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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계절의 풍경을 담은 호수…횡성호
2024-07-17 08:54:08최종 업데이트 : 2024-07-17 08:00:06 작성자 :   연합뉴스

자연을 관조하며 쉬어가는 여행지
(횡성=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강원도 횡성에 있는 횡성호는 자연을 관조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행지다.
특히 이맘때는 푸른 숲과 하늘이 수채화처럼 호수에 비쳐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소박한 장식물을 보며 흙길을 걷다가 탁 트인 전망과 마주칠 수도 있다.
◇ 수몰민의 애환이 서린 망향의 동산
횡성군 갑천면에 있는 횡성호는 1993년 착공돼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생겨난 인공호수다.
횡성호로 가는 길에서 허리까지 자란 옥수수, 이미 모내기를 끝낸 논이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갔다.
날씨는 더웠지만, 바람은 시원했고 건너편 산의 나무들은 짙은 녹색에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도롯가에는 노란 금계국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이곳에는 호수와 주변 산을 테마로 해 모두 6개의 횡성호수길이 약 31㎞에 걸쳐 조성돼 있다.
이 중 가족 길로 불리는 5구간은 호수를 끼고 있는 평탄한 길인 데다 원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코스다.
길은 '망향의 동산'에서 시작과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취재팀도 망향의 동산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횡성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갑천면 구방리, 중금리, 화전리, 부동리, 포동리 등 5개 리가 물속에 잠기게 됐고 253세대 938명이 고향을 떠나 이주했다고 한다.
안내판에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야 했던 수몰민에게 고향에 대한 정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망향의 동산이 조성됐다고 적혀있다.
망향의 동산에는 새의 날개를 구현해 희망찬 내일을 표현했다는 기념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 옆에는 중금리 3층 석탑이 서 있다. 석탑의 원래 위치는 이곳에서 2.2㎞가량 떨어진 갑천면 중금리 탑둔지의 옛 절터였는데, 댐 건설로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석탑의 건립 시기는 9세기 말로 추정된다. 석탑 뒤쪽으로는 맑은 날씨 속에 파랗게 보이는 호수가 넓게 펼쳐져 있다.
망향의 동산에는 화성의 옛터 전시관도 있다. 옛 화성초등학교 자리에 세워진 것인데, 횡성의 역사와 수몰 지역의 문화, 자연환경에 대한 설명자료 등을 전시한 공간이다.
망향의 동산에서 조금만 시선을 안쪽으로 돌리면 눈에 띄는 조형물이 보인다.
소 코뚜레를 형상화한 브론즈 작품 '코뚜레 게이트'다. 예부터 코뚜레를 문에 걸어두면 복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코뚜레 조형물을 보고 나니 다시 한번 횡성이 한우의 고장이라는 점이 떠올랐다.
◇ 소박한 장식물을 보며 흙길을 걷다
매표소를 지나자 싱그러운 풀냄새가 났다. 해가 쨍하게 났지만, 그늘이 많이 져 더위를 걱정할 만큼은 아니었다.
잠시 걸어갔는데, 길가에 깨진 장독과 오래된 나뭇조각이 놓여 있고 그 안에 식물이 심겨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옛날 소 여물통 형태의 나뭇조각에도 역시 풀과 꽃이 자라고 있었다.
흙길을 걷는 동안 이러한 장식물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주변의 자연과 꽤 잘 어울렸다.
호수로 이어진 지점에 놓인 '장터 가는 가족'이라는 브론즈 작품이 눈에 띄었다.
장터로 가는 가족의 여정을 조명한 작품으로, 오일장으로 이어지던 길은 호수에 잠겼지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마음의 길을 연결하고자 했다고 안내판은 설명하고 있다.
양쪽 길가에 놓인 '장터 가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은 오일장에 모인 여러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이 작품은 지게 짐을 진 남성, 머리에 짐을 이고 아기를 업은 여성 등을 실루엣 기법으로 표현했다.
길을 가는 동안 나비, 나뭇잎 등 여러 형태의 벤치가 놓여 있었다.
필자는 호수 방향으로 난 벤치에 앉아 떡갈나무, 아까시나무 사이로 보이는 호수를 잠시 바라보기도 했다. 여러 개의 벤치에 자작나무로 만든 사람 형태의 조형물이 앉아 있었다.
어깨에 팔을 두른 조형물 양옆으로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가방을 멘 방문객들이 앉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순서를 기다리는 일행도 여럿 보였다.
청명한 날씨에 풍경이 푸르러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유쾌하게 보였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아 안정적이고 적당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흙길을 걸은 덕분인지 소리에 더 섬세해지는 것 같았다.
서로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져가는 소리, 여러 사람이 함께 걷는 발소리가 들리다가 더 시간이 지나자 필자 자신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했다.
흙길에 내려앉은 작고 귀여운 딱새도 보였고, 꾀꼬리의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도 자주 들렸다.
◇ 호수에 비친 자연의 수채화
몇시간 걸었더니 배가 출출해졌다. 전망 좋은 큰 쉼터에는 이미 여러 일행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그 옆에 조그마한 나무 의자에 앉아 가져온 간식을 먹었다.
먹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마치 수채화 풍경 같다"는 동료의 말이 들려왔다.
그제야 호수를 바라보니 건너편에 산과 하늘이 거꾸로 비치고 그 경계에 윤슬이 빛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잔물결이 이는 부분은 형태가 살짝 풀어져 있었다. 호수에 비친 초록색과 하늘색·흰색, 산과 하늘의 형태는 단순하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일어나 길을 걸었다.
중간중간 삼한 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태기왕의 군사들은 신라군에 쫓기던 중 이곳에서 피 묻은 갑옷을 씻었다고 한다. 횡성호가 있는 갑천면의 지명은 이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다.
길을 걷다 보니 횡성호의 계절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을 야외에 전시한 '호수 갤러리'도 있었다.
길은 이전까지는 꽤 널찍했는데 이제부터는 오솔길이었다. 폭이 좀 더 좁고 호젓했다.
이따금 호수를 바라보니 물 밖으로 경사진 흙길이 층을 이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넓은 호수에 뚝 떨어진 작은 섬처럼 지형을 이룬 공간도 있었다.
전망대에선 상하좌우 어디를 보나 산, 하늘, 호수뿐이었다. 적절한 고요함과 적막함을 드문드문 느낄 수 있다.
9㎞ 구간을 모두 걷고 출발지였던 망향의 동산으로 돌아왔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호수를 따라 평탄한 흙길을 느긋하게 걸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여행honey] 계절의 풍경을 담은 호수…횡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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