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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손바닥정원 가족봉사단 "정원 가꾸고 자원봉사 시간까지 받자"
수원시자원봉사센터, 가족 맞춤형 자원봉사 활성화 위해 손바닥정원 관리 활동 운영
2024-06-12 15:09:23최종 업데이트 : 2024-06-21 10:13:3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성희
가정집 현관문 앞에 나란히 놓아둔 예쁜 화분들

가정집 현관문 앞에 나란히 놓아둔 예쁜 화분들


"오늘은 어디로 가지?"

매일 똑같은 동네에서 똑같은 고민을 한다. 어디로 갈지는 내 맘이다. 동네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아기자기한 꽃들로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동네주민들이 집을 잘 꾸며 놓았다. 이런 정성이 쉽지 않은데, 별 특색 없는 집들 사이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화단도 아주 잘 가꾸어 놓았다.


나란히 놓여있는 화분 속 예쁘게 핀 수국나란히 놓여있는 화분 속 예쁘게 핀 수국
가정집 주변을 둘러 쌓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화분들주택 주변을 둘러 쌓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화분들


동네를 관찰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어디에 무슨 화단이 있는지 빠삭해졌다. 빨간 벽돌을 쓴 것을 보니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것 같다. 길모퉁이 공간에 심겨 있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정에서 문 앞에 내놓은 화분들이다. 화분이 놓여 있는 형태도 다양하다. 문 앞에 일렬로 나란히 놓아둔 것도 있지만, 창문, 담벼락을 이용해 높낮이를 다르게 해서 마치 전시 작품을 보는 듯하다.
 

아이와 함께 이비인후과에 갈 때마다 차를 주차하는 공간이 있다. 나는 이곳 동네 뒷길을 아주 좋아한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길목이 있다. 반지하 다세대주택인데, 이 곳에 보면 작은 수목원을 만난 기분이다. 아기자기한 꽃들로 불편했던 기분도 금세 좋아진다. 시들시들한 꽃은 하나도 없다. 다들 완벽히 케어 받은 상태다. 매일 꼼꼼히 관리하지 않으면 이런 상태는 절대 될 수 없다. 
 
구운동 골목길 윤경일씨 집 베란다에 예쁘게 피어난 꽃과 화초들

구운동 골목길 윤경일 씨의 집 베란다에 예쁘게 피어난 꽃과 화초들

구운동 마을정원으로 지정된 윤경일씨 집 베란다와 건물 통로

구운동 마을정원으로 지정된 윤경일 씨의 집 베란다와 건물 통로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정원가꾸기를 시작했다는 윤경일씨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정원가꾸기를 시작했다는 윤경일 씨


기사 취재를 위해 용기내어 문을 두드리고, 사진촬영 동의를 구했다. 예쁜 화단의 주인은 바로 윤경일 (71)씨다. 윤 씨는 "갑자기 시력이 나빠져 시각장애가 생기고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때 시작한 정원 가꾸기를 통해 마음이 많이 회복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구운동 행정복지센터가 '구운동 마을정원 팻말'도 달아주었다."라고 자랑한다.

오르막길을 올라 가본다. 이 곳에는 5층짜리 나지막한 빌라들이 여러 동 있다. 권선구 탑동은 빌라로 빼곡히 차 있다. 예전에는 주택이 많았던 곳인데 점차 다세대와 빌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OO빌, OO맨션, OO하우스, OO빌리지, OO빌라, OO주택, OO파크맨션 ..... 빌라촌은 삭막하다. 빌라 입구에 심어진 나무는 십중팔구 말라 죽어 있고, 그게 아니면 모가지가 싹둑 가지치기 되어 있기 일쑤다. 간신히 살아남아 있는 나무 밑에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좁은 골목에는 배달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고 집 앞마다 먹다 남긴 배달 용기며 부서진 가구 같은 쓰레기가 대충 버려져 있다.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언덕 위 화단과 꽃이 있는 하얀 집

언덕 위 화단과 꽃이 있는 하얀 집


하지만, 하얀 집 화단이 있어 이 길을 지날 용기가 난다. 누군가가 뱉은 가래침과 반쯤 남은 채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 찢어진 과자봉지와 그걸 먹겠다고 달려드는 새까만 고양이를 볼 때 나는 이 화단을 생각한다. "조금만 더 가면 하얀  집 화단 나오니까 참고 가자." 그리고 하얀 집 화단에 도착하면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마치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시달리다 휴게소에 들른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군가가 온 정성을 다해 만들어놓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공짜로 눈에 담고, 마음에 채우고 다시 출발한다.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내 바로 옆으로 스쳐 가도 오늘은 화내지 않을 수 있다. 

'정원'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쉼과 여유를 선물하는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요즘처럼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시대에 정원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수원시는 지난 4월 가족봉사단을 모집했다. '우리동네 손바닥정원 가족봉사활동'은 가족봉사단이 손바닥정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한편 잡초 뽑기, 물 주기, 정원 주변 쓰레기 줍기 등 활동을 한다. 활동 기간은 5월부터 11월까지다.

