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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재력가 농락한 60대 꽃뱀…위장결혼 90억 뜯어내
"당신의 재산 지켜줄게요" 꼬인 뒤 부동산 처분 시작 돈 빼돌리고 9개월 만에 이혼…다른 남성과 호화 생활
2016-03-15 10:37:05최종 업데이트 : 2016-03-15 10:37:05 작성자 :   연합뉴스
치매 재력가 농락한 60대 꽃뱀…위장결혼 90억 뜯어내
"당신의 재산 지켜줄게요" 꼬인 뒤 부동산 처분 시작
돈 빼돌리고 9개월 만에 이혼…다른 남성과 호화 생활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 2013년 7월께 자산가인 A(81)씨의 앞에 자신을 모 의료재단 이사장이라고 밝힌 이모(62·여)씨가 접근했다.


A씨로선 스무살 가량이나 어린 여성이 하루가 멀다하고 집으로 찾아와 건강을 살펴주고 말벗도 돼주니 싫을리 만무했다. A씨는 치매를 앓아 판단력 조차 흐린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씨는 어떻게 알았는지 A씨가 내내 고민하던 유류분 청구 소송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당시 A씨는 상속받은 재산 중 90억원 대에 달하는 부동산을 놓고 형제들과 다툼을 벌이고 있던 터라 귀가 솔깃해졌다.
이씨는 "나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친구다. 원한다면 대법원 판결도 뒤집어 줄 수 있다"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송비용을 조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A씨는 이씨를 철썩 같이 믿게 돼 그가 하라는대로 "모든 재산을 A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를 만든 뒤 재산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미국으로 건나가 2억 6천만원 상당의 펀드 2개를 매각했고, 대금은 이씨의 계좌로 이체했다.
의심을 받을 만도 했지만, 이씨는 이 과정에서 "여생을 돌봐주겠다"고 꾀어 혼인신고서까지 작성해 A씨를 안심시켰다.
이 모든 것은 본격적으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이씨의 작전이었지만,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A씨가 이를 알아챌리는 만무했다.
문제는 A씨의 자녀들이었다.
이씨는 혼인 후 임의로 A씨의 주소를 옮기고 다섯차례에 걸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자녀들이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간질을 했다.
A씨의 자녀들은 모두 미국 영주권자로, 국내에 들어와 아버지를 만나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기 했지만, A씨는 되레 이씨를 감싸줬다.
이후 A씨의 자녀들은 먼 이국 땅에서 아버지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까맣게 모를 수밖에 었었다.
이씨는 또다른 이모(76)씨, 오모(61)씨와 공모, 2014년 9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A씨가 살던 서울 종로의 자택과 토지, 충북 진천의 토지, 경기 광주의 토지 등 90억원대 부동산을 처분, 59억원 상당을 뜯어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재산을 처분한 이씨는 A씨로 하여금 이혼소송을 제기토록 했다.
A씨에게는 "당신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엉뚱한 설명만 늘어놨다.
이때까지도 이씨를 믿고 있던 A씨는 소송을 제기, 2014년 10월 이혼 조정이 결정됐다.
그후 이씨는 떠나버렸다.
나중에야 소식을 접한 자녀들은 이씨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 등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친족 간 재산죄의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라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발만 동동 굴렀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이씨가 의도적으로 A씨에게 접근해 재산을 빼돌렸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정식 수사에 돌입, 이씨 등 3명을 모두 붙잡았다.
그러나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안 A씨는 분통을 터뜨리다 지난 달 중순 안타깝게도 끝내 삶을 마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주범 이씨를 구속하고, 공범 또다른 이씨와 오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주범 이씨와 공범 이씨는 과거부터 부부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검거 당시 서울 동대문의 고급 아파트에서 함께 살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주범 이씨는 빼돌린 A씨의 재산으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와 땅을 대거 사들이는 등 34억원 상당의 부동산 투자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서울 지역의 교회에서 우연히 A씨를 만나 사귀다 결혼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며 "재력가에게 접근, 위장 결혼해 돈을 뜯은 조직적 범행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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