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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사찰 봉녕사
2012-05-18 15:31:55최종 업데이트 : 2012-05-18 15:31:55 작성자 :   e수원뉴스

사람들은 시끄러운 도시를 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딘가에 의지하거나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속세를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곤 한다. 도시 속에 고요히 잠든 역사를 간직한 듬직한 800년 된 향나무를 만나 힘든 마음을 달래보러 가자. 

재개발로 인해 온통 아파트 건설 현장인 광교산 산길을 조금 올라가다보면, 조용한 절 하나를 만날 수 있다. 그 절이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봉녕사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름이 봉녕사로 불렸던 것은 아니었다.
고려 희종 4년 월각국사가 창건하여 성창사라고 이름 붙였었다. 그런데 1400년경 봉덕사로 개칭하였다가 조선 예종 월년 1469년 혜각국사가 중수하고 봉녕사라 하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봉녕사라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800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사찰 봉녕사_1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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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사찰 봉녕사_2
800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사찰 봉녕사_2

봉녕사는 과거와 현재가 아주 오묘하게 매칭 되는 곳이다. 비구니 사찰이면서 승가대학, 금강율원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얼핏 현대식 건물과 과거의 법당 건물들이 어울리지 않아서 어색하고 이상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오히려 두 가지 색이 오묘하게 잘 어우러지고 있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고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시간의 흐름을 받아드리게 된다.

봉녕사의 일주문을 지나면 짧긴 하지만, 경내로 이어지는 호젓하게 걷기 좋은 길이 하나 나온다. 양쪽으로 나무가 우거져 하늘이 조금보이고, 고운 흙으로 된 길은 두 사람이 손잡고 걸으면 딱 좋을 넓이다. 조용히 흙길을 밟으며 혼자 걸어도 좋고, 두 사람이서 손을 마주잡고 한적함을 느끼기에도 적합하다.

한적함을 느끼며 그 길을 걷다보면 바로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그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바로 범종루다. 원래 있던 두 평의 종각을 철거하고 다시 목조로 종각을 지었다고 한다. 정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최근 걸립하였는데, 내부에 불전사물을 모두 봉안하여 조성했다.

범종루를 잠시 구경하고 뒤를 돌아보면, 아기자기하게 나무와 연못, 화초들로 꾸며져 있는 길이 하나 펼쳐진다. 잘 가꾸어진 조경과 석조물들이 섬세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마치 작은 공원을 방문한 듯 한 느낌을 연출한다. 비구니 스님들의 섬세한 손길과 함께 오랫동안 잘 가꾸어졌음이 느껴진다.
대적광전을 오르기 전 쌍둥이 건물이 있다. 왼쪽이 종무소와 요사채로 쓰이는 향하당이고 오른쪽이 최초 비구니 율원인 금강율원 건물로 쓰이는 청운당이다. 두 길이 나눠지는 곳에는 연못이 있고 연못 위는 구름다리를 세워 운치를 더해두었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법당들과 웅장한 느낌의 불상들을 구경하다보면 옥화로 옆으로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길이 보인다. 한적하기에 산책하기 좋은 이 길은 산책로에 조약돌로 정성스럽게 깔려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수원월드컵경기장 뒤편과도 연결되어 있다.
오랜 세월 법력이 높은 스님들부터 여러 가지 근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을 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800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사찰 봉녕사_3
석조 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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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사찰 봉녕사_4
800년의 역사가 잠들어 있는 사찰 봉녕사_4

봉녕사에선 고려시대의 불상 석조 삼존불이 발견 되었으며, 배열과 채색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약사전의 신중탱화와 현왕탱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탱화는 모두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봉녕사에 이 곳 저곳을 둘러보다보면, 계속해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인 불교서적 도서실과 창건 이래 절의 역사를 800년 간 지켜보아 왔다는 대웅전 앞뜰의 향나무다.

높이가 5M에 둘레가 4M나 된다는 이 커다란 향나무는 현재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오랜 역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향나무는 기대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든든하게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품어주고 있다.
절이 세워졌을 당시부터 이름이 바뀌고 중수하는 그 일련의 과정을 한자리에서 묵묵하게 지켜보고 있었을 향나무는 살아있는 역사다.

복잡하게 살고 있는 현대의 내가 단순히 미래와 현재에 얽매여 달려만 갈 것이 아니라 커다란 향나무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는 봉녕사에서 과거와 현대의 어우러짐을 느껴보며, 조금은 어깨의 짐을 내려놓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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