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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음식> 서민의 삶과 함께해 온 설렁탕
2016-12-15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12-15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원형으로 된 대형 압력솥. 그 안에서 하얀 듯 맑은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다. 안개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설렁탕 국물은 장시간의 인고 끝에 이렇게 태어나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고 위안을 준다. 우리의 일상과 함께해 온 친근한 음식 설렁탕에 깃든 역사와 맛의 비밀을 알아봤다.
설렁탕 음식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1920년대에 발표된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부터 살펴보자. 사회 밑바닥 인생의 팍팍한 삶에 얽힌 애환이 뭉클하게 느껴져서다. 설렁탕은 서민의 대표 음식이 아니던가.
가난에 찌든 채 겨우겨우 살아가는 인력거꾼 김 첨지. 그에겐 병약한 아내가 있었다. 설렁탕 국물을 먹고 싶다는 아내였지만 열흘 동안 단 한 푼도 벌지 못한 김 첨지는 이날도 비참한 신세를 한탄하며 병석의 아내에게 '오라질 년'이라는 욕설을 퍼붓고서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침부터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저녁에 세어보니 당시로는 거금인 30원이 손에 쥐어져 있다. 횡재했다 싶어 기분 좋게 술 한 잔 걸친 김 첨지는 설렁탕을 사서 들입다 집으로 내달린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이란 말인가! 기다리고 있는 건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아내였다. 김 첨지에게 어쩐지 '운수 좋은 날'이다 싶던 이날은 억세게 '운수 나쁜 날'이었던 것이다.
서울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인 설렁탕. 현진건의 소설에서 보듯이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에 설렁탕은 서민들의 삶과 소망을 함축한 탕반의 대명사였다. 일상에서 고기 음식을 접하기 쉽지 않았던 터라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은 고달픈 마음을 일거에 따뜻이 다독여주는 위안의 힘을 담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누구라도 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친근한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 설렁탕의 백미는 뼈다귀 국물, 불 조절이 맛 좌우
설렁탕은 소뼈와 소고기가 중심이 된 탕류 음식이다. 검은 그릇에 담긴 하얀 국물. 여기에는 역시 하얀 색깔의 쌀밥과 소면이 담겨 있어 그릇과 절묘한 흑백 대비 효과를 낳는다. 이와 함께 머릿살과 양지, 만하바탕 등의 고기가 얹히고 대파와 후추, 소금 등의 재료와 양념이 추가되면 특유의 맛깔스러움을 더욱 깊게 한다. 기본 반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로 비교적 소박·단순한 편.
설렁탕의 백미는 역시 맑은 듯 깊은 맛이 느껴지는 뼈다귀 국물이다. 커다란 압력솥에 머리 부위에서 다리 부위까지 소뼈를 담고 물을 넉넉히 부은 뒤 가스 불로 14시간가량 정성껏 끓인다. 무쇠솥에 장작불이나 연탄불을 지폈던 시절에는 이보다 10시간이나 더 긴 꼬박 하루 2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서울의 설렁탕 식당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은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이문설농탕'. 이 식당의 조리실장인 김학주(61) 씨는 "설렁탕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불이에요, 불! 어떻게 끓이느냐가 핵심이지요"라고 비결을 살짝 귀띔한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탕을 끓이고 재료를 넣는 모습에서 장인의 깊은 연륜과 여유가 느껴진다. 김 씨가 설렁탕 조리에 뛰어든 것은 1971년께로, 무려 45년 동안 설렁탕과 함께해왔단다.


<맛난 음식> 서민의 삶과 함께해 온 설렁탕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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