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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를 믿고 기다리마
2012-07-31 22:55:26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22:55:26 작성자 : 시민기자   이기현
 '이유 없는 반항?'

 이런 말 어디 책이나 영화에서 보는 건줄 알았는데 요즘 부쩍 이게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걸 느끼곤 한다. 아들 놈이 어릴 때는 내가 몰랐던 것이었는데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 나이를 한 살 두 살 더 먹는 것을 보니 새롭게 깨닫게 되는 일이 있다. 

사춘기가 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에 없이 아버지인 내게 반항하거나 도전하는 일이 잦아진 것을 느끼고 있다. 아니, 제놈은 그냥 하는 행동과 말투일런지 모르지만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내게는 반항과 도전으로만 보인다.

엊그제는 퇴근후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아이 방에 있는 컴퓨터를 쓰기 위해 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이가 컴퓨터를 쓰고 있었다. 썩 필요한것도 아닌듯 하여 "나좀 쓰자"했더니 뒤도 안 돌아 본 채 "잠깐만요"라 한다.

이때 내 생각으로는 '아빠, 제가 요거 잠깐만 하고요. 급한 일 아니시면 제게 5분만 주실수 없으세요?'이렇게 물었을텐데. 그리고 내가 제놈 만했을때는 아버지께 당연히 그런 식으로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놈은 뒤도 안돌아 보고 "잠깐만요"라 한다.

아들아, 너를 믿고 기다리마_1
아들아, 너를 믿고 기다리마_1

꾹 참고 약 10분 정도 거실에 나갔다가 들어왔지만 아이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순간 살짝 화가 나서 "'너 지금 무얼 하는 거니?"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 말은??
"아실 필요 없어요"였다. 으이그... 이걸 정말!!. 주먹이 아이 뒤통수까지 갈뻔 했지만 일단 참았다. 
분위기가 험악해(?) 보이자 그제서 아이가 컴퓨터를 비웠고 일단 나는 일을 마쳤다. 

그리고 교육상 그냥 둬서는 안될것 같아 불러다 앉혀놓고 "아버지는 네가 필요할 때마다 돈만 대주면 끝나는 사람이 아니고 내 아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는 사람이야. 네 진로도 함께 걱정하고 조언 하는 사람이란 말야. 네 아버지라구 이놈아"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굳이 모르셔도 될 일이 많아요. 제가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많이 아시려고 해요? 저에게 맡겨 주세요. 알아서 할께요"라고 한다. 
 "........................"

아이는 마치 제 애비가 할 말을 예상하고 있었고, 또한 평소의 애비에 대해 할 말을 준비해 뒀다가 '이때다' 싶어서 말을 쏟아 내듯이 거침 없이 의견을 말한 것이다.
 '띠~용!!'

판정패였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 말도 틀린것 같지 않아 나 스스로 판정패를 인정하고 아이를 제 방으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부모로서 자식놈이 마땅치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스스로 성장해 나가도록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아니면 애비가 일러 주는 길이 절대적으로 바르고 옳은 길이니 그 길로만 가라고 인도해야 하나?

몇일간 고민스러웠고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문득 몇 년전에  TV에서 본 '고교챔프'라는 프로그램을 떠올려 봤다.  고등학생들 중에서 가장 잘하는 특기 한 가지씩을 소개하는 프로였다.

여기에 춤을 잘 추는 여학생이 나왔었다. 머리는 노랗게 물을 들이고 한 눈에 소위 '날라리' 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기 학교에서는 춤짱이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한국의 부모들이 최고의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S대학 경영과에 무난히 입학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야간자습을 빠지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춤을 추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는 데에 있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아이를 인정하고 놔두기로 했다. 부모라는 이유로 내가 나의 가치관으로 판단하여 아이의 생각과 장래를 마음대로 결정하고 그렇게 정해진 진로를 강요할수도 없는 일이니. 다만 나는 아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하되 자신에게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치면 될것같았다. 

주변에서도 부모의 강요로 진로를 결정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결국 끝마치지 않은 채 대학에서 전공을 바꾸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적잖게 보았다. 
내가 내 생각만으로 아이를 이끌려 한다면 나 역시 그런 부모가 될것이니... 

"아들아, 너를 믿고 기다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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