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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걸으면서 풍경도 보고 예술 작품도 감상하고
수원천에서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들을 만난다
2024-04-26 10:46:51최종 업데이트 : 2024-04-26 10:43:0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수원천 산책로. 꽃이 있고, 나무가 우거진 길이다. 초록빛이 넘치고, 깨끗한 물결도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곳으로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수원천 산책로. 꽃이 있고, 나무가 우거진 길이다. 초록빛이 넘치고, 깨끗한 물결도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곳으로 시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수원화성 성곽길을 돌고 남수문으로 내려선다. 시장 주변이 어수선하다. 좁은 길에 차도 많다. 사람들은 짐을 들고 차 사이를 지난다. 조금 걸어 지동교 아래로 내려선다. 다리 위는 시장에 차까지 정신없는데, 여기는 풍경이 편안하다. 수원천에 온 것을 반긴다는 듯 물 흐르는 소리가 부드럽다. 수원천 변에 꽃과 나무는 쉬엄쉬엄 함께 걷자고 말을 건넨다.
버드나무가 긴 가지가 허공으로 올랐다가 다시 수원천으로 드리우고 있다. 가지의 둥근 선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버드나무가 긴 가지가 허공으로 올랐다가 다시 수원천으로 드리우고 있다. 가지의 둥근 선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도심은 건물이 수직으로 서 있다. 차량도 많다. 수원천으로 내려서는 순간 수평의 눈맛이 있다. 버드나무가 늘어지고, 온갖 꽃이 앉아 있다. 물과 나무들은 오염 물질을 정화해주는 청소부 역할도 한다. 차가 많은 곳에서 사람들은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다녔지만, 이곳은 풍경에 이끌려 몸도 마음도 천천히 움직인다. 
지동교 아래 '상도의 벽'. 수원천 변의 9개 전통시장에서 30년 이상 영업에 종사한 상인들을 선정하여 상점의 가훈과 상인들의 손도장을 받아 작품화했다. 시장이라는 공간에 딱 맞는 예술작품이다.

지동교 아래 '상도의 벽'. 수원천 변의 9개 전통시장에서 30년 이상 영업에 종사한 상인들을 선정하여 상점의 가훈과 상인들의 손도장을 받아 작품화했다. 시장이라는 공간에 딱 맞는 예술작품이다.

물놀이라는 부조 작품. 벌거벗은 아이들이 맑은 수원천에서 노는 장면이다. 생태하천의 이미지에 맞는 작품이다.

물놀이라는 부조 작품. 벌거벗은 아이들이 맑은 수원천에서 노는 장면이다. 생태하천의 이미지에 맞는 작품이다.

 
  지동교 아래 내려서니 '상도의 벽'이 있다. '장사는 상도덕이 있어야 한다. 상도덕이란 서로 상부상조해 모두가 잘사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는 수원 유상들의 정신과 자존심을 핸드프린팅으로 담아냈다. 수원천 변의 9개 전통시장에서 30년 이상 영업에 종사한 상인들을 선정하여 상점의 가훈과 상인들의 손도장을 받아 작품화했다. 작가와 상인이 함께 한 시민참여형 예술작품이다(글판 설명글). 오랜 전통을 잇고 있는 시장에 딱 맞는 예술작품이다. 
  조금 걸으니 물놀이라는 부조 작품도 있다. 벌거벗은 아이들이 맑은 수원천에서 노는 장면이다. 작품 설명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옛날 깨끗한 하천에서 물장구치던 어린아이들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구천교 밑에 '일터'. 대장간에서 쇠를 담금질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곳에 구천 공구 시장이 있다. 이곳에는 삽과 호미 등 각종 공구를 판다.

구천교 밑에 '일터'. 대장간에서 쇠를 담금질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곳에 구천 공구 시장이 있다. 이곳에는 삽과 호미 등 각종 공구를 판다.


  수원천은 역사의 굴곡을 지났다. 한국전쟁으로 천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더 팽창했다. 이로 인해 생활 오·폐수, 생활 쓰레기 등 각종 오염으로 악취가 진동했다. 한때는 하천을 덮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다행히 수원천을 생태하천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민운동이 일어 오늘날 생태하천으로 가꾸고 있다. 

  구천교(수원천 제16교) 밑에 다다르면 위로 구천 공구 시장이다. 21세기 도심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 같지만, 이곳에는 삽과 호미 등 각종 공구를 판다. 현대 감각에 맞게 무슨 스틸이라는 간판도 있지만, 대장간이라는 예스러운 상호도 보인다. 
  이런 공간에 맞게 구천교 밑에는 '일터'라는 작품이 있다. 대장간에서 쇠를 담금질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구천동 시장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으로 지역 주민들이 일터에서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이다.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원천. 도심에서 여유와 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사계절 아름다운 곳인데, 봄에는 푸른 생명이 넘치고, 물빛도 더 맑아서 좋다.

