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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동해안 따라가는 새해맞이 여정
2016-01-08 07:30:00최종 업데이트 : 2016-01-08 07:30:00 작성자 :   연합뉴스

<트래블> 동해안 따라가는 새해맞이 여정_1
추암해변 해돋이. 사진/임귀주 기자

(강릉·동해·삼척=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바다와 하늘과 구름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은 뭇 사람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저 멀리 수면을 뚫고 솟아오르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은 장엄하고 신비로우며, 황홀하고 아름답다. 소망을 가슴에 품고 찬란한 태양을 마주할 수 있는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 시간의 의미 깃든 정동진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부유하는 정동진 바닷가. 수평선 위로는 무거운 구름이 장막을 드리우고 있었다. 모래사장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은 동쪽을 향해 서서 두런거리고, 갈매기들은 힘찬 날갯짓과 울음으로 새날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이윽고 구름 가장자리에 선명한 금빛이 돌고, 수면에는 황금빛 비늘이 물결쳤다. 사람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깔에 감탄사를 토해내고, 침묵 속에서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고운 태양을 향해 소망을 기원했다.

동해안 새해맞이 여행은 이렇듯 해돋이로 시작된다. 해돋이 명소인 정동진이나 추암해변도 좋지만 좀 더 조용하고 여유롭게 새해를 맞고 싶다면 이름 없는 한적한 바닷가를 찾아가도 좋다. 동해안에는 이렇듯 해를 맞을 수 있는 장소가 지천이다.

정동진역에서 해돋이를 감상했다면 다음은 남동쪽에 있는 모래시계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공원 한가운데는 지름 8.06m의 거대한 밀레니엄 모래시계가 서 있다. 해가 바뀌는 시각이 되면 위쪽의 모래가 모두 떨어져 내리고 모래시계는 반 바퀴를 굴러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린다.

모래시계공원의 정동진 시간박물관은 8량 증기기관차 내부를 시계와 시간을 주제로 꾸민 박물관이다. 시간과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와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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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시간박물관. 사진/임귀주 기자

◇ 항구와 등대, 벽화가 있는 묵호

정동진에서 헌화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해안 풍경이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가 이어진다. 심곡항부터 금진항까지 약 2㎞에 이르는 구간은 구불거리는 해안 길이다. 도로 안쪽으로는 쏟아질 듯 가파른 절벽이 이어지고 바깥으로는 구비를 돌 때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각양각색 기암이 모습을 드러내며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게 한다.

평온한 겨울 해변과 조그만 포구를 감상하며 남쪽으로 가다 보면 이내 묵호항이다. 묵호항 어시장에서는 제철을 맞은 대게가 산더미처럼 쌓여 꿈틀꿈틀 싱싱한 몸놀림을 한다. 어시장 뒤편에 있는 항구에 가면 만선의 기쁨을 환한 미소에 담고, 대게를 실어 나르는 어부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이곳 어시장에서는 다리가 떨어지거나 상처가 나 상품가치가 조금 떨어진 대게를 싼값에 살 수도 있다. 인근 초장집에서는 따끈하게 찐 싱싱한 대게를 배부르게 먹고 감칠맛의 게살 비빔밥도 즐길 수 있다.

항구 뒤편은 벽화로 유명한 언덕 마을인 논골이다. 언덕길을 오르면 묵호항이 명태와 오징어잡이로 호황을 누리던 시절의 풍경이 골목을 따라 펼쳐진다. 그 시절 주민들의 일상과 햇볕에 말라가는 오징어, 생선 파는 아주머니, 지폐를 물고 있는 개 등을 담은 벽화는 향수를 느끼게 하며 방문객의 마음에 온기를 전한다.

언덕 상부에는 하얀색 등대가 우뚝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등대 꼭대기에 오르면 드넓은 바다와 울릉도 정기여객선이 들고나는 항구의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등대 아래 공원 벽면에는 묵호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최남선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새겨져 있다. 등대공원 아래로는 바다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비탈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와 아슬아슬 출렁다리는 걷는 즐거움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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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 논골담길 벽화. 사진/임귀주 기자

◇ 아름답고 고요한 추암해변

동해시 남쪽 끝자락에 있는 추암해변은 동해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돋이 명소이다. 정동진은 연중 해넘이 인파로 북적거리지만, 추암해변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해를 맞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다.

해변의 북쪽 바다에는 촛대바위, 형제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기암이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히 촛대바위는 떠오른 태양이 꼭대기에 걸리면 마치 양초에 불을 붙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선 세조 때 한명회는 강원도 제찰사로 있으면서 추암해변의 아름다움에 반해 미인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능파대(凌波臺)라 부르기도 했다. 인근에는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 시조인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지은 정자인 해암정(海岩亭)이 있다.

추암해변 남쪽 언덕에는 다양한 모습의 나무 사자상을 볼 수 있는 이사부사자공원이 자리한다. 이 나무 사자들은 신라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을 복속시킬 때 위협하기 위해 싣고 간 나무 사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나무사자전국공예대전 역대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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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해변 촛대바위. 사진/임귀주 기자

◇ 해안 풍광 미려한 새천년해안도로

이사부사자공원 남쪽 해안도로변에는 해가사의 터가 있다.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다 임해정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해룡이 나타나 부인을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자 순정공이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막대로 언덕을 치며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龜乎龜乎出水路)/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掠人婦女罪何極)/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汝若悖逆不出獻)/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入網捕掠燔之喫)란 가사의 해가(海歌)를 부르니 용이 수로부인을 되돌려줬다는 설화가 깃든 곳이다. 이곳에는 설화를 토대로 지은 임해정과 해가사 기념비가 서 있다.

다시 남쪽으로 삼척해수욕장을 지나면 가장 아름다운 해안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알려진 새천년해안도로가 해변 끝에서 시작된다. 삼척항까지 이어지는 길이 4.8㎞의 해안도로에서는 푸른 바다를 끼고 달리며 해안선을 따라 돌출한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해안도로 곳곳에는 자동차를 잠시 멈출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쉼터도 조성돼 있다. 특히 해안도로 중간에 있는 비치조각공원은 조각 작품 10여 점이 있는 곳으로, 전망대에서는 푸른 바다와 기암이 이룬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또 전망대 아래에는 카페가 있어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안도로 남쪽 끝은 삼척항이다.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작은 항구로, 주변으로는 곰치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건어물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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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새천년해안도로. 사진/임귀주 기자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08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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