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아웃사이더? 이곳에선 우리가 주인공!
물고을대안학교, 아이들 지도하며 끌어안아…대학 진학까지 이끌어
2019-12-03 15:39:38최종 업데이트 : 2019-12-03 15:43: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
교동에 위치하는 물고을대한학교 학창시절을 돌아볼 때 유난히 돋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성적도 좋고 재능도 많은 늘 칭찬과 소문이 자자한 이른바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불리는 우등생. 하지만 그런 우등생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졸업하면 기억에 잊히는 일반 대다수 학생들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여기 모두가 주인공인 학교가 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학교.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곳이다.교동에 위치한 물고을대안학교는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수원시 위탁대안교육기관이다. 경기도에서는 26곳 정도 운영되고 있고 물고을대안학교는 그 중 한 곳이다. 낮에는 물고을대안학교로, 밤에는 수원시민학교로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밤낮없이 운영되는 시민학교다. 위탁대안교육기관에서 위탁은 학생이 재적학교(학생이 원래 다녔던 본교를 의미함)에서 학교 밖에 있는 학교로 위탁을 보낸다는 뜻이다. 또 대안은 일반적인 학교 수업에서 벗어나 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과목을 가르치면서 '대안적 교과'를 다룬다. 학생은 일정 기간 대안학교를 다닌 후에 일정기간 만료되면 재적학교로 돌아가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고을대안학교 김무영 교장은 "대안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보통 두 가지 경우다. 보통은 재적학교에서 담임교사나 상담교사가 퇴학 혹은 전학 직전인 학생에게 위탁 학교를 가볼 것을 권한다. 하지만 때로는 학부모가 찾아보고 학교에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한다. 물고을대안학교 교사실 물고을대안학교는 기본교과 외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과목이 주를 이룬다. 올해는 드론, VR, 3D 프린팅 수업이 이루어졌다. 김 교장은 "주로 인근에 있는 기관과 협력해 수업을 계획한다"고 말한다. 수업 과목선정은 기자재, 강사, 장비 등 교과목이 되는 조건을 선별한다. 마침 같은 건물 3층에 관련 교육기관이 있어 강사, 교실, 장비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인근에서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카페와 연계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재료비가 들어가는 바람에 폐강됐다. 하지만 지역에 있는 기관과 협력해 이루어지는 수업은 학생들이 학교 밖을 벗어난 학생들에게 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수원시평생학습관,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여성가족회관, 경기상상캠퍼스 등 지역에 있는 기관들이 협조할 방안도 구상중이다. 대안학교 설립 당시 추구한 방향성인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실제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 물고을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수는 총 7명(고3이 4명, 고2가 3명)이다. 인원수는 적지만 재적학교에서 퇴학 직전에 있었던 학생들이라 관리가 쉽지 않다.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 적응해나가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존재들이라고. "힘든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수업과 학생지도가 있다. 사실 이곳에 오는 많은 학생들이 재적학교에서는 학습에 흥미가 없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 학습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학습 결손으로 이어진다. 대안학교는 기본 교과를 최저단위(1단위는 1주일 1시간 수업시간을 의미함)만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참여의지가 낮다. 교사들은 수학은 퀴즈로 대체하거나 국어는 꽃과 관련된 시를 찾고 시어를 골라 시를 짓게 하는 등 대안적 요소를 넣어 수업을 진행한다. 또 지각이나 조퇴, 결석 등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김무영 교장) 물고을대안학교 교실 하지만 학생들이 물고을대안학교에서 교사와 부대끼며 조금씩 변화를 보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임향숙 교사는 "학생이 언행이나 태도에 변화가 있거나 학습하면서 새롭게 흥미를 가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때로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돈 벌어서 찾아오겠다"고 말하는 기특한 학생들도 있다고.재적학교에서 방황하다 온 학생들이라 대안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을 매일보고, 갈등하고, 해결하는 이 과정들을 오랜 시간 반복해야 아이들이 비로소 품 안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그만큼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왜 이런 수업을 들어야 하냐고 화를 내기도 하며 반항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 애쓴 덕분일까. 지금은 말도 통하고 수긍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한다. 대안학교에서 안정적인 생활이 이어지면서 특히 대입을 앞둔 고3 학생 2명은 대학을 진학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삼본공고에 재학하다 온 한 학생은 자동차를 파는 딜러가 되겠다는 진로를 잡고 유일하게 딜러학과가 있는 경산 대경대에 합격했다. 또 삼일상고에서 온 한 학생은 다른 진로를 꿈꾸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물고을대안학교에서 피아노를 마음껏 연습할 시간을 준 결과 피아노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현실이지만 면접부터 실기 관리까지 챙겨주는 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우리가 주인공이었던 학교'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부분 학생들은 재적학교에서 일명 아웃사이더로 불린다. 학교에서는 관심 밖의 아이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자신이 주인공이니까 뭔가를 하려고 할 때가 있다. 지난 미디어 수업 때에는 공개방송을 통해 각자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아마 재적학교에 있었다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나서고 주로 뒤에서 구경만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모두가 주인공인 이상적인 학교를 실현하고 있는 물고을대안학교다.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