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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봉사는 밥 먹는 것과 같아" 수원 파장동 '홍반장'
길남주 씨 "자자손손 이어지는 '봉사대물림' 세상이 됐으면"
2021-05-06 09:26:32최종 업데이트 : 2021-05-01 09:05:01 작성자 :   연합뉴스
수원 파장동 한사랑길 봉사단 길남주 회장

수원 파장동 한사랑길 봉사단 길남주 회장

[#나눔동행] "봉사는 밥 먹는 것과 같아" 수원 파장동 '홍반장'
길남주 씨 "자자손손 이어지는 '봉사대물림' 세상이 됐으면"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봉사라는 게 의미가 뭐가 있나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밥을 먹는 것처럼 하나의 일상생활, 그 자체일 뿐이지요."
경기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서 '홍반장'으로 알려진 '한사랑길봉사단' 회장 길남주(55)씨는 자신의 봉사 철학을 이렇게 말했다.

홍반장은 같은 제목의 영화 주인공처럼 마을 사람들의 어려움을 도맡아 처리해주는 동네 해결사 역할을 하는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시간이 나면 봉사하고,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 봉사한다는 그는 지난달 29일 인터뷰하는 1시간 남짓 동안 마치 봉사예찬론자처럼 봉사가 주는 기쁨과 보람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파장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그는 점심·저녁 식당 영업시간 외에는 거의 봉사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홀몸 어르신의 주거환경개선, 코로나19 방역, 로터리클럽 밥차, 방범순찰,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공유냉장고' 관리 매니저 등 봉사 영역도 다양하다.
과연 혼자 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가운데 홀몸 어르신의 집에 도배·장판을 새로 해드리고, 부서진 문을 고쳐주는 일은 그가 봉사의 길로 접어들게 한 계기가 됐다.
2015년 동네 친구로부터 "연무동의 단독주택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가 있는데, 집이 엉망이더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로 들을 법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는 한걸음에 할아버지 집에 달려갔다.
친구의 말처럼 할아버지의 집은 사람이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현관문은 망가져 있고, 냉장고 안에는 상한 음식들로 가득 찼다.
온 집안은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은 듯 지저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함께 일할 봉사자를 찾았더니 15명이 모였다.
도배지와 장판을 준비한 뒤 하루 날을 잡아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할아버지 집 내부를 수리해드렸다. 온몸에 땀이 뻘뻘 날 정도로 고된 일이었다.
그러나 깔끔하게 변신한 집안을 보신 이 할아버지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너무 좋다. 감사하고, 고맙다"라며 너무 기뻐하던 모습에 녹초가 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어르신을 돕고 나니까 오히려 제가 더 행복한 마음이 생겨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고 했다.
알지도 못하는 할아버지를 돕겠다고 선뜻 나설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21살까지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면서 어르신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있었던 것 같다"고 그는 답했다.

누군가를 돕는 봉사의 기쁨을 알게 된 그는 2017년 11월부터는 지인 7명으로 '한사랑길 봉사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봉사를 시작했다.
도배, 미장, 새시 등의 기술을 가진 이들이 봉사단에 합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봉사단은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어디든 찾아갔다.
주거지인 장안구를 주 무대로 하면서 팔달구와 의왕시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해온 집수리 봉사만 59차례에 이른다.
진정성 있게 봉사해오다 보니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에 대한 이웃의 제보가 이어졌다.
인터뷰하기 직전에도 "연무동 반지하 집에 사시는 할아버지 집이 엉망인데, 도배와 장판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도움 요청만 기다리지 않고 도와줄 이웃을 직접 찾아다니기도 한다.
음식점 점심 영업이 끝나고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오후 2시 20분부터 5시 사이에 마치 순찰하듯 동네를 걸어 다니며 주변 노인들의 삶을 살피고 있다.
지난해엔 집수리 봉사 와중에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요양원과 독서실에서 소독약을 살포하는 방역 봉사도 했다.
최근엔 일시적인 위기 가정, 1인 가구 등 긴급하게 먹을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나누는 공유냉장고를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도 하고 있다.
식당 앞에 설치된 공유냉장고에는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가져온 음식물이 들어있는데, 절반 이상은 그의 식당에서 만든 반찬과 국이다.
코로나19로 식당 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유냉장고 안의 음식을 가져가 맛있게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했다.
가족들의 반응을 묻자 그는 "봉사를 하고 나서 자식들이 저를 존경하더라"며 "지금은 가족이 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고 말했다.
남편도 봉사단원들이 힘든 집안 수리를 마치고 오면 식당에서 저녁을 만들어 주고 술도 내놓으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봉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참여를 해보라"고 권했다.
그는 "현장에 가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봉사의 대물림'을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우리 봉사단에 20대 젊은이 2명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참 대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고령자가 젊은이에게 봉사를 물려주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제 바람이 이뤄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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