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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공동체 교육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영어읽기모임, 글쓰기 모임, 독서동아리(독서토론) 무엇이든 가능한 온라인 세계
2021-08-31 12:53:39최종 업데이트 : 2021-08-31 12:54:44 작성자 : 시민기자   서지은
줌으로 하는 독서동아리 활동 모습

줌으로 하는 독서동아리 활동 모습



영어 읽기 모임-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비대면 습관만들기 모임
'매일 하루 한 문장 이상 영어 읽기 같이 하실 분 모집합니다.'
아파트 단체 채팅 창에 올라온 메시지를 보고 8명이 모였다. 나이도 다르고, 영어 레벨도 다르고 심지어 얼굴 한 번 못 본 사이지만 이들은 같이 영어 읽기 모임을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단체 채팅 방에 이야기하면 과연 손들 사람이 있을지 두려웠다. 하루 한 문장이라도 영어책 소리내어 읽는 걸 아이랑 하고 싶은데 혼자 하는 건 자꾸 빼먹게 되니까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었다. 서로 응원도 해 줄 수 있고 자극도 될 것 같았다"(김소영, 매탄동)

영어 읽기 모임은 50일 단위로 진행된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 아이가 읽은 영어책 문장 혹은 단어, 책 전체 어떤 내용이든 영어를 읽은 음성 파일을 단체 채팅방에 올려 인증하면 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결석하는 경우 1회당 천원의 벌금이 있었고, 50일 후 벌금을 모아서 나눔의 집 같은 곳에 기부를 했다. 

"50일하고 일주일 정도 쉬었다 다시 50일하고 하면서 지금까지 1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어떤 분은 같이 하다 아이가 힘들어해서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분이 들어오기도 했다. 지금은 6개월 넘게 멤버가 고정됐다. 다들 빠지지 않고 습관처럼 잘 진행하고 있어서 이제 벌금은 걷지 않고 있다"(김소영)
 


영어 읽기 모임원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녹음파일로 인증하는 모습

영어 읽기 모임원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녹음파일로 인증하는 모습

 
코로나 상황이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모여도 좋으련만 '50일 영어 읽기 모임'을 하는 사람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도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 했다. 느슨하게 함께 하는 비대면 공부 모임이다. 50일 동안 결석 없이 진행하면 용돈을 주거나 원하는 걸 사주겠다는 약속 때문에 시작해서 영어 책읽기가 습관이 되기까지 함께 하기의 힘이 컸다.

이러한 습관만들기 모임을 위한 온라인 모임들은 보통 온라인 업체를 통해 진행되거나 독립서점과 같이 문화 공간에서 진행되는데 이 경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또 후속 모임으로 이어지기도 어렵고 정해진 기간 동안만 유대관계가 이어진다. 이와 달리 같은 아파트 단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영어 읽기 모임은 비록 만나지는 못했지만 물리적으로 같은 근거리 공간에 있다는 것이 온라인 모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온라인이지만 언제든 오프라인으로 연결될 수 있는 모임이기에 느슨하지만 지속적으로 모임이 이어져 오고 있다.

글쓰기 모임 돈 내고 안 해도 됩니다
광교에 사는 손소은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가 글쓰기를 좋아해서 지난 해 '30일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 글쓰기 수업은 일정 비용을 내고 30일 동안 선생님이 주제를 주고 학생들이 글을 쓰면 선생님이 코멘트를 달아주는 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시기 대면 수업이 힘들어지자 틈새 시장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새로운 사교육이다.

"30일 글쓰기 수업을 한 번 듣고 나서 보니까 선생님이 특별히 해주시는 건 없었다. 아이가 쓴 글에 달아주시는 코멘트가 아이가 쓴 글에 대한 공감과 반영 정도여서 그건 저도 해줄 수 있는 건데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같은 말도 선생님이 해주는 것과 엄마가 해주는 걸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한 번 더 들었는데 아무래도 비용을 지불하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궁리를 했다"(손소영, 이의동)

손소은 씨는 평소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글쓰기 모임을 같이할 친구들을 모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친구들 15명이 모였다. 수업료를 내는 글쓰기 모임에서는 선생님이 주제를 주었지만 온라인 카페 글쓰기 모임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주제를 냈다.


카페에서 글쓰기 모임에 아이가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모습

카페에서 글쓰기 모임에 아이가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모습






"아이들인 친구들이 어떤 주제를 냈는지, 자기 주제에 친구들이 어떤 글을 쓰는지 관심이 크다는 걸 알았다. 글쓰는 데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친구들 글에 댓글을 다는 데 이 활동이 현재 글쓰기 모임의 핵심이다. 엄마 아이디로 접속하기도 하고 고학년은 본인 아이디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자신의 글에 친구들이 무슨 댓글을 달아줄지 그 기대 때문에 글을 쓰고 있다"(손소영, 이의동)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글쓰기 모임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온라인 글쓰기 모임은 사교육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온라인 카페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은 아이들이 스스로 주제를 내고 댓글을 달면서 글쓰기의 핵심인 자발성이 주축이 되고 글을 쓸 때 독자 반응을 고려하는 활동까지 하고 있다. 
 
