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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다가오는데'…불우이웃 위한 연탄은행 창고 '텅텅'
경기 침체·물가 상승에 기부 '뚝'…배달 봉사 지원자도 급감
2022-10-14 09:47:44최종 업데이트 : 2022-10-13 08:02:00 작성자 :   연합뉴스
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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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다가오는데'…불우이웃 위한 연탄은행 창고 '텅텅'
경기 침체·물가 상승에 기부 '뚝'…배달 봉사 지원자도 급감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코로나19가 풀리면서 연탄 기부도 많이 늘어날 줄 알았는데 창고가 여전히 텅 비어있으니 걱정이죠."
13일 창고에 남아있는 연탄 현황을 확인하던 경기도 내 한 연탄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지면서 연탄을 때기 시작하는 가구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지만, 온정의 손길이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아서다.

현재 이곳에서 기부금 등으로 마련해둔 연탄 여유분은 50여 장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비슷한 시기 창고에 연탄 수백 장이 쌓여 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양이다.
이 연탄은행 관계자는 "인근 시·군 350여 가구에 연탄을 넉넉히 나눠주려면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부터 창고에 연탄이 어느 정도 쌓여 있어야 한다"며 "연탄 배달 봉사를 하겠다는 연락도 이달 들어 2건밖에 들어오지 않아 지난해처럼 배달업자를 고용해 연탄을 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울상지었다.
배달업자를 고용할 경우 연탄 한 장을 배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올해 연탄 한 장당 평균 소비자 가격이 850∼900원까지 오른 터라 연탄은행 측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 단위로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단체 산하 지역별 연탄은행 창고에 보관된 연탄은 1만 장가량으로, 지난해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쌀쌀해진 날씨에 연탄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묻는 어르신들의 연락이 늘어가고 있어 텅 빈 연탄 창고를 바라보는 연탄은행 관계자들의 마음도 편치가 않다.
허기복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목사)는 "보통 10월에는 기업보다 개인 후원자들의 기부·봉사 비중이 큰데 최근 물가 상승 여파로 이들의 기부 심리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며 "얼마 전에는 지난해 연탄 1천 장을 후원했던 한 후원자께서 연락해 '물가가 올라서 올해는 500장밖에 기부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알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겨울이 되고 기업 후원이 늘어나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지만, 혹 지난해처럼 연탄이 모자라는 사태가 다시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후원금과 봉사자가 줄어들면서 연탄은행 측은 최근 수년간 봉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겨울에도 전국 연탄 가구에 300만 장을 나누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250만 장밖에 전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몇몇 어르신은 연탄 불구멍을 막아 연탄이 타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거나 이웃한테 연탄을 얻어 쓰며 겨울을 넘겼다고 한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돼 모처럼 연탄 봉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으나, 되레 예년보다 상황이 좋지 않아 연탄은행과 연탄 가구들의 시름도 더 깊어진 것이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요즘 연탄은행 관계자들은 지난해 후원했던 기업과 기관, 교회 등에 온정의 손길을 요청하는 편지를 작성해 보내고 있다.
그동안 연탄은행의 도움을 받아온 몇몇 어르신들께서는 직접 펜을 들고 편지 쓰기에 동참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추위가 풀리는 내년 3월 말까지 연탄을 지급하려면 많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보다 많은 분께서 연탄 은행에 관심과 온정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s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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