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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아내이기에 행복합니다
2011-08-30 08:04:55최종 업데이트 : 2011-08-30 08:04: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승

요즘 공무원이 경제적으로 제일 좋다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러한가? 공무원 20여 년 경력의 남편(6급)의 내조에 행복하다는 이미경 씨를 만났다. 

공무원 아내이기에 행복합니다_1
항상 미소를 띠는 이미경씨(사진 왼쪽)


고민도 많았다. 혹여 공직자 여러분에게 불편함을 들춰내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공무원 아내의 실상을 소개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기로 했다. 물론 모든 공직자들의 아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남편이 공무원이라서 편해만 보이는 주위에 시선을 뒤로하고 작은 일거리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한 가정의 주부이자 평범한 사회인으로 봉사 일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그녀. 이미경 씨를 정자3동에 자리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더운데 어떻게 지내시나요?'라고 물었더니 '행복합니다.'라고 즉답이 왔다.

공무원 아내이기에 행복합니다_2
행복을 달고 산다는 이미경씨


여인네 대답치곤 썩 재미가 없는 대답이었다.
'뭐가 그리 행복하다는 거지요?'라고 뒤 물었더니 그제야 "남의 가정사를 자세하게 묻는 이유가 더 이상하네요?"란다. 

언제나 혼자라는 느낌보다 여럿이 다 함께 즐겁게 산다는 느긋하면서도 낙천적인 아줌마라지만 말하는 것은 단답형, 재미가 없다. 

-공무원 아내로서 솔직한 심정은요.
=남들은 부러워하지요. 속을 모르니깐 그런가봐요. 정말 힘든 생활의 연속입니다. 남편의 인생은 가정을 내놓고 살아요. 새벽에 나가면 늦은 저녁에야 들어오니깐 요. 어느 땐 화도 납니다. 
남들은 휴일이면 나들이를 가네. 캠핑을 가네. 야단법석인데 우리 집은 다 남자들이라서 분위기가 워낙 없지만 남편 역시 쉬는 날이 드물다 보니 혼자 지내는 날이 더 많아요. 올여름 비가 많이 온 탓으로 남편은 비상근무에 혼자 자는 날이 많았거든요. 그렇지만 행복해요. 

남편이 이른 아침 집을 나가면 별 밤 헤아리며 돌아온다는 말에 기자는 "남자들 다 똑같죠. 아침 길은 정신없이 달리다가 해저든 저녁엔 터벅거리며 돌아오잖아요? 그게 세상사는 일 아니겠어요? "라고 말했다. 

커피숍 밖에 한들거리는 화초에 눈길을 주는 모습이 그다지 편해 보인진 않았다. 말은 못하지만 사회적으로공무원 복지에 대한 서운함으로 보였다.

-처음부터 남편이 공무원?
=88년 10월경으로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우리는 일반회사 사내커플로 만났어요. 결혼 후 2년여 흘렀을 무렵 남편이 갑자기 공무원시험을 본다는 거예요. 당시 직책도 사무직이라서 월급도 꽤 됐는데 엉뚱한 욕심을 부리는게 아닌가 겁이 났어요. 그 당시에는 공무원월급도 많지 않은 게 더 부담이었어요. 

-지금의 솔직한 심정은요?
=앞에서 행복이라고 말했잖아요. 아마 직장인이었다면 명예퇴직이나 장사꾼으로 힘든 삶을 살겠지요. 주위를 봐도 남편 또래(경자생)들이 백수가 많더라고요. 아줌마들하고 어울리다 보면 보이지 않은 실직자들로 가정경제에 심각함을 엿들을 수 있어요. 그때마다 남편이 더 믿음직스럽고 고맙죠. 행복이 따로 있나요. 이게 바로 행복입니다.

-그렇다고 행복한가요?
=아니 그게 아니고 두 아들 건강하고 남편도 착하니깐 더 바랄 게 또 있나요. 사실 남편이 술을 좋아해서 걱정은 됩니다. 아마 공직 세계에서도 밖에서 보는 것처럼 일사천리 탄탄대로는 아닌가 봅니다. 집에 와서 이렇다 저렇다 말은 안 해도 느낌이란 게 있잖아요. 남자들이 술자리를 갖는 게 그리 좋은 일만 있진 않잖아요. 간혹 만취해서 돌아오는 날은 더욱더 느껴져요. 그럴 때마다 몸 생각 좀 하라고 지청구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해요. 

-아이는요?
=아들만 둘인데 큰아들은 대학4년생이고 둘째는 의경으로 군 복무 중입니다. 남들은 딸 자랑을 해대는데 전 우리 아들이 더 좋더라고요. 제가 몸이 아프다고 하면 안마도 해주도 집안 청소는 물론 설거지까지 후딱 해주는데 얼마나 좋아요. 남편도 잘해요. 모처럼 쉬는 날 남편 친구들하고 계곡으로 나들이 나섰다가 미끄러지면서 제가 다리를 심하게 다쳤거든요. 지금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 집안일을 거들어주는 남편에게 미안하고 아들한테 맛난 거 못해줘서 더 그래요.

-소원이 있다면 다른 게 뭐 있나요? 
=울 아들 잘되는 게 큰 바람이고 솔직히 말해서 잦은 술자리로 남편 건강 해칠까 봐 염려스럽기도 해요.  건강한 몸으로 정년까지 무사히 소임을 다하길 내조를 하려고요. 제가 지금 모 은행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엔 20만 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70만 원이니까, 기간도 꽤 됐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편이 출근길에 은행까지 데려다 주면서 따뜻하게 안아 줄 때마다 보람도 크답니다. 
저는 낙천적인 성격인데 수 개념이 부족해서 남편이 고생 좀 해요. 간단한 공과금 정도는 제가 담당을 하지만 남편이 다 알아서 해줘요. 식탁에 내놓은 반찬부터 김장김치도 시어머니께서 다 해주시거든요. 그래도 미역국하고 계란말이는 자신 있어요.

기자는 이미경 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공무원 아내로서 불평불만을 듣기 위해 유도 질문도 많이 던졌었다.
그러나 오히려 잘 짜인 생활에 발전적인 사고로 일상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이웃 간의 유대관계를 유지해나가는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주부를 발견하게 됐다. 
공직자라고 해서 모두가 다 잘살고 여유롭지는 않다는 것을 이미경씨를 통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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