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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계절
2009-06-15 04:17:31최종 업데이트 : 2009-06-15 04:17:31 작성자 : 시민기자   강동규

아파트 담장길따라 울창하게 퍼진 입사귀 군상들과 붉게 물든 정열사이로 한무리의 노란장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국의 정취를 전한다. 유독 붉은 장미속의 노란장미... 그것은 노란색깔이 주는 의미보다는 6월이라는 계절, 먼 옛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청춘들이 남기고 간 바람같은 전설을 말하는 지도 모른다.

1940년 어느 쯤인가. 독일이 폴란드를  침략한후 전쟁의 정당화와 아리안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고자 나치군대는
각 점령지에 도착하자 마자 수많은 유대인들을 '단지 인종하나 만으로' 아우슈비츠행 기차길은 멈추지 않았다. 폴란드에서도 똑같은 과정이 진행되던 중 한 남자가 수용소 탈출을 시도했지만 삼엄한 경계에 그만 잡히고 만다.
수용소 규정에 의거 엄숙한 사형집행이 진행되던 순간, 한 신부가 나치장교에 다가가 간청한다.
"저 친구는 사랑하는 딸과 아내가 있습니다.그러나 나는 부양해야할 아무런 가족이 없습니다.그러니 저 사람을 대신
저 자리에 서게 해 주십시오"그리고 나치장교는 허락한다.

최근 1950년 6.25전쟁에 관한 새로운 사료들이 해외에서 또는 국내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 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이 있다면, 너무나 앳띤 14~15세의 중학생 학도병의 정형화된 사진들. 나이가 너무 어려서 또는 키가 작아서 군입대를 만류했지만, 강경한 의지때문에 허락했다는 당시의 군 담당자들의 증언들. 그렇게 전선을 따라 묵묵히 걸었던 길위에 6월의 청춘들......
그 옛날 한 남자를 대신했던 그 신부는 폴란드 돌담길 속에 묻혔거나, 녹음 방초속의 한줌의 재로서 삶을 온전히 불살랐던 그 어린 청춘들. 그 이타적 사랑위에 우리가 서 있다는것 자체만으로,고달픈 세상사에 충분히 희망을 품을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6월의 장미는 꽂말 만큼이나 향이 진하다. 특히 진한 붉은 색깔은 여름의 절정기, 지금의 시대정신과 잘 부합하는지도 모른다.
지중해의 더 높은 하늘과 끝없이 이어지는 그라나다 대지위에 조그마한 산자락 산정(山頂)위에 떠있는 무어인들의
애수어린 알람브라 궁전처럼. 붉은 장미속의 노란장미는 삶의 출발점, 희망의 시작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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