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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멍멍∼ 주인님 이제 같이 여행 가요"
2024-03-27 09:17:54최종 업데이트 : 2024-03-27 08:00:05 작성자 :   연합뉴스

반려견과 즐거운 거제·장사도 봄 바다 여행
(거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반려견 가족은 여행이 가장 큰 고민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반려견을 남에게 맡기고 여행을 떠나려니 마음이 걸린다.
그러나 몇 년 사이 반려견 여행을 둘러싼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함께 떠나는 여행이 가능해졌고, 즐길 방법들도 많아졌다.
◇ 반려동물과의 여행 가능할까
필자는 수년 전 해외여행을 위해 경기도의 한 반려견 호텔에 반려견을 맡겼던 적이 있다.
찾을 때 업체 관계자가 "개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해 황당한 적이 있었다.
부지 이곳저곳을 뒤진 끝에 수영장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고는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또 수년 전 여름휴가를 맞아 반려견을 데리고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가 반려견 동반 식당을 찾지 못해 반려견을 바깥에 묶어놓고 식사했었다. 땡볕에 힘겨워하는 반려견이 마음에 걸려 먹는둥 마는둥 식사를 끝마쳤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사이에 반려견 여행을 둘러싼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반려동물 동반 전문 여행사도 등장했고 전용 상품도 등장했다.
오랜만에 한 반려동물 동반 전문 여행사에 전화했더니 때마침 봄을 맞아 저 멀리 거제와 장사도를 오가는 여행상품이 운용된다고 해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부산에서 출발해서 거제와 통영 앞바다의 장사도를 오가는 하루짜리 상품이다
◇ 반려견과 여행…이렇게 쉬운 거였나
출발은 부산 해운대구의 수영요트경기장에서였다.
요트경기장 주차장에 정차한 전용 버스에 견주들이 한두 마리씩 차에 데리고 올랐다.
처음에는 모두 다소 긴장한 듯 견제전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이름표와 함께 나눠준 티켓에는 부산에서 장사도 행이라는 내용과 함께 반려견의 이름까지 인쇄돼 있다.
좌석은 '댕댕 프리미엄 클래스'다.
프리미엄이라 할 만하다.
45인승 버스 내부는 10여명의 승객과 반려견 8마리가 전부라 넉넉했다.
1시간이 지났을까 버스 바깥에 낙동강이 보이자 보더콜리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어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지능이 높다는 견종이라 그런지 호기심이 많다.
차량 내부에는 반려견들의 뜻하지 않은 실례에 대처하기 위한 두루마리 화장지도 걸려있었다.
부산에서 출발한 버스는 어느새 가덕대교를 넘어 가덕도로 들어간다.
오른편에는 부산신항 남컨테이너부두가 들어섰다.
엄청난 숫자의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가덕대교로 들어온 차는 가덕도를 통과해 다시 거가대교로 접어들었다.
한 견주는 전날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와서 1박을 했다고 한다.
이 회원은 2018년부터 작은 치와와와 함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며 지금이 7년째라고 했다.
대관령 선자령과 여러 여행 코스를 가 봤다고 했다.
보더콜리 견주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에 괜찮으면 다음에 한번 대관령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부산 사람들에게는 하얀 눈 자체가 로망이었기 때문이다.
◇ 드디어 도착한 매미성
거제 매미성은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 탓에 큰 피해를 본 한 주민이 바다 쪽 언덕 사면을 돌로 쌓아 올려 정비하면서 만들어졌다.
워낙 큰 규모로 견고하게 지은 덕분에 매미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고 TV 등에 소개되면서 일약 명소로 떠올랐다.
그는 20여년간 벽 높이 12m, 둘레 150m 규모의 성을 홀로 쌓았다.
덕분에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중요한 관광 코스가 됐다.
매미성은 아기자기한 구조물들이 많아 반려견들이 가볍게 둘러보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오랜만에 바다 풍경을 접한 반려견주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차에서 어느 정도 얼굴을 익힌 덕분인지 서로 휴대전화로 인증사진을 찍어주기 바빴다.
이곳은 사실 전통적인 개념의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여행전문가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덕분에 주변 상권이 엄청나게 발달했다.
업주 대부분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토박이가 하는 매점이 세 군데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옥수수 빵집이다.
관광지로 발달하다 보니 청년 일자리도 창출되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았다.
뒤이어 몽돌해변에 도착했다.
몽돌해변은 반려견들이 다니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개 주인은 반려견을 안고 인증사진을 찍으며 산책을 즐겼다.
◇ 동백이 아름다운 장사도
거제 앞바다에는 외도만큼 잘 가꿔진 작은 섬 장사도가 있다.
장사도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속한 1.9km 길이의 작은 섬이다.
장사도로 들어가기 전 거제 바닷가의 한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 식당 주인 또한 견주여서 그런지 반려견에 대해 우호적이다.
보더콜리 주인은 대형 반려견 카트까지 갖고 와 식당 옆자리에 반려견을 둔 채 밥을 먹었다.
반려견들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밥을 먹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거제시 남부면 근포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이내 장사도에 사람들을 내려다 놓았다.
장사도는 원래 개별적으로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휴가온 사람들이 워낙 섬에 개를 많이 버리고 가서 내려진 결정이다.
그렇지만 반려견 단체여행객들에 한해서는 특별히 입도가 허용됐다.
물론 배변 뒤처리나 쓰레기 등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
섬에 내린 반려견들은 오르막을 내리막처럼 내달렸다. 섬은 아름다웠다.
곳곳에 작고 아기자기한 볼 곳들이 넘쳤다.
장사도는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이 선정한 '2023년 찾아가고 싶은 겨울 섬' 5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장사도는 수백 년 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10만여 그루로 이루어진 섬이다.
특히 동백나무 터널길은 많은 사람이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섬이다.
장사도의 특징은 인공미를 최대한 배제해 섬을 공원화했다는 점이다.
섬 곳곳에 온실과 폐교, 조각작품 등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넘쳐난다.
섬은 또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섬에는 1천여 종의 식물과 천연기념물 팔색조도 산다.
언덕배기의 아주 작은 교회당에서 기도를 드리는 견주도 있었다.
무슨 기도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강아지와 함께 오랫동안 여행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했다"고 답했다.
◇ 의외의 여행지 근포땅굴
마지막으로 항구에 도착한 뒤 버스 기사가 일행들에게 추가로 뜨고 있는 여행지가 있는데 가보고 싶은지를 물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가보고 싶다고 답하자 그는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머물렀던 근포땅굴로 안내했다.
근포마을 뒤편의 이 땅굴은 바닷가에 길이 30∼50m가량의 굴 5개로 구성돼 있다.
1941년 일본군이 포진지 용도로 굴착하다 1945년 해방이 되자 중단되었다고 한다.
최근 SNS 소셜미디어에서 뜨고 있는 곳으로, 때마침 석양을 맞아 주변이 붉게 물들어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긴 시간 투어였지만,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이 없었다.
반려견주들은 이제 더 멀리 가보고 싶다고 했다.
부산 사람들의 로망인 눈 내린 대관령이 다음 목표라고 했다.
반려견주들의 반응을 보니 반려견 여행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어쩌면 국내관광 활성화의 한 축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윤유식 교수를 만나 반려견 여행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났다.
당시 윤 교수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펫 관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구 소멸 완화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4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여행honey]

[여행honey] "멍멍∼ 주인님 이제 같이 여행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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