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농사를 위한 농기구 개발, 인공 시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시켜 온 농업 시스템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농업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다양한 농업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다.
1. 도전의 시작 우리 선조들은 생존을 위해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농업을 지속하려는 도전을 시작했다. 바위와 돌이 많은 척박한 땅, 가뭄으로 말라 죽는 농작물, 거센 바람으로 농작물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비, 환경에 맞춰 농기구를 개발하고 수리시설 축조하며 돌담을 쌓는 등의 노력으로 농업을 지속해 왔다. 농사짓는 데 필요한 각종 농기구 지게는 쟁기 같은 큰 농기구나 수확한 작물 등을 다량으로 옮길 때 사용한다. 남태는 씨를 뿌리고 덮은 흙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다져주는 도구다. 호미는 제주도에서는 '골갱이'라 부르며 밭에 나는 잡초를 제거하는 데 사용하고 자갈이 많은 곳에 쓰임이 많다. 육지의 호미보다 날이 좁고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2. 땅, 물, 바람 그리고 사람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농경지'다. 선조들은 물이 부족한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저수지와 같은 수리시설을 축조하여 가뭄에 대비했다. 삼국시대에는 제방 쌓는 것을 농업의 지표로 중시했고 고려시대에는 제방을 축조하여 농지 개간에 주력하여 농업 진흥에 힘을 썼다. 조선시대에는 모내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물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수리시설과 제방을 관리하는 제언사를 설치하고 수리시설 구축 규정에 관한 문서를 남기며 농사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했다.
경상북도 의성은 우리나라에서 강우량이 가장 적은 지역이다. 가뭄이 심한 지역이라 농사짓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의성에 터를 잡고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이 고이는 곳곳마다 둑을 쌓아 못을 만들었고 그 결과 금성산 일대의 금성면, 시읍면, 춘산면, 사곡면에는 크고 작은 못 1,490개가 축조되었다. 현재도 수리 공동 조직을 운영하며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안정적인 농업 기반을 이어가고 있다. 의성군 주민들은 저수지를 만들어 가뭄을 극복했다 제언사 관문 조정에서 지방에 내려보낸 제언사관문
의성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수세기 동안 농경 활동으로 형성되어 진화해 보전하고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 농업 시스템과 그 산물을 가리켜 '국가중요농업유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중요농업유산은 2013년부터 국가에서 지정하기 시작하여 현재 제18호까지 이어졌으며 그중에는 땅, 물, 바람의 조건을 이겨 내고 농사를 지속 가능케 한 유산들이 있다. 의성군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서 땅, 청산도 척박한 땅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곳은 전라남도 청산도다. 청산도는 섬이라 사질토(沙質土)가 주를 이루고 깊히가 얕아 물 빠짐이 심해 농사짓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마을에서 가까운 구릉지의 경사면을 개간하고 여기서 나온 돌을 바닥에 깔고 흙을 덮어 물빠짐을 방지하는 등 계단식 형태의 '구들장논'을 만들어 농사를 유지해 왔다. 논바닥에 돌을 깔고 흙을 덮고 계단식 형태의 구들장 논을 만드는 모습 주민들이 일구어낸 계단식 형태의 구들장논 돌, 바람 제주도는 180만 년 전 해저 화산폭발로 용암이 굳어져 생긴 화산 섬이다.
돌담을 쌓으려면 용도에 맞게 돌을 다루는 돌챙이 기구가 필요했다. 홍의백(1942년생) 돌챙이가 밭담, 산담 등 돌담을 쌓으며 사용한 도구들이다. 지렛대, 망치, 석공 망치, 정, 쐐기 등을 사용했다. 돌을 깨고 다듬는 데 사용하는 돌챙이 각종 도구들 바람을 막기 위해 돌담을 쌓고 밭농사를 짓는다 제주도는 예부터 삼무도(三無島) 또는 삼다도(三多島)로 불리기도 했다. 3가지가 없고 3가지가 많다는 의미다.
밭농사만으로 생계 유지가 어렵다 보니 남자들은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들만 남게 되고 여자들도 생계를 위해 바닷속 물질에 나서게 됐다. 바다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해서 해녀(海女)라고 했다. 이렇듯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고도 했다.
제주도는 묘를 산에 쓰지 않고 밭에 묘소를 쓴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자식이 혼인을 하면 가난한 살림에 새 식구가 늘다 보니 입을 덜기 위해 제금을 냈다. 각자 어려운 삶을 살다 보니 부모를 돌보지 못해 돌아가신 후에야 효도하는 마음으로 일터인 밭에 묘를 쓰고 돌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묘에도 돌담을 빙 둘러 쌓았다. 이는 조랑말들이 풀을 뜯으며 묘를 뭉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3. 특별 영상관 척박한 땅을 극복한 청산도의 구들장논, 부족한 물을 확보한 의성의 전통 수리농업, 거센 바람에 돌담을 쌓아 이겨낸 제주도의 밭담농업 등을 대형 영상으로 농사짓는 모습, 풀벌레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담은 영상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밭에 씨앗을 심는 농부 '남겨질' 이야기 과거로부터 이어온 농업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에 '남겨질 농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과제를 풀어가야 할 시간을 갖게 됐다. 1차 산업으로만 생각했던 농업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볼 수 있게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농업이라는 주제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전시다. 우리 농업에 '남겨진' 이야기를 살펴보고 앞으로 '남겨질' 근대 농업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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