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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태풍과 함께한 마카오·홍콩 여행
2017-12-11 08:01:03최종 업데이트 : 2017-12-11 08:01:03 작성자 :   연합뉴스

(마카오=연합뉴스) 정동헌 기자 = 거대한 중국 대륙의 남쪽 끝으로 들어간다.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마카오다. 아시아 속에 포르투갈의 어느 작은 도시에 온 것 같은 묘한 풍경을 선물한다. 거리는 하얀 돌을 작게 쪼개어 깔고 검은 돌로 문양을 넣어 율동감 있는 길을 만들었다. 파스텔톤 노란색으로 칠해진 성당, 멜론색의 옛 건물들과 하얀색의 오래된 집들은 고색창연한 하나의 영화 세트장이다. 집집마다 창문 밖 발코니에는 예쁜 꽃들로 장식됐다. 하얀 돌을 밟으며 골목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가 정박하기 좋은 항구 오문(澳門)을 포르투갈은 동방 선교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마카오 투어 시작은 랜드마크인 성바울 성당이다. '천국에 이르는 문(the Gate to Paradise)'이라 불리는 이 성당은 화재로 건물 한쪽 벽만을 남겨두고 있다. 성당으로 가는 길 입구인 육포거리 가게는 문 앞마다 향을 피운다. 귀신을 쫓고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도교와 토속신앙의 산물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포르투갈 예수회의 성바울성당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정작 자신들은 관운장을 위해 향을 피운다.
◇ 마카오 곳곳의 김대건 신부 흔적들
모자이크의 흰색 타일처럼 반짝이는 골목을 걷다가 만난 성안토니오 성당은 미사 중이었다. 거의 텅 비어있다시피 한 성당 안에서 대여섯 명의 신자가 성호를 긋는다. 교단 오른쪽으로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영락없는 조선인의 조각상이 있다. 최초의 한국인 사제 김대건이다. 김대건 신부는 어떻게 이 먼 마카오까지 신학을 공부하러 왔을까. 마카오 시내 곳곳에서 김대건 신부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만다린 하우스로 가는 길을 따라 걷다 남쪽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성로렌스 성당을 만난다. 포르투갈 선원들을 위해 지어진 성당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성당 정문 옆의 배롱나무가 정겹다. 성당 스피커로 나오는 성가는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식민 시절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곳에서 바다를 건너는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입구에는 '주의 사랑은 항상 있다. 복음은 세상 어디나 존재한다'라고 쓰여 있다.
내리는 비를 피해 남핑카페로 들어간다. 마카오에서 제일 오래된 차찬텡(음식과 차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식당이지만 가게 안은 왁자지껄하다. 테이블 한편에 신문을 펼쳐 들고 읽는 손님이 있다. 자리를 못 잡은 사람은 맞은편 빈자리에 아무 말도 없이 당당하게 합석한다. 중국여행사가 선정한 마카오 조식메뉴 1위 계란샌드위치를 주문해 본다.
포르투갈의 영향으로 빵 메뉴가 발전했다. 마침 지역 방송사 리포터가 가게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보도한다. 이곳도 먹방이 유행인가 보다. 이빨 다 나간 잔에 밀크티가 나온다. 샌드위치 빵도 역시나 모서리가 깨진 접시에 얹어져 있다. 가게에서 일하는 아줌마의 인상이 좋다. 호감 가는 인사말에 빵이 맛있다.
비와 바람이 더 거세진다. 무료 운행하는 호텔셔틀버스는 운행을 중단했다. 마카오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는다. 비 맞으며 한참을 걷다가 겨우 세운 택시는 문을 잠근 채 창문만 조금 열어 놓고 행선지를 물어본다. 어디서 많이 보던 행태다. 택시 잡기는
[연합이매진] 태풍과 함께한 마카오·홍콩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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