인쇄매체를 통해 글을 발표하는 것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글쓰기를 할 일이 많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글은 금방 휘발 되고 내용이 진지하지 못하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변화된 시대에 온라인 글쓰기 방식은 거부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글을 읽고 실시간 반응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자신도 적극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새로운 글쓰기 패러다임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sns가 기본인 세상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의 글에 반응하는 것이 기본인 세상에서 아이들이 양육자와 함께 좋은 경험, 긍정적인 경험으로 온라인 글쓰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손소영, 이의동)

현재 온라인 글쓰기 모임은 네이버 카페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에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모임원 모집은 끝났고 내년 1월에 새로운 멤버를 모집한다. 매 회 15명~18명 인원을 모집해 아이들이 각기 주제를 한 개씩 내고 일주일에 1번 글쓰기를 진행한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관심있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양육자는 22년 1월에 알람을 해 놓자.
 

글쓰기 모임에서 댓글로 아이들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

글쓰기 모임에서 댓글로 아이들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



독서클럽 줌으로 해보니 좋아요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 되면서 아이들의 줌 사용 능력이 향상됐다. 스스로 배경화면을 바꾸고 영상 공유가 안 되면 화면 공유를 중지한 뒤 소리 공유만 해보는 등 아직 줌을 한 번도 안 해 본 어른들이 보면 놀랄 노자다. 

"아이 또래 친구들 중에 독서논술 학원을 다니거나 소규모 과외 수업을 받는 친구들이 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벌써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우리 아이도 독서동아리, 독서클럽 같은 걸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동주 씨는 초등학교 3학년 자녀가 방학 동안 친구들과 독서클럽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변 친구들을 모았다. 사기업에서 독서토론 수업 강사로 수업을 하고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전공 수업을 하고 있는 신동주 씨지만 이  모임에서는 선생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아니면 저희 집에 아이들을 불러놓고 과자랑 간식을 주면서 신나게 놀면서 같이 책 보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시간을 가질텐데 그게 안 되니까 온라인으로라도 해 보자 싶어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

아이들이 직접 한 명씩 자신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추천한다. 책을 추천한 아이는 책을 읽고 친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이야기 꺼리도 스스로 만들어 본다. 이 과정에서 양육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신동주 씨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런 형식으로 아이들은 8월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오전에 만났다.

"첫 날에는 서로 처음 보는 친구도 있고 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말이 별로 없었다. 한 아이는 세 번째 모임이 되어서야 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채팅으로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정한 책으로 아이들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니까 한 주 한 주 시간이 지날수록 금방 친해지더라. 각자의 속도에 맞게 각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다"

줌으로 방학 동안 진행된 독서클럽 모임은 한 번에 40분에서 1시간 내외로 진행됐다. 일반 독서논술 학원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신동주 씨가 진행에 도움을 주되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40분은 짧아도 농도가 진하다. 

"원래는 방학에만 진행하고 다음 겨울 방학에 다시 만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아이들이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학기 중에도 매월 초에 만나기로 했다. 책을 매개로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아이들이 평소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 같아 기쁘다. 다른 분들도 주위 친한 친구들과 서너명과 모임을 만들어 시작해 보길 권한다. 처음에는 헤맬 수 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신동주 씨는 본인이 독서토론 강사기 때문에 모임이 가능한 게 아니라고 한다. 누구나 모임을 만들 수 있다며 아이들을 믿고 시작해 보길 권했다.

 
줌으로 하는 독서동아리 활동 모습

줌으로 하는 독서동아리 활동 모습

 
스마트 폰이 대중화 된 이후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 세대라고 한다. 이들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은 잘 이용하면 득이 되고 잘못 이용하면 독이 된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온라인이 일상화된 지금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 틈새 시장을 이용해 유명 작가를 초청해 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고, 100일 글쓰기 모임처럼 기존 오프라인 모임에서 했던 걸 온라인에서 (비용을 받고)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소개한 3개의 모임은 형식 자체는 새롭지 않다. 기존 온라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임이다. 차이점이라면 비용없이 자발적으로 오프라인 기반을 가진 지인들이 만들었다 점이다. 즉, 온라인에 나오는 다양한 콘텐츠를 벤치마킹해 만든 새로운 자발적 자조모임이다. 

그동안 공동체 활동, 자조모임은 대면으로 진행됐다.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마을 미디어 공동체, 따복지원사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는 코로나로 이런 많은 인원이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은 불가능하다. 사적 모임이 제한될수록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싶다. 어느 때보다도 연결되고 싶은 지금,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소통하며 함께 목표를 이루어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품앗이 모임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제시한다. 비대면 교육 품앗이 모임에서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도 우리가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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