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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이 왜 돌보나"…가정위탁 10년 '제자리 걸음'
혈연중시 탓 일반 가정위탁 거의 없어…선진국과 대조 턱없이 낮은 양육지원비·행정미비·사법 조직도 문제
2016-04-09 07:51:23최종 업데이트 : 2016-04-09 07:51:23 작성자 :   연합뉴스

"남의 아이 왜 돌보나"…가정위탁 10년 '제자리 걸음'
혈연중시 탓 일반 가정위탁 거의 없어…선진국과 대조
턱없이 낮은 양육지원비·행정미비·사법 조직도 문제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우리나라 가정위탁은 대부분 친·외조부모와 친인척이 맡는 연고자 가정에 의존, 제도 도입 10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혈연을 중시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있어 다른 사람의 아이를 양육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8일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만713곳의 위탁가정에서 1만3천743명의 아동을 보호하고 있다.
이중 친·외조부모가 아이를 맡아 키우는 '대리양육가정'은 6천977곳(9천164명), 8촌 이내 친인척이 돌보는 '친인척가정' 2천983곳(3천586명)으로 전체 가정위탁의 92.7%를 차지한다.
반면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위탁가정은 798곳, 993명으로 7.3%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가정위탁 제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10년 넘도록 이 같은 비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의 경우 일반 가정위탁 신청 접수 건수는 80건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조차 전국 17개 센터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혈연관계도 없는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또 그에 대한 인센티브, 예컨대 양육지원비 등이 현저히 낮아 가정위탁에 참여하려는 일반 가정의 문화적 저항감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선진국에서는 일반 가정의 위탁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난해 '위탁가정 유형의 다양화 및 지원방안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2013년 기준 40여만 명의 가정위탁 아동 중 28%가 친인척의 집에 47%가 혈연관계가 없는 위탁가정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 결과 미국을 비롯한 영국, 호주, 독일, 일본 등에서는 양육지원비를 현실화하고, 아동의 특성에 따라 수당을 차등지급하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또 이들 국가에서는 가정위탁 제도를 뒷받침할 행정·사법 조직이 존재해 일반 가정에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양육지원비는 12만원으로, 기초생활수급비 등 지자체 지원금을 합쳐도 턱 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선진국은 가정위탁 수당을 현실화 했을 뿐만 아니라 연령이나 건강상태, 특수상황 등을 고려해 차등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가정위탁을 가정위탁지원센터에 일임, 각 센터당 6~7명의 직원이 수많은 사례를 관리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정부의 각 행정부서 및 사법조직이 제도를 뒷받침하면서 가정위탁을 활성화했다"며 "선진 사례처럼 각 기관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일반 가정을 지원하는 등 아동보호체계를 명확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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