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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한글’, 바르게 쓰는 것도 역사적 책무
 한글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노력 무엇보다 필요
2020-10-06 15:48:24최종 업데이트 : 2020-10-07 14:04:4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일제강점기 민족말살 통치로 '조선어 교육 폐지'가 실행됐다. 왼쪽 책은 당시 조선어 교육 폐지 전 교재이고, 가운데와 오른쪽 책은 일본어 상용 시대의 국어 교과서(그때는 일본어가 국어). 이 시절에는 한글날 행사도 할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민족말살 통치로 '조선어 교육 폐지'가 실행됐다. 왼쪽 책은 당시 조선어 교육 폐지 전 교재이고, 가운데와 오른쪽 책은 일본어 상용 시대의 국어 교과서(그때는 일본어가 국어). 이 시절에는 한글날 행사도 할 수 없었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는 날이다. 제574돌을 맞는 한글날은 2005년 국경일로 승격되었고, 2013년부터 공휴일로 지켜지고 있다.

  한글날을 맞이해 새겨 봐야 할 것이 있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신 날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는 훈민정음 반포 기념일이다. 한글날은 일제강점기에 시작했다. 1926년 11월 조선어연구회를 중심으로 매년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해 기념한 것에서 유래됐다.

당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지 못했고, '한글'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때다. 그러다가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을 바꿨다. 1934년부터는 양력 10월 28일로 바꾸고, 1937년까지 기념식을 시행했다. 그러나 일제가 모든 관공서에서 일본어만 쓰게 하고, 학교에서 우리말을 아예 못 쓰게 하는 등 민족말살 통치가 심해지면서 기념식도 이어가지 못했다.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고, 여기 말문에 적힌 '음력 상한'에 근거하여, 1945년부터는 10월 9일로 기념하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지 80주년 되는 해의 한글날을 앞두고 언어생활을 돌아보면 안타까운 면이 많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 칠보산은 도심의 허파 같은 곳이다. 주민들은 이곳에 가족과 함께 많이 오른다.

우선 정상에 '칠보산 유래' 안내판에 맞춤법이 틀리다. '잡을려고'는 '잡으려고'가 바른 표기다. '-으려고'는 어떤 행동을 할 의도나 욕망이 있음을 나타내거나 곧 일어날 움직임이나 상태의 변화를 나타내는 연결 어미다. 피동형 '불리었다/불리게'도 '불렀다/부르게'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 우리말은 능동형이 자연스럽다.
 
'칠보산 유래' 안내판. '잡을려고'는 '잡으려고'가 바른 표기다. 연결 어미 '-을려고'는 '-으려고'의 비표준어이다. 피동형 '불리었다', '불리게'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칠보산 유래' 안내판. '잡을려고'는 '잡으려고'가 바른 표기다. 연결 어미 '-을려고'는 '-으려고'의 비표준어이다. 피동형 '불리었다', '불리게'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주변에 간판도 부끄럽다. '암'과 '돼지'를 합성어로 쓰면 과거 언어 습관 때문에 히읗이 개입한다. 그래서 '암퇘지'가 바른말이다. 옷 수선집의 '메무새'는 '매무새'로 바로 잡아야 한다. 모음 발음 때문에 종종 표기가 틀린다. 아파트 화단에 '잔듸 보호'라는 팻말을 봤다. 역시 '잔디'가 바른 표기다.

길거리 표지판, 광고판 등은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다. 오류가 무의식적으로 학습될 수 있으므로 바른 표기를 위해 힘써야 한다.

길거리 표지판, 광고판 등은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어 있다. 오류가 무의식적으로 학습될 수 있으므로 바른 표기를 위해 힘써야 한다

 
세류동에 있는 '햇님 유치원'은 '해님 유치원'이 바르다. '해님'은 합성어가 아니다. 접사 '-님'이 붙은 파생어이다. 이때는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이 표기를 오랫동안 보고 클 것인데 걱정이다. '순대'와 '국'이 만나면 합성어이기 때문에 '순댓국'이라고 써야 한다. 간판에 이렇게 표기한 집이 드문 것이 우리의 언어 현실이다. 

 외래어 표기법도 지켜야 한다. 송죽동 '로얄○○○'라는 아파트가 있다. 금곡동에도 같은 이름의 오피스텔이 있다. 여기서 '로얄'은 국어사전에 없다. '로열-'이 나오니, 이렇게 써야 한다. '악세사리'도 '액세서리'가, '화이팅'은 '파이팅'이 국어사전에 실려 있다.

외래어는 다른 나라의 말을 일컫는 외국어와 구별된다. 다른 나라와 사회・문화적으로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들어왔지만, 국어 안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면서 국어 어휘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과정에 발음과 표기를 제각각으로 한다면, 혼란스럽고 복잡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혼란을 피하려고 외래어 표기법을 정했다. 외래어는 국어다. 따라서 국어의 음운과 문법 체계가 반영되어 있고, 국어사전에 실려 있다. 외래어 표기법은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로마자 표기법과 함께 국어의 4대 어문 규정에 들어간다.

