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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최고의 중식요리사’ 여경래·경옥형제가 수원 중정소학교 출신이었어?
김우영 언론인
2022-03-28 10:29:19최종 업데이트 : 2022-04-04 09:37:37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연복 셰프가 출연한 MBN TV '신과 한판'이란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주현미와 한반이었던 화교학교 생활, 학비를 못내 자퇴한 이야기, 어린 나이에 중국집 배달 일부터 시작했던 거친 삶의 과정에 가슴이 아팠다. 특히 대만에서 코를 수술한 뒤 냄새를 못 맡게 됐다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요리사로서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그러나 그는 '요리계의 베토벤'이었다. 음악을 하는 베토벤이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됐지만 전설적인 인물이 됐듯이, 냄새를 맡지 못하는 그도 우리나라 중식계의 대가로 우뚝 섰다.

 

이연복과 함께 우리나라 중식계에서 최고의 요리사로 꼽히는 이들이 있다. 여경옥과 여경래. 이 둘은 형제다. 그리고 수원사람이다.

 

몇 년 전 내가 연구위원으로 있는 수원문화원 수원지역문화연구소에서 수원지역의 화교(華僑)문화를 주제로 발행한 단행본에 '수원화교 중정소학교 76년-우린 여전히 화교학교를 잊지 못해요'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사진> 수원화교 중정소학교 전경(사진=김우영)

 수원화교 중정소학교 전경(사진=김우영)

 

글을 쓰면서 수원화교 중정소학교의 역사와 화교학교 출신들의 활약, 수원화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수원화교 중정소학교는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85번길 62-7(수원시 팔달구 교동 172번지), 옛 수원소방서 맞은편 세류동으로 들어가는 오래된 길 초입에 있다. 학교 뒤쪽으론 모두 아파트단지가 개발되고 있어 옛 모습을 잃었다.

 

그 골목을 조금만 더 돌아 들어가면 시를 쓰던 후배가 살았다. 지역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됐고 정규직은 아니지만 내가 취직도 시켜줬다.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아내와도 이혼한 뒤 조현병이 심해져 끝내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몇 년 뒤 들었다.

 

그런 추억이 있는 골목길은 이미 사라졌다.

 

 

수원시민 중 수원에 화교학교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안다고 해도 학교 위치는 잘 모를 것이다.

 

교정에 들어서면 운동장 북쪽에 새로 지은 3층짜리 교사(校舍)가 있고 서쪽엔 강당 등으로 사용되는 2층 건물이 있다. 교실 등이 있는 본관건물 정면엔 '예의염치(禮義廉恥)' 교훈이 큼직하게 붙어 있다. 예의와 의리, 청렴과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수원화교중정소학교는 1946년 개교했다.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는 화교 자녀들의 모국어와 모국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된 외국인학교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학교로 발전되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가 생기기 전 화교 자녀들은 서울에 있는 명동화교학교로 기차 통학을 했다. 그러던 차에 사고가 터졌다. 1946년 영등포역에서 기차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기차편이 끊기자 화교협회는 트럭을 빌려 서울로 올라가 학생들을 데려왔다. 이후 수원화교사회는 수원에 화교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이리하여 1946년 12월 1일 당시 종로에 있던 화교 음식점 2층을 교실로 사용, 개교 했다. 매산초등학교 맞은 편 사찰 옆 건물로 이전했다가 6.25 전쟁이 끝난 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85번길 62-7(수원시 팔달구 교동 172번지)에 둥지를 틀은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기한 것처럼 우리나라 중화요리의 대가로 성장한 여경래(呂敬來, 1960년생)는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화교중정소학교를 졸업했다. 역시 우리나라 중화요리계의 정상에 선 그의 동생 여경옥(呂敬玉, 1963년생)도 이 학교를 마쳤다.

 

형 여경래는 현재 홍보각 오너 셰프, 위플이앤디 총괄 셰프를 맡고 있으며 한국중국요리협회 회장, 세계중국조리사연합회 국제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SBS Plus '강호대결 중화대반점', EBS '최고의 요리비결' '세계테마기행-중국 소수민족 음식기행'에도 출연, 유명세를 얻었다. 중국 정부에서 인정한 100대 중국요리 명인에 선정될 정도로 중국 요리계에서도 유명한 셰프이다.

 

동생 여경옥은 롯데호텔 상무이자 중국음식점 더루이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세계조리사협회 상무이사, 혜전대학 조리외식계열 교수, 중국 소주호텔 총주방장, 2002 월드컵 중식푸드코스 자문위원, 화교조리사협회 회장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 우리나라 국민들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주목받는 국제적 요리대가다.

 

 

중국 산둥성 출신의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 형제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망했다. 홀어머니 아래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도 실력을 인정받았고 결국 성공했다.

 

여경래·경옥 형제는 지난 2014년 중앙일보 '당신의 역사(8) 최고의 중식 요리사가 된 화교 형제 여경래·경옥씨' 제하의 기사에서 "매년 이사했어요. 집세를 못 내니 계속 더 안 좋은 집으로 옮긴 거죠. 비 오면 위에선 물새고, 바닥은 물에 잠기고. 지금도 비랑 밀가루가 제일 싫어요. 그나마 이제 좀 살만해져서인지 비 오면 커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라고 회상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대를 이어 오래 살았고 앞으로도 살아갈 이들은 이방인이 아니다."

 

오랜만에 들러 본 수원화교 중정소학교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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