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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속의 풍경 - "일월호수길"
2009-04-29 23:25:30최종 업데이트 : 2009-04-29 23:25:3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미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잊혀짐이 못내 아쉬워 잠시동안의 불꽃같은 광채가 어둠으로 변하기 직전에, 자연이 주는 선물(이삭)을 기도하듯 거두는 프랑스 농촌풍경의 백미 밀레의 '만종'이 유화세계를 대표한다면, 나는 아니 한국에는 그보다 여백의미를 강조하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중용의 도를 화폭에 담은, 70년대의 내고향 풍경같은, 풋풋한 한폭의 수채화를 지금 보고 있다.

소림가는 길에서 본듯한 낮익은 나무들, 그리고 잔잔히 출렁이는 호수.
길옆 한켠에는 이름모를 봄싹들이 새롭고, 그 길 위에 형형색색 아름다운 여인들이 일상의 무게를 잠시 옆에 놓고 걷는 걸음들, 손에 손잡고 기나긴 여정을 함께해 온 백발이 성성한 청춘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듯 연신 종알거리는 햇병아리들, 이 모든 것이 일월 호수길에서 만나는 내 이웃이 함게하는 풍차같은 이야기이다.

오늘 하루는 무던히도 길게 느껴지지만, 자고나면 과거가 되고, 종탑속의 사다리처럼 노상 반복되는 일상사가 한참만에 뒤돌아 보면 그 옛날 그 자리는 저 밑 어딘가에 있고, 분명 우리는 지금의 계단위에 서 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다.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 암스테르담 방주길 따라 피어있는 튤립의 열정도 뉴욕의 타임스케어 숲속에서 오늘도 쉼없이 돌아가는 풍차의 기억도, 일월호숫길을 따라 걷는 한줌의 여유, 애뜻한 추억속의 그림자만 못하리라. 
분명 이 길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우리만의 수채화, 동양화 그 자체이다.

김양옥, 일월호수,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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