외래어는 국어다. 이 역시 국어사전 등을 확인 후 표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외래어는 국어다. 이 역시 국어사전 등을 확인 후 표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예 외국어를 간판 등에 쓰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외국어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의 언어다. 우리가 쓸 필요가 없다. 외국어 중에는 영어가 많이 보인다. 금곡동에 있는 경로당은 'SILVER HOUSE'라고 썼다. 하단에 조그맣게 경로당이라는 표기를 했지만, 이런 표기는 오히려 초라하다. 동네 가게에도 영어 간판을 단 곳이 많다. 어떤 곳은 무슨 장사를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학문적인 이유나 기타 특별히 이해를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삼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최근 페이스북 등에 본인의 이름을 영어(로마자 표기)로 드러낸 사람이 많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하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외국어 간판은 심각한 문제다. 외국어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의 언어다. 우리가 쓸 필요가 없다.

외국어 간판은 심각한 문제다. 외국어는 말 그대로 다른 나라의 언어다. 우리가 쓸 필요가 없다


 호매실동에 거주하는 이○경 씨는 "영어로 쓰여 있는 간판 중에는 너무 어려운 표현 등이 있어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조차 바보로 만들고 있다. 문자란 소통을 위한 도구인데, 오히려 불통의 도구다"라는 지적을 했다. 

 다행히 주변에 아름다운 우리말 표기의 간판이 보인다. 정자동에 있는 미술 학원은 '그리고, 봄'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여기에는 '생각은 그리고 상상을 바라봅니다'라는 설명이 있다. '그리고'는 '(그림을)그리다'의 어간에 어미를 연결한 것이고, '봄'은 '보다'의 명사형이다. 간판의 의미와 학원의 기능이 바로 연결된다. 순우리말로 이름을 만들어서 좋고, 동음이의어로 계절 '봄'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정감이 간다. '자연을 담은 떡' 역시 정자동에 있다. '자연을 담은'이라는 표현에서 건강한 먹거리 느낌이 난다. '물빛 찬 공원'은 금곡동에 있다. 공원의 아름다움은 물론 깨끗함까지 담고 있는 이름이다.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은 자부심이 느껴지고, 정감이 간다.

아름다운 우리말 간판은 자부심이 느껴지고, 정감이 간다

 
우리말은 우수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세계 어느 나라의 언어도 의사소통만 원활하다면 우수한 언어다. 그러나 문자는 다르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인 문자다. 따라서 한글은 우수한 문자다. 한글이 우수한 문자라는 것은 컴퓨터 시대에도 증명되고 있다. 구글의 슈미츠 회장이 "디지털 시대에 한글이 더욱 빛나고 있다. 컴퓨터 자체가 서양에서 개발되어 로마자 알파벳과 잘 어울리는 듯하지만, 한글이 더 잘 어울린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컴퓨터 보급률이나 인터넷 활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한글의 과학성 때문이다. 한글의 과학적 체계가 컴퓨터 원리에 잘 들어맞은 것이다. 

 구한말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온 헐버트는 "한글은 대중 의사소통의 매개체로서 로마자 알파벳보다 우수하다"고 했다. 영국의 역사가 존맨은 한글을 '인류 문자의 꿈'이라고 했다. 노벨문학상 작가 르클레지오는 "말만 있고 문자가 없는 소수언어를 보존하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모든 소수언어는 한글로 쓸 수 있기에 한글 교육은 분명 세계적 의의가 있다"고 했다. 한국 대사를 지낸 미국인 스티븐스는 "한국인들은 한글의 아름다움과 창의성을 전 세계인들과 나눠야 한다. 그것은 한국 문화의 힘에 대해 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언어학자들과 석학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하고 있다. 한글은 역사적으로도 위대한 기적의 문자다. 한글은 소외층이나 하층민을 배려해서 만든 문자다. 세종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꿈이 담긴 문자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이런 맥락과 관련이 있다.

 한류 문화 바람으로 지구 곳곳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겠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최악의 사태에 빠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방역에 성과를 내고, K-방역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K-방역으로 한국의 모든 문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제 한글은 한국인만의 문자가 아니다. 공동의 문화를 누리기 위해, 함께 배워야 하는 문자다. 

 한글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 단어 철자는 틀리면 부끄러워하면서 한글 맞춤법은 틀리면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너스레를 떤다. 심지어 정서법이 틀린 것을 지적해 주면 '꼰대'라고 비아냥댄다.

 맞춤법을 모르면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 정서법을 공부하는 문화가 퍼져야 한다. 영어로 도배하는 광고판도 우리가 배척하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상품 불매 운동이라도 하면서 바로 잡아야 한다. 한글날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의 하나로 시작됐다. 그때 목숨을 걸고 한글과 우리말을 지키려 했던 선조의 뜻을 생각하는 언어생활이 필요하다.

한글날, 훈민정음, 세종댕왕,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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