특히 타임스탬프 애플리케이션으로 활동 시작, 중간, 끝 사진을 각 1장 이상 촬영해 활동 내용을 수원시 자원봉사센터 홈페이지에 인증하면 봉사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 주에 최대 1회, 회당 최대 2시간 활동을 인정받는다. 

'우리동네 손바닥정원 가족봉사활동' 신청결과 확인 후, 매칭된 정원 및 활동사항을 문자를 통해 안내해주었다.

'우리동네 손바닥정원 가족봉사활동' 신청결과 확인 후, 매칭된 정원 및 활동사항을 문자를 통해 안내해주었다.


문자를 통해 내가 관리해야 할 정원을 살펴보았다.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서둔팜팜'이라는 정원이다. 동네에 있어 길에 오며 가며 지나가보긴 했지만, 이런 곳이 있는지는 손바닥 정원 매칭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자세히 보았다. 

문자에 안내받은 대로, 우리동네 손바닥정원 관리를 시작하면 된다. 정원 관리도구는 구청에서 대여가 가능하다고 해서, 유선으로 사전예약 신청 후, 방문하여 우선 마대와 앞치마, 모종삽을 각각 2개씩 대여했다.

정원 관리 도구는 수원시 내 구청에서 사전예약 신청시 대여가 가능하다.

정원 관리 도구는 수원시 내 구청에서 사전예약 신청시 대여가 가능하다.


"서둔팜팜" 정원에는 이미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었다. 빼곡하게 심어진 코스모스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이 보였다. 간간히 생수병, 담배꽁초, 양파껍질, 바나나껍질들도 보였다.

내가 할 일은 단순하다. 매일 해도 티가 안 나는 잡초 뽑기를 하고, 물 주는 일의 반복이다. 구청에서 대여한 마대자루에 잡초와 쓰레기들을 담았다. 잡초가 뿌리 채 뽑힐 때는 약간의 희열이 있다. 힘들어도 재미있다. 

코스모스 줄기 사이로 보이는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코스모스 줄기 사이로 보이는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주말 오후, 배정 받은 손바닥정원에서 아이와 아빠가 함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주말 오후, 배정 받은 손바닥정원에서 아이와 아빠가 함께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는데, 벌써 한여름인지 머리와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오늘부터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게 될 것 같다. 물도 주고, 잡초도 뽑으며, 자라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새삼 행복해질 것 같다. 내가 동네를 거닐다 발견한 화단을 통해 좋은 감정을 가졌듯이, 내가 배정받은 '서둔팜팜' 정원을 통해 또 다른 이에게 좋은 감정을 전달해주고 싶다. 

잡초와 주변 쓰레기를 줍고, 정돈한 정원의 모습

잡초와 주변 쓰레기를 줍고, 정돈한 정원의 모습


도시의 빈 공간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마을공터, 자투리땅, 공동주택 단지 사이 관리가 모호한 공간 등 도심 곳곳에 작은 공간이 숨어 있다. 이런 공간을 찾아 시민들이 직접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며 5분마다 작은 정원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손바닥 정원의 핵심이다.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에서 가족봉사 활성화를 위해 동네 작은 정원관리와 자원봉사 시간 연계해 운영한다.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에서 가족봉사 활성화를 위해 동네 작은 정원관리와 자원봉사 시간 연계해 운영한다.


수원시는 시민 주도로 도시 곳곳에 함께 만드는 '열린 정원'을 조성하는 손바닥 정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을 공터, 자투리땅, 유휴지 등 시민 공동체가 꽃과 나무 등을 심어 정원을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 저널인 Psychology Today의 영국작가인 사라 레이너(Sarah Rayner)의 글에 따르면, 정원가꾸기, 가드닝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외로움을 건강하게 풀어낼 수 있다고 한다.
     
정원 가꾸기의 효능을 깨달아도 당장 정원을 가꾸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큰 일을 갑자기 하려고 하면 힘들듯이 비교적 손이 적게 가는 손바닥정원 가꾸기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지치고 다친 당신의 마음에도 다시 봄이 오고, 푸르른 싹이 돋아나길 바란다.

['우리동네 손바닥정원' 신청 안내]
○활동기간: 2024년 5월 ~ 11월 
○모집기간: 상시 모집  (※인원 모집 완료시 마감) 
○모집대상: 수원시에 거주 중인 30가족 
○활동내용: 손바닥 정원 관리 활동 및 환경 정화 활동 
○진행절차
신청서 제출→ 신청서에 작성한 거주지역 인근 손바닥정원 개별 매칭→ 손바닥 정원 관리 및 환경 정화 활동 진행 (★풀 뽑기, 물 주기, 정원 주변 쓰레기 줍기 등)→ 활동 시간 및 내용(사진)을 착한 공터 내 캠페인에 인증(★타임스탬프 앱으로 활동 시작, 중간, 끝 사진 각 1장 이상 촬영)
○참여혜택: 캠페인 인증 시, 시간인증 봉사실적 인정 가능 (★주 최대 1회, 회당 최대 2시간 활동 인정 가능)
○문의사항: 영통분소 윤태임 주임 (☎ 070-4361-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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