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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등대, 부산 끝자락에서 맛보는 평온함
2016-07-11 07:30:03최종 업데이트 : 2016-07-11 07:30:03 작성자 :   연합뉴스

가덕도등대, 부산 끝자락에서 맛보는 평온함_1
사진/임귀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가덕도는 부산 최남단에 길쭉하게 자리한 섬이다. 남쪽 끝자락의 가파른 절벽 위에는 등불을 처음 켠 지 100년이 넘은 등대가 서 있다. 가덕도 등대에 오르면 투명하고 푸른 바다와 파도가 부서지는 기암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가덕도등대는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다리가 부산과 거제도를 잇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부산에서도 남쪽 끝에 있어 거리가 멀기도 하지만 군부대 검문소 두 곳을 지나야 한다. 물론 방문하기 일주일 전쯤 허가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가덕도등대는 방문객을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등대를 향해가는 길에서는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펼쳐지고 고즈넉한 포구와 마을이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또 등대와 주변은 아름답고 평화롭기 때문이다. 등대와 함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다른 등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다.

가덕도에 진입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대항마을과 외양포마을을 차례로 지난 뒤 가파른 언덕을 올라 구불구불 좁은 산길을 10여 분 정도 달리자 철망 문이 가로막는다. 위병소에서 출입 허가를 확인하고 다시 나무 그늘 시원스런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10여 분 가자 또다시 철조망이 막아선다. 신원을 확인하고 주의사항을 들은 후에야 마침내 철망 문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가덕도등대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하는 길이었다.

◇ 오얏꽃 문양 새겨진 옛 등대

장병 생활관을 오른쪽으로 끼고 비탈을 오르자 이내 새하얀 외관이 눈부신 등대 두 개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나란히 서 있다. 등대는 가덕도의 남쪽 끝자락 가파른 단애 위에서 남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으로는 남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작지만 단아하고 기품 있는 옛 등대 앞에서 올려다보자 사각형 단층 위에 세워진 8각형 고딕 양식 등탑이 중세 유럽의 성벽과 망루를 연상시킨다. 1m쯤 돌출된 목재 현관 상부의 박공지붕 중앙에는 조선 왕실의 상징인 오얏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나라를 통째로 빼앗길 시기에 자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렇게나마 드러냈다고 한다.

등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왼쪽에는 예전 사무실 공간이 있고, 오른쪽에는 왜식 여닫이문이 달린 관사가 있다. 관사에는 다다미가 깔린 방과 오래된 솥단지가 놓여 있는 부엌, 대형 가마솥 욕조가 있는 욕실 등이 있어 옛 등대원과 가족의 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우리 전통과 일본식이 혼합된 구조라는 것이 흥미롭다. 건물 중앙 철제 층계를 오르면 등탑이다. 층계를 오른 후 사다리를 통해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은 통로를 오르면 이내 등명기가 있는 곳이다. 어떻게 근무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내부가 비좁다. 하지만 창밖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시원스럽다.

가덕도등대, 부산 끝자락에서 맛보는 평온함_1
사진/임귀주 기자

◇ 환상적인 풍광 펼쳐지는 새 등대

2002년부터 불을 밝힌 새 등대는 높이 40.5m로 울산에 있는 화암추 등대(44m)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다. 등명기가 있는 곳까지는 빙글빙글 계단을 턱에 숨이 닿도록 올라야 한다. 다리에 알이 밸 정도로 힘들지만 정상에는 특별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 드넓은 쪽빛 바다와 주변의 섬, 기암절벽이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옛 등대 아래로는 100주년 기념관이 자리한다. 이곳에는 등대기념관과 숙박 체험 숙소가 있다. 등대기념관에는 가덕도 등대에 관한 안내판과 항로표지용 등명기 렌즈들이 있다. 또 가덕도의 역사와 유적, 옛 가덕도 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생활용품과 집기가 전시돼 있다. 숙소는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커다란 원룸형으로 등대와 하룻밤을 지내며 해넘이와 해돋이를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가덕도등대, 부산 끝자락에서 맛보는 평온함_1
사진/임귀주 기자

◇ 고즈넉한 외양포마을과 즐거운 송도해변

가덕도등대를 오가는 길에 들르게 되는 외양포마을은 근대사 여행지로 돌아볼 만하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평화로워 보이는 해안 마을은 1904년 러일전쟁 당시 마을 주민을 내쫓고 일본군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이다. 마을에는 지금도 화약고, 포진지 등 지난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특히 마을 뒤편 비탈길을 오르면 포진지와 탄약고, 대피소 등 군사시설을 둘러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옛 헌병 막사와 장교 사택 등을 수리해 살아가고 있다. 마을 전체가 해군 소유여서 집을 새로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덕도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등대 여행을 마무리할 장소로는 송도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에는 지난해 설치돼 새 명물로 탄생한 구름 산책로가 있다. 길이 104m 매끈한 굴곡의 구름 산책로 바닥에는 중간중간 강화유리와 철망 구조물이 있어 바닷물이 출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산책로 끝에서는 작은 등대와 바다를 떠다니는 배, 해변을 감상할 수 있다.

가덕도등대, 부산 끝자락에서 맛보는 평온함_1
사진/임귀주 기자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11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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