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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서부 기행> 영웅들의 이야기 따라 걷다
2016-07-08 08:00:10최종 업데이트 : 2016-07-08 08:00:10 작성자 :   연합뉴스

<스페인 북서부 기행> 영웅들의 이야기 따라 걷다_1
사진/전수영 기자

(부르고스<스페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스페인 북서부의 카스티야 이 레온(Castilla y Leon)은 중세 스페인의 중심지이다. 아빌라, 부르고스, 팔렌시아, 살라망카, 세고비아, 솔리아, 바야돌리드, 사모라 등 9개의 자치주로 구성됐다. 과거 레온 왕국과 카스티야 라 비에하(Castilla la Vieja·옛 카스티야라는 뜻) 왕국의 영토가 합쳐져 탄생한 곳이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은 스페인 전체 면적의 5분의 1에 가까운 9만4천193㎢에 이른다. 유서 깊은 고장이어서 유적들과 이에 깃든 이야기들이 풍부해 가는 곳마다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매력을 발산한다.

<스페인 북서부 기행> 영웅들의 이야기 따라 걷다_1
사진/전수영 기자

◇ 영웅을 사랑한 도시 부르고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내 부르고스주의 주도 부르고스(Burgos)는 수도 마드리드와 프랑스 접경의 중간쯤에 있어 빌바오, 산탄데르, 로그로뇨, 바야돌리드와 같은 도시에 쉽게 닿을 수 있는 입지를 자랑한다.

이 덕분에 15~16세기 독일, 프랑스, 벨기에 출신의 건축가, 조각가, 장인들이 대거 유입되며 중세 건축과 문화의 꽃을 피웠다.

1221년에 공사를 시작해 1765년에 완성된 부르고스의 산타 마리아(Santa Maria)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14세기에 건축된 성 모양의 입구가 자리하고 있다. 마침 어릿광대들의 가장행렬이 방문자들을 반갑게 맞아 준다.

산타 마리아 대성당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딕 양식의 걸작 건축물이다. 페르디난드 3세(Ferdinand Ⅲ) 통치 기간에 마우리시오(Mauricio) 주교의 주도로 건축이 시작됐다.

성당에는 문이 3개 있다. 남쪽의 사르멘탈 문과 북쪽의 코로네리아 문, 그리고 1516년에 지어진 라 페예헤리아 문. 성당 내부는 중앙 예배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크기의 '카피야'(Capilla)로 불리는 소예배당과 성구 보관실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예배당은 중세에 개인 가문의 기도실과 무덤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천국에 가고 싶은 인간이 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묻히길 바라는 욕망의 소산이다. 특이한 것은 무덤 위 석상이 모두 동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동쪽으로부터 오는 메시아를 영접하기 위한 것이다. 권력과 재력에 따라 소예배당의 크기와 제단 장식 벽 등이 다르다.

성당에서는 뛰어난 건축 구조에 묘지, 성화(聖畵), 제단 장식 벽 등 예술 작품과 소장품이 방문객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성당 서쪽 천장에 걸린 시계 위의 종을 치는 인형이다. '파파모스카스'(Papamoscas · 딱새)란 이름의 이 인형은 시간에 맞춰 종을 울리며 입을 열고 닫는다. 종종 파리를 삼키기도 해 사람들은 '플라이 이터'(Fly Eater)라고 불렀다.

<스페인 북서부 기행> 영웅들의 이야기 따라 걷다_1
사진/전수영 기자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수학한 천재 건축가 디에고 데 실로에의 작품인 '황금계단'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현재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스페인을 침략한 프랑스의 나폴레옹 황제가 이 계단을 마지막으로 내려왔다고 전한다. 계단 위 문은 성당 북쪽의 언덕길과 이어진다.

중앙예배당 마우리시오 주교의 청동묘 밑에는 스페인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엘 시드의 무덤이 있다. 그는 카스티야의 귀족이자 장군이었으며 발렌시아를 정복한 통치자였다. 스페인이 기독교인과 무어인의 나라로 양분된 11세기, 그는 기독교 전사와 이슬람 왕조의 용병을 오가며 명성을 쌓은 뒤 발렌시아를 정복해 실질적인 통치자가 된다. 1099년 북아프리카의 무라비트 왕조(이슬람)의 침략에 맞선 전투에서 화살을 맞아 전사한 엘 시드는 그의 아내 히메나에 의해 부르고스에 묻혔다. 엘 시드의 전설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찰턴 헤스턴과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안소니 만 감독의 영화 '엘 시드'(El Cid:1961년 제작)가 그것이다.

스페인 북서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향하는 약 800㎞ 순례길 여정 속에는 부르고스의 길도 포함된다. 산타 마리아 대성당 북쪽 언덕길에서 조개껍데기와 황금 화살표가 그려진 이정표 방향의 순례길을 따라 걷는 한국 대학생과 마주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3명 소그룹으로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수많은 한국 학생을 바라보며 현지 가이드 살리아 로페스 무리요는 이유를 물으며 의아해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는 것일까? 단순히 자신을 찾는 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먼 고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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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수영 기자

swimer@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08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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