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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길 갤러리에서 열리는 ’몽화재천(夢화在天)‘ 전시회
2024-05-30 09:28:04최종 업데이트 : 2024-05-31 11:11:12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행궁길 갤러리

행궁길 갤러리


행궁길을 걷다가 행궁길 갤러리에 시선이 멈췄다. 한쪽 벽면에 걸린 큰 그림이 눈길을 이끌어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안견의 '몽유도원도'였다. 1447년 안평대군이 꿈꾼 무릉도원을 안견에게 설명해 비단에 수묵담채로 3일 만에 완성한 그림이 몽유도원도이다.

전시된 작품은 원작보다 훨씬 크게 병풍처럼 그려 시원했다. 이번 전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오마주해 '운강 몽유도원도'라는 작품으로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 그림은 안견의 몽유도원도 원작과 양재천 작가의 스승인 송규태의 확장본 10폭 병풍을 참고했다. 순지에 청먹 수묵으로 그리고 오리나무 열매, 밤 껍질을 삶아 얻어낸 염료로 바탕에 깊은 톤을 주고 난 후에 연홍분채와 연백으로 복숭아꽃이 활짝 핀 무릉도원을 표현했다. 보통의 그림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그림은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구도이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오마주한 '운강 몽유도원도'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오마주한 '운강 몽유도원도'

 
작가는 "그림에서 아름다움만 찾아보려 하지 말고 메시지를 읽어보세요. 그림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입니다. 보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이 무의식에게 보내는 의미 있는 메시지입니다."라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말했다.

'自愛此行如讀畫(자애차행여독화)'라는 추사 김정희의 시 구절이 있다. '그림을 읽는 듯한 이 걸음이 대견하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독화',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그림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책을 읽듯 꼼꼼하게 감상하라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 특히 옛 그림을 감상할 때 글씨를 읽듯 소재의 의미까지 파악하며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듣고 작품화 한 '춘몽'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듣고 작품화 한 '춘몽'


이번 전시회의 작품들은 민화의 주제와 재료를 확장하고, 표현기법을 현대화 하는 작업에 주력했다고 한다. '운강-몽유도원도', '몽유도', '몽향', 몽유' 연작, 궁중장식화 창덕궁 대조전 '봉황도'를 재해석한 '벽오동 심은 뜻은', 부모은중경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4폭 '어버이 날 낳으시고', 봄의 제전을 모티브한 '춘몽1, 2' 등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어버이 날 낳으시고'

어버이 날 낳으시고


'춘몽1, 2'는 매화꽃이 곱게 피고 그 향기에 이끌려 새가 날아든 것 같은 아름다운 화조도이다. 작가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란 음악을 듣고 사랑스러운 조화와 평화를 노래하듯 구상한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전통적인 수묵 기법으로 원형 한지에 홍매화와 백매화를 그렸고 매화 향기에 취해 날아든 한 쌍의 새는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했다. 현대화된 수묵화 그림으로 봄의 화사함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벽오동 심은 뜻은

벽오동 심은 뜻은

 


'어버이 날 낳으시고'는 부모은중경을 모티브로 '부모'라는 한글과 한자를 구성적으로 조형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장지에 동양화와 서양화 재료로 '마티에르 효과(재료를 반복해서 사용해 나타나는 재질감이나 심미감 등의 효과)'를 낸 후 채색하여 민화를 현대적 표현으로 확장했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어버이가 낳으시고 기르시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순지에 채색하고 3폭으로 표현한 '벽오동 심은 뜻은'이란 작품은 창덕궁 대조전 동벽 부벽화인 '동하군봉도'의 우측 부분을 기본으로 원래 그림에는 없는 한 마리의 봉황을 더 그려 전체적인 구도의 균형을 잡았고, 백녹의 석채로 태점을 찍어 궁중화의 화려함을 더했다.

양재천 작가

양재천 작가

 
'몽향 23-2'은 2015년 아이폰 6에 브랜드 아이콘으로 등장한 베타피쉬 중 지느러미가 크고 화려한 하프문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만 그렇게 고고한 몸짓을 보이려면 그 내면에 얼마나 많은 고단함을 숨기고 살아갈까. 그림 속에 문이 보이고 문 뒤에 무릉도원이 보인다.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무릉도원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우리 가슴 속에 이런 이상향 하나쯤 품고 산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
몽향

몽향


양재천 작가는 "저는 꿈을 화폭에 담고 있는데 꿈은 무의식이 보내는 의미 있는 메시지입니다. 보통 꿈은 무의식적 욕구의 분출이라고 하는데 나르시시즘적 욕구, 소원 충족, 자존적 자아 성찰적 욕구 등, 작가에게 있어 꿈은 성찰과 창조의 근원입니다. 미의식을 만들거나 찾기보다는 스스로 존재에 대한 의미를 물어가는 즐거운 과정 혹은 각성의 시간입니다."라며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행궁길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6월 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된 그림을 천천히 읽다 보면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소리가 들린다. 힘들고 지친 삶의 위안이 된다. 행궁길을 지나는 길에 좋은 전시회를 놓치지 말기를.


[전시 '몽화재천(夢화在天)'] 

○ 기간: 5.28.(화) - 6.3.(월)
○ 장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행궁로 18, 1층 
○ 관람: 9시 - 18시,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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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 행궁길 갤러리, 몽화재천, 양재천,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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