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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그리고 이별
2008-09-24 14:16:27최종 업데이트 : 2008-09-24 14:16:27 작성자 : 시민기자   장지현
날마다 상여도 없이
 
저놈의 꽃들 또 피었네
먼저 핀 꽃들 지기 시작하네
나는 피는 꽃 안 보려고
해 뜨기 전에 집 나가고,
해 지기 전엔 안 들어오는데,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개도 금붕어도 안 키우는데,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가는 꽃들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중에-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수많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 속에서도 나에게 그것은 항상 쉽지 않은 과제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또 다른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다시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하지만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에 떠나보내는 것이 아닌 모두를 떠나보낼 수도 그리고 모두를 만날 수도 있는 일련의 무질서한 반복.
 
어제 길거리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사람들, 누군가의 소개로 인해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던 그 사람, 혹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그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 이별 그리고 만남. 이러한 모든 만남과 이별에는 정도의 차이가 없다. 
다만 그것은 내가 느끼고, 스스로 부여하고 있는 감정이 차이일 뿐이다.
 
수많은 과학 시스템 속에 살면서도 만남과 이별만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기에 언제나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가슴 아파해야 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일 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의 만남과 이별이 주어진다면, 혹은 만남과 이별에 대한 충분한 준비 시간이 주어진다면 조금 덜 아플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내가 방심한 사이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만남과 이별이 더욱더 애틋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지만……
 
혹자는 '이별은 슬프나 만남을 즐겁다'고 이야기 하나 이별의 아픔만큼이나 힘겨운 것이 만남에서 느껴지는 슬픔일 것이다. 
그것을 어쩌면 '모든 만남이 마침내 다다르고 마는 이별보다 나는 이별 뒤에 찾아올 망각을 아파하는 것입니다.'라는 어느 시의 구절처럼 만남의 기쁨 뒤에 찾아오게 되는 이별의 쓸쓸함과 허전함, 아니 그 이상의 무엇을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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