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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길에서 마음의 백신을 맞다
도심 속 도량, 봉녕사를 거닐다
2021-07-19 13:48:35최종 업데이트 : 2021-07-19 13:48:5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일주문은 산사 처음에 있는 문이다. 산과 사찰 이름을 나란히 거는데, 둘의 유기적 관계를 드러낸다. 봉녕사도 광교산에 있는 산사라는 의미다.

일주문은 산사 처음에 있는 문이다. 산과 사찰 이름을 나란히 거는데, 둘의 유기적 관계를 드러낸다. 봉녕사도 광교산에 있는 산사라는 의미다


수원의 속살을 볼 수 있는 팔색길을 자주 걸었는데, 요즘은 더워서 쉬고 있다. 그 대신 가고 싶은 곳을 띄엄띄엄 찾는다.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나선다. 4코스 여우길은 봄, 가을에 자주 걸었다. 광교 호수 공원이 있어 자주 갔다. 팔색길이 저마다 매력이 있지만, 여우길은 그중 으뜸이다. 여우길이라는 이름에서 느끼듯, 이곳은 실제 여우가 살았다고 한다. 이 말은 여우가 살 정도로 숲이 많았던 곳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은 불볕더위가 세상을 덮었다. 코로나19는 델타 변이로 더 거세졌다. 갈 곳도 마땅하지 않다. 길을 가다가 봉녕사로 방향을 틀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경험하고 싶었다. 일상이 힘들고 지칠 때는 새로운 곳에 가면 낯선 풍경이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한다.

봉녕사에서 처음 마주하는 것이 일주문이다. 일주문은 산사 어디를 가도 입구에 있다. 일주문은 말 그대로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다는 뜻이다. 네 개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는 것이 보통인데, 이 문은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어서 생긴 이름이다. 

일주문은 일심을 상징한다. 청정한 도량에 들어가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말끔히 씻고 일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찰 금당에 안치된 부처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는 수행자는 먼저 지극한 일심으로 부처나 진리를 생각하며 이 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문에 사찰 현판을 걸 때 산과 사찰 이름을 나란히 건다. 예를 들어 '속리산 법주사', '두륜산 대흥사'처럼 산 이름과 사찰 이름을 쓴다. 이는 산사가 산에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산과 산사의 유기적 관계를 드러내며, 종교적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는 깊은 의미도 있다. 

봉녕사는 도심 한가운데 있어 산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도 광교산 기슭이다. 도시 개발로 산의 모습이 일부 없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봉녕사 일주문에도 사찰의 격을 나타내는 산 이름이 들어가 있다.
범종각.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의 사물이 있다. 사물은 한 중생도 빠짐없이 제도하고자 하는 불교의 자비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범종각.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의 사물이 있다. 사물은 한 중생도 빠짐없이 제도하고자 하는 불교의 자비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주문을 지나 절 안으로 들어가는데,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하다. 숲길은 마치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다. 짙푸른 녹음이 하늘을 가려 더위를 잊는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와 마음이 상쾌하다. 나무들이 뿜어대는 피톤치드와 시원한 그늘에 몸이 가벼워진다. 새소리도 크게 들리고, 이름 모를 벌레 소리도 귓가를 때린다. 걸음도 저절로 느려진다. 

안에 드니 깔끔하게 정돈된 산사가 눈길을 부드럽게 한다. 가운데 분수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고 거기에 햇살이 어울려 무지갯빛이 어른거린다. 인공적으로 만든 연못이라 화려해 보이지만, 주변의 울창한 나무숲을 짓누르지 않는다. 대웅전을 비롯해 약사전, 선원, 강당, 종무소 등이 웅장하다. 겉모습과 꾸밈새 등이 나이가 많지 않은 듯하지만 모두 수백 년 숲을 배경으로 앉아 있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숲속의 고즈넉한 풍경에 눈을 감는다. 일상의 힘듦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봉녕사는 수원에서 오래된 역사를 지닌 불교문화 공간이다. 고려 희종 4년(1208)에 원각 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용주사의 말사다. 1971년에 비구니 묘전이 좁은 도량을 확장하여 별당과 요사채를 신축하고 선원을 개원하였다. 1979년에는 묘엄이 주지로 부임하여 승가 학원을 열었고, 현재까지 도제 양성의 중심 도량이 되고 있다.
 
절 한가운데 있는 종교 장식물. 주변에 꽃과 나무가 어울려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풍경에 젖어 든다.

절 한가운데 있는 종교 장식물. 주변에 꽃과 나무가 어울려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풍경에 젖어 든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대적광전이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왼쪽으로 약사보전 오른쪽으로 용화각이 웅장하게 보인다. 그 아래 청운당과 향하당이 같이 버티고 있다. 약사전에는 탱화(경기도 유형문화재) 등이 있다는데 문이 닫혀 있다. 갑자기 찾아온 방문객으로 탱화까지 보겠다는 욕심은 접기로 한다. 오늘은 조용한 방문객으로 숲에서 쉼을 즐기고, 탱화를 보는 것은 다음으로 남겨둔다. 

절터 한가운데 범종각이 있다.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의 사물이 함께 있다. 사물은 한 중생도 빠짐없이 제도하고자 하는 불교의 자비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종교 없는 사람도 여기서 녹색 휴식을 즐기고 있으니,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아닐까. 


사찰의 전각들이 꾸밈새로 보아 나이가 많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모두 수백 년 숲을 배경으로 앉아 있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사찰의 전각들이 꾸밈새로 보아 나이가 많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모두 수백 년 숲을 배경으로 앉아 있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

 

수원은 유교와 관련된 종교문화재가 많다. 종교라고 하니까 익숙하지 않은데 어쨌든 화성이 모두 유교 문화재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불교 문화재에 관심을 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원의 불교문화재단은 봉녕사를 비롯해 조원동의 청련암, 팔달로의 팔달사, 상광교동의 법성사, 칠보산의 용화사 등이 있다. 멀리는 용주사도 수원의 역사가 담긴 불교 문화재다. 

봉녕사는 도심 가운데 있어서 친숙하다. 특히 이 절은 선원과 강원을 함께 갖춘 비구니의 수련 도량으로 특색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심 절이지만 템플스테이도 하며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사찰 음식관을 운영하며 사찰 음식의 대중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도심에 있는 절답게 사찰 음식관을 운영하며 사찰 음식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도심에 있는 절답게 사찰 음식관을 운영하며 사찰 음식의 대중화에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다시 변이 바이러스로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한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웃 간에 마음의 문까지 닫는 것은 아닌가. 그동안 모임도 못 했는데, 여름철 휴가도 갈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이 특정 세대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세대 갈등 계층 갈등까지 겪고 있다. 이 모두가 코로나19로 마음의 상처가 많다는 의미다.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정서적 교류만으로도 즐거웠는데, 그런 것을 못 하고, 더위까지 덮치면서 지쳐버린 탓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 국가적으로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는데, 몸의 면역력 강화만큼 마음의 면역력도 필요하다. 백신이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마음을 가동해 예전처럼 살기 위해서는 마음의 백신도 준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잠시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다. 도시를 떠나 멀리 산으로 들로 가는 여행이 아니어도 좋다. 주변 공원과 산 등에서 숲길을 가볍게 걸어보면 어떨까.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쉬다 보면, 고단함도 씻고, 나를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숲이 주는 청청한 기운을 받아보자.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팔색길, 여우길, 봉녕사, 휴가, ,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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