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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학교 교명, 한글로 바뀌다
한글 간판 만들기 사업, 인문학 도시 수원의 길 찾기
2023-10-04 16:54:44최종 업데이트 : 2023-10-04 16:54:4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대평고등학교 건물 중앙에 교명을 한글로 바꿨다.

대평고등학교 건물 중앙에 교명을 한글로 바꿨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날만 되면 외국어 간판이 넘친다고 걱정하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다. 그래도 나아진 것이 있다. 수원시 고등학교에 한자 교명이 없어졌다. 그 현장을 돌아본다.

  장안구 정자동은 온통 논이었다.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성하고 만석거와 국영농장을 만들었다. 그 농장이 대유평이다. 정자동 논은 그중 일부였다. 시대 변화로 이곳에 대규모 택지가 조성됐고 정자지구를 형성했다. 그때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학교도 지어졌다. 대평고등학교, 동신초등학교, 대평중학교가 아파트 한복판에 있는 이유다. 학교가 아파트 옆에 있어 아이들이 등하굣길을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여러모로 편리하고 안전하다. 

  그런데 대평고등학교는 이마에 학교 이름을 한자로 달고 있었다. 고등학교는 큰 건물이어서 주변에서도 도드라지게 보인다. 대평고등학교는 2002년 개교했다. 따라서 한자 이름을 거의 20년을 넘게 달고 있었다. 다행히 올해 한자 이름을 철거하고 한글 이름으로 바꿨다.

천천고등학교 건물 외벽에 한글로 바꾼 교명이 보인다.

천천고등학교 건물 외벽에 한글로 바꾼 교명이 보인다.


  장안구 천천동도 마찬가지다. 천천초등학교, 천천중학교, 천천고등학교가 아파트 숲 사이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다. 고층 아파트 사이에 적당히 높은 학교는 풍경을 부드럽게 한다. 학교가 몰려 있어 주변이 소란스럽지 않고 편안한 느낌도 온다. 학교는 누구나 어릴 때 도전을 꿈꾸던 곳이고, 저마다 추억이 있어 따뜻함도 있다.

  여기 천천고등학교 건물 외벽에도 한자 이름이 크게 걸려 있어 마음이 불편했다. 2004년 문을 열었으니 여기 역시 20년 가까이 한자 이름을 달고 있었다. 여기도 올해 학교 이름을 한글로 바꿨다. 

두 학교는 20년이 넘게 교명을 한자 표기로 달고 있었다. 올해 모두 한글 표기로 바꿨다.

두 학교는 20년이 넘게 교명을 한자 표기로 달고 있었다. 올해 모두 한글 표기로 바꿨다.


  정자동 주민들은 "이웃에 있는 장안고등학교 등 대부분 학교는 한글로 썼는데, 왜 저기만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궁서체의 한자 표식은 마치 중국인이 다니는 화교 학교 같았다고 말한다. 김영희 교사(대평고등학교)는 "한자 표기는 관성적인 과거의 언어습관을 시대의 변화 고려 없이 사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충분한 고민이 없이 표기한 결과다. 기관명 등의 고유명사는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원 시내 여러 고등학교 정문에는 한자 팻말이 붙어 있다. 심지어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수원 시내 여러 고등학교 정문에는 한자 팻말이 붙어 있다. 심지어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대평고등학교 정문 기둥에는 한자로 학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정문 가운데 교훈 탑도 한자로 쓰여 있다. 여기만이 아니다. 수원 시내를 돌아보니 여러 고등학교 정문에는 한자 팻말이 붙어 있다. 심지어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어린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왔는데 읽을 수도 없는 한자가 학교 정문에 붙어 있는 꼴이다.

 우리는 과거에 표기 수단이 없어 한자를 빌려 썼다. 그러다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새로운 문자로 생활했다. 고종 때는 한글을 국가 공식 문자로 지정했다. 한글은 세계 모든 문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이는 세계 저명한 문자학자나 언어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에 있는 돌탑. 어른들의 취향이고 욕심이다. 어린이들과 쉬운 문자로 소통하겠다는 철학이 필요하다.

초등학교에 있는 돌탑. 어른들의 취향이고 욕심이다. 어린이들과 쉬운 문자로 소통하겠다는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 언어생활에서 한자를 사용하는 것에 중국인들은 자부심을 느낀다. 한자는 고도 문명의 상징이고 이것이 동남아 문화권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우리나라에 와서 한자 표기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일본은 자국의 문자로 온전한 문자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자를 쓴다.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설날에도 동네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현수막을 거는데, 꼭 복을 한자로 표기한다. 아무 의미도 없고, 생각 없는 행동이다.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 기타 신문 등에서도 대통령의 성씨나, 특정 나라 이름만 한자로 쓰는데, 역시 자연스럽지 않다. 컴퓨터에서 한자로 표기하려면 한글로 쓰고 다시 한자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다. 정보통신 시대는 속도가 경쟁력이다. 24개의 자음과 모음만으로 자판 내에서 모든 문자 입력을 해결하는데 굳이 쓸데없는 한자를 찾아 쓸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한글 간판 만들기 사업. 인문학 도시 수원이 한글 표기를 통해 상호성을 높여 가고, 공동체의 관계를 성장시키는 길을 찾고 있다.

아름다운 한글 간판 만들기 사업. 인문학 도시 수원이 한글 표기를 통해 상호성을 높여 가고, 공동체의 관계를 성장시키는 길을 찾고 있다.


  K-팝, K-음식, K-패션 등 우리 생활문화가 전 세계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한글도 세계인의 언어로 선택되고 있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 많은 외국인이 K-팝을 따라 하며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계인이 한글을 배우고, 한국어로 소통하는 시대다. 우리가 더 쉬운 문자 생활을 하면서 외국인이 따라 하게 해야 한다. 

  수원은 인문학 도시다.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문화다. 문화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 내면에 담겨 있는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 있는 언어 현상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가치 있는 현상을 탐구하는 것도 그 하나다. 한글은 소통의 효율과 가치 면에서 최고 평가를 한다. 한글 표기를 통해 상호성을 높여 가고, 공동체의 관계를 성장시키는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가 빚어내는 언어 현상이 수원시라는 전체성과 시민의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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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한자, 인문학, 교명,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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