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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서부 기행> 걷고 싶은 도시 아빌라
2016-07-08 08:00:12최종 업데이트 : 2016-07-08 08:00:12 작성자 :   연합뉴스

<스페인 북서부 기행> 걷고 싶은 도시 아빌라_1
사진/전수영 기자

(아빌라<스페인>=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부르고스에서 남쪽으로 약 260㎞, 자동차로 2시간 30분 거리의 드넓은 평원 속 언덕에 중세 도시 아빌라(Avila)가 우뚝 서 있다. 마드리드까지는 차로 1시간 거리다. 아빌라의 구시가지는 중세에 지어진 단단한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12세기 무어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어진 성벽이다. 둘레 2천516m, 높이 12m에 9개의 성문, 88개의 감시탑과 2천 개가 넘는 흉벽이 걸어서 1시간 거리인 성벽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안쪽에는 성벽만큼이나 오래된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85년 유네스코는 아빌라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총 길이 1천700m의 탐방로가 마련된 성벽 길은 성문인 알카사르(Alcazar)와 푸엔테(Puente), 16세기에 지어져 와인 저장고와 정육점으로 사용된 건물인 카르니세리아의 집을 통해 오를 수 있다.

<스페인 북서부 기행> 걷고 싶은 도시 아빌라_1
사진/전수영 기자

현재 관광안내소로 사용되는 카르니세리아의 집에서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 성벽 길 탐방에 나섰다. 성벽에 오르자 폭 2m 돌담길이 흉벽과 안전펜스를 따라 이어진다. 성벽 안팎으로 스페인 특유의 붉은 기와가 빼곡히 늘어선 건물의 지붕을 뒤덮고 있다. 이국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성벽 바로 아래에선 시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도심이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능선과 잘 어우러져 고즈넉함을 느끼게 한다. 탐방로를 걷다가 일정한 간격으로 만나게 되는 반원형 감시탑은 탁 트인 성 밖 전망을 선사한다. 나란히 솟은 둥그런 외벽과 녹지가 어우러져 중세 시대 원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의 1천 년 동안 이민족의 침입을 막고 교역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온 성벽 안팎에는 성당과 수도원, 궁전이 세워지고 가옥이 들어서며 큰 도시로 발전했다.

동쪽 성문인 알카사르를 지나면 스페인 최초의 고딕 양식 대성당을 먼저 마주치게 된다. 12세기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당은 처음부터 요새의 기능을 위해 건축이 됐는데 건물 뒤쪽이 성벽과 붙어 있다. 주변으로는 궁전과 같은 당시 중요했던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성당 광장을 지나 좁고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면 메르카도 치코 광장(Plaza del Mercado Chico)과 만난다.

<스페인 북서부 기행> 걷고 싶은 도시 아빌라_1
사진/전수영 기자

마침 광장 남쪽 산 후안 성당에서는 '소를 보호하는 성녀'(Cows Virgin) 행렬이 막 성당을 출발하고 있었다. 아빌라 시민의 약 20%가 소를 기르고 있어 예배를 마친 가족 단위의 행렬이 성녀상 뒤로 줄을 이었다. 이들은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소를 보호하는 성녀의 날'로 정해 기념한다.

발걸음을 옮겨 북측 성벽의 중앙출입구로 가면 성벽 위에 우아한 첨탑이 솟아 있는 카르멘(Carmen) 문이 나타난다. 17세기에 성문 옆에 있던 수도원에서 건물이 낡아 첨탑을 올리기 어렵자 수도원장이 왕에게 간청해 성벽 위에 첨탑을 만들었다. 문 안쪽으로는 현재 호텔로 이용되는 16세기 건축물인 피에드라 알바스(Piedras Albas) 궁전이 있다. 성벽과 붙어 있는 이곳의 식당과 정원에서는 성벽을 보다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아빌라에는 중세 가톨릭의 혁신을 주도한 테레사 성녀(Teresa de Cepeda y Ahumada)의 유적이 있다. 그가 태어난 구시가의 남쪽 성벽 인근에는 1636년 건축된 테레사 성녀 수도원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벽이 기도하는 성녀의 조각과 그림으로 장식된 예배당이다. 예배당 정면 제단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방이 성녀가 태어난 곳이다. 금장식과 성화(聖畵)로 치장된 작고 화려한 방에서는 16~17세기에 활동한 스페인의 유명 조각가 그레고리오 페르난데스가 만든 성녀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예배당 입구 오른쪽의 작은 박물관에는 반지를 낀 테레사 성녀의 손가락 유해가 있다.

<스페인 북서부 기행> 걷고 싶은 도시 아빌라_1
사진/전수영 기자

swimer@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7/08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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