수원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원천. 도심에서 여유와 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사계절 아름다운 곳인데, 봄에는 푸른 생명이 넘치고, 물빛도 더 맑아서 좋다.


  수원천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여가를 즐기고 있다. 가족끼리 나와서 쓰레기를 주우며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복 차림으로 뛰는 사람도 멋진 복장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보인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봄을 즐기는 직장인도 보인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은 "세류동에 사는데 골목길에 주차한 차에 오가는 차까지 걷기도 불편하다. 여기는 방해하는 것이 없어 편안하다. 매일 운동 기구를 이용해 건강도 챙긴다. 그래서 자주 온다."라고 말한다.


  수원천은 물이 맑고, 주변은 온통 녹색 공간이다. 그중에 버드나무가 일품이다. 화홍문이 있는 방화수류정부터 여기까지 버드나무가 멋을 내고 있다. 동네 이름도 세류동이다. 
  옛날에 세류동에 있던 수원의 남쪽 못을 남둔이라고 했다. 남둔에 1825년(순조 25)에 축조됐던 남제(南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이 못의 물로 농사를 지었다. 화홍문에 올라 수원천을 내려다보면 수양버들이 남수문을 지나 하류천까지 장관을 이루었다고 한다. 여기서 남제에 버드나무 숲길을 남제장류(南堤長柳)라 해 수원 팔경 중의 하나로 불렀다. 

'유천풍경' 부조물. 수원천은 버드나무가 많아 유천이라고도 했다. 화홍문이 있고, 버드나무가 늘어진 천변에서 아이들이 고기를 잡고 있다.

'유천풍경' 부조물. 수원천은 버드나무가 많아 유천이라고도 했다. 화홍문이 있고, 버드나무가 늘어진 천변에서 아이들이 고기를 잡고 있다.
유천2교 벽화. 세류동은 정조대왕이 행차하는 길이었다. 이때 임금의 명으로 장승이 세워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 전통을 이으려 세류3동에서 장승 그리기 대회를 했다. 유천2교 벽화. 세류동은 정조대왕이 행차하는 길이었다. 이때 임금의 명으로 장승이 세워졌다는 기록이 있다. 이 전통을 이으려 세류3동에서 장승 그리기 대회를 했다.


  수원의 옛 모습을 표현한 '유천풍경'이라는 부조물이 있다. 화홍문이 있고, 버드나무가 늘어진 천변에서 아이들이 고기를 잡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이 살아 있는 모습이다. 
  유천2교(수원천 제23교)에는 벽화가 있다. 세류동은 정조대왕이 행차하는 길이었다. 이때 임금의 명으로 장승이 세워졌다는 기록도 함께 있다. 이 전통을 이으려 세류3동에서 장승 그리기 대회를 했다. 여기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의 작품을 재구성해 벽화로 장식했다. 한복을 입은 독특한 장승이 있고, 마을을 지키는 염원을 담은 장승도 있다.

유천2교와 버들교 사이에 있는 한하운 시비. 시인이 수원천 변에 잠시 살았다고 한다. 세류3동 좋은 마을 만들기 협의회에서 '보리피리'를 새긴 시비를 세웠다. 예술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유천2교와 버들교 사이에 있는 한하운 시비. 시인이 수원천 변에 잠시 살았다고 한다. 


  유천2교를 지나 버들교를 가다 보니 바닥에 시비가 있다. 돌이 검은색이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다행히 시비 옆에 설명글이 있다.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새긴 시비다. 한하운 시인이 수원천 변에 잠시 살았다고 한다. 시인을 기억하기 위해 세류3동 좋은 마을 만들기 협의회에서 2011년 5월에 시비를 세운 것으로 쓰여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수원천은 깨끗한 물이 흐른다. 생명수 같은 물에 철새들이 찾아오고, 물고기도 살고 있다. 시멘트로 만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곳 하천에서 여유와 쉼을 즐긴다. 거기에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예술작품까지 있어 한껏 풍요로운 시간을 누린다. 자연 공간에 예술공간을 둔 발상이 신선하다. 
  최근 도시에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에 환경 개선을 서두르는 곳이 많다.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이 들어선다면 살기 좋은 동네가 된다. 그런데 건물만 짓지 말고 주거 생활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는 쉼터도 늘렸으면 한다. 문화예술이 있고, 생명이 숨 쉬는 생태하천을 거닐면서 생각한 바람이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수원천, 남문시장, 구천공구시장, 한하운, 버드나무, 유천,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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