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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근대문화도시 군산 ① 건축물로 만나는 거리
2024-03-07 08:58:14최종 업데이트 : 2024-03-07 08:00:03 작성자 :   연합뉴스

건축물로 탐색하는 도시
(군산=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전북 군산에는 일제 강점기 건축물을 포함해 근대문화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구도심에는 옛 군산세관 본관과 은행 건물, 뜬다리 부두가 가까운 곳에 몰려있다.
그만큼 찾아가기 쉽다.
인근에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대략적인 군산의 역사를 돌아본 뒤 이들 건축물을 차례로 방문해 봤다.
◇ 근대문화도시 군산의 역사를 더듬다
군산 내항과 인접한 해망로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 눈에 띄는 건축물들이 잇따라 서 있다.
이른바 근대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곳이다.
이 중 연두색과 갈색의 외관이 특징적인 건물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다.
1920년대 근대도시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1층 로비에는 군산 어청도 등대 모형이 설치돼 있다.
어청도 등대는 청일전쟁 후 중국 항로의 중요성이 부각돼 1912년에 축조됐다고 안내판에 적혀있다.
역사박물관은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해양물류역사관, 독립영웅관, 근대생활관 등 3층까지 이어진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군산은 고려시대 백성에게서 거둬들이는 세곡을 저장 운반하는 조운창고가 설치된 지점 중 한 곳이었다.
당시 최무선 장군이 왜구를 상대로 벌어진 진포대첩에서 크게 승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해와 만나는 금강하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조됐다.
세곡을 도성으로 운반하는 조운선과 장삿배, 어선이 왕래하고 상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근대도시로 발전하는 기틀을 다지게 됐다고 한다.
1919년 군산의 3·5 만세운동이 3·1 운동 후 호남지방에서 일어난 첫 만세운동이라는 설명도 눈에 들어왔다.
3층 근대생활관은 1930년대 군산에 존재했던 건물 14채를 재현해 구성한 체험 및 전시 공간이다.
잡화점, 고무신 상점, 주류 상점, 주로 쌀과 콩 같은 곡식을 사고파는 미곡취인소(미두장) 등을 볼 수 있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방문객들은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보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었다.
◇ 건축물로 도시를 탐색하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근대문화 여행의 시작일 지도 모른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붉은 벽돌 건물이 보였다.
구(舊) 군산세관 본관 건물이다.
1908년 지어진 서양식 단층 건물로, 군산항을 통해 드나들던 물품의 관세를 거뒀던 곳이다.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 건물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다.
안내판에는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의 곡물을 수탈하는 역사적 현장이었다고도 적혀있다.
1930년대 군산항은 쌀가마니로 가득했다고 한다.
이곳은 현재 호남관세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음으로 군산 근대미술관을 찾았다.
흰색 외관에 다소 옅은 초록색 지붕을 하고 있다.
건물 입구 한쪽에는 '구 일본제18은행 군산지점', 다른 한쪽에는 근대미술관 현판이 걸렸다.
18은행은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뒀던 은행이다.
이 건물은 2008년 등록문화재가 됐고 이후 보수 및 복원 과정을 거쳐 2013년 현재의 근대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지역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방문일에는 소장품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근대미술관을 나와 횡단보도를 한 번 건너자 시간의 흔적이 보이는 듯 다소 빛바랜 벽돌 건물이 눈에 띄었다.
옆에서 보면 입구에 사선으로 울퉁불퉁한 기둥을 세워 놓은 것 같았다.
지붕에도 경사가 져 있다. 군산 근대건축관이다.
1922년 지어진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이다.
안내판에 군산의 근대사를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로, 일제 강점기 군산을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도 등장한다고 설명돼 있다.
건물 하나하나 방문할 때마다 건물과 사람들이 거쳤을 시대를 자꾸 떠올려보게 됐다.
건축관에 들어서니 확 트인 내부 구조에 놀라움이 앞섰다.
2층 높이인데, 개방감을 크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구조가 특이했다.
건축관에선 군산의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여러 건축물에 대한 설명 글을 읽을 수 있고 모형도 볼 수 있다.
건축물에 쓰였던 수막새, 망새 등 기와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선 자체 건물의 벽체, 기둥, 천정의 일부를 그대로 보존, 노출해 하나의 전시물로 보여주고 있다.
근처에 있는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부잔교)로 이동했다.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생기는 부두 기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1938년 완공됐다.
군산항으로 운송된 쌀을 선박으로 옮길 때 사용됐으며 일제 강점기 쌀 수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시설물이라고 안내판에 설명돼 있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이 있다. 군산 만세운동의 중요한 축이었던 과거 영명학교의 모습을 재현한 건물이다.
◇ 거리에서 바라본 야경
구 군산세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대미술관, 건축관 등은 거리에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다.
서로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얼핏 봐도 근대 건축물로 느껴져 주변에서 찾기가 쉽다.
표지판이 있으니 여행 팸플릿 하나만 들고 걸어 다닐 수도 있다. 인근에는 진포해양공원이 있어 볼거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들 건축물에는 밤이면 조명이 비쳤다.
구 군산세관부터 시작해 건축관까지 큰 거리에 있는 4개의 건축물에 붉은색, 보라색, 흰색, 연두색 등의 조명이 들어왔다.
낮에는 걸어 다니면서 건축물을 가까운 곳에서 탐색했다.
이때는 보이지 않았던 건축물 지붕의 색깔이 야경을 보고자 서 있었던 맞은편 거리에서 선명하게 보였다.
뜬다리 부두로도 다시 한번 발길을 옮겼다. 흰색 조명이 은은하게 비쳤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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