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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멈춰버린 설명절 세시풍속
윷놀이는 인생역전을 꿈꾸는 서민들의 오락
2021-02-25 16:07:45최종 업데이트 : 2021-02-26 16:38:51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쓰나미가 지나간듯 휑한 행궁광장

쓰나미가 지나간듯 휑한 행궁광장


26일은 설명절 마지막 날인 정월 대보름이다. 예년 같으면 설 명절에는 행궁광장에 수백 수천 명의 수원시민들이 모여 풍물놀이, 윷놀이, 널뛰기 등 각종 놀이행사로 시끌벅적한 설 명절을 보냈다. 올해는 코로나로 여러 인원이 모이는 행사는 못하지만 장안공원, 행궁광장, 남문시장 등을 돌며 분위기를 살펴봤다.

 

장안공원과 행궁광장은 마치 쓰나미가 지나간 듯 휑하기만 하다. 남문시장도 설 명절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보름에 먹을 시래기, 고사리, 도라지 등 10여 종의 나물류와 검정콩 등 4~5종의 콩류 부럼을 깰 호두, 땅콩, 밤, 등과 오곡을 팔러 나온 몇몇 노인들이 난전을 펼쳐 놓고 몇몇 행인만 보일 뿐이다.
 

보름때 먹을 나물을 팔러나온노인

보름때 먹을 나물을 팔러나온 노인

보름때 부럼을 깰 호두 땅콩 밤을 파러나온 노인

보름때 부럼을 깰 호두 땅콩 밤을 팔러나온 노인



지금 사람들은 풍요로운 경제 혜택으로 먹는 것, 입는 것, 즐기는 것을 언제나 고수할 수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명절 때가 아니면 평상시에 먹고 입고 즐기는 것이 어려웠다. 70~80대 노인들은 설 명절에 풍물놀이나 윷놀이를 보면 어렸을 적 설 명절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설날부터 보름 때까지 보름 동안은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각종 놀이로 명절을 즐겼다.


아이들은 연날리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썰매 타기 등을 하고 놀았고 어른들은 동네 마당이나 주막집에서 술내기 윷놀이를 했다. 부녀자들은 또래끼리 모여 방에서 종발 윷을 놀거나 널뛰기를 하며 놀았다. 또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새해는 조금이나마 형편이 나아질까 혼기에 접어든 아들 딸의 좋은 혼처 자리가 나올까 점을 잘 본다는 입소문 난 점집을 찾아가 가족들의 새해 운수를 보러 다니기도 했다.

 

시장(市場)이 서는 읍내에는 장사씨름대회를 열기도 한다. 장사씨름대회에 우승하면 황소 1마리를 시상한다. 농경시대에 황소는 큰 재산이다. 전화가 없던 시절인데도 어떻게 입소문을 듣고 오는지 각 지방에서 내로라하는 씨름꾼들이 다 모여든다. 씨름대회는 시장 활성을 위해 한 장(5일)을 여는데 농한기에다 설명 절 때라 각지에서 구경꾼, 장사꾼, 야바위꾼들까지 다 모여들어 시장이 형성된다.

 

그렇게 설 명절을 즐기다 보면 금세 보름이 되어 정월 대보름이다. 부녀자들은 열나흣날(14일)은 보름날에 먹을 오곡밥(찹쌀, 찰수수, 차좁쌀, 붉은팥, 검은콩)과 제철(봄, 여름, 가을)에 말려두었던 여러 가지의 나물(시래기, 가지, 호박 꽂이, 고춧잎, 고구마순, 고사리, 콩나물, 흰 당근, 취나물, 시금치, 토란대)로 반찬을 만드느라고 하루 종일 분주하다. 

 

보름날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더위 팔기와 귀밝이술 마시기, 부럼깨기를 한다. 더위 팔기는 아침에 먼저 본 사람 이름을 불러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하고 더위를 팔았다. 그러면 더위를 먹지 않고 그해 여름을 무사히 넘긴다는 풍속이다. 아이들은 귀에서 농(고름)이 흐르는 귀앓이병이 유행했다. 사약을 쓰기도 하지만 보름날 아침에 청주(맑은술)한잔을 마시면 귀앓이를 않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다는 풍속이었다.

 

옛날에는 위생관념이 없어 잘 씻지를 안았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나 온몸에 피부질환인 부스럼(일명 종기)이 유행했다. 그래서 보름날 아침에 호두나 밤, 잣, 은행, 땅콩 등을 이빨로 깨물면 피질이 두꺼운 견과류처럼 피부도 단단해져 그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세시풍속이었다.

 

보름날은 밥을 아홉 번 먹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 그래서 부녀자들은 양푼이나 바가지를 들고 이웃집으로 찾아다니면서 오곡밥을 얻으러 다니기도 했다. 보름에 오곡밥과 갖가지 나물을 먹는 것은 농사일을 하려면 체력소모가 많으니 미리 영양보충을 해두는 것이었다. 지금도 고기를 최고로 알지만 곡물류나 채소류가 영양학자들에 의해 고품질 영양식품으로 밝혀진 것을 보면 조상님들의 지혜로운 음식문화였음을 알 수 있다.

 

대보름이 지나면 농한기도 끝나고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그래서 보름날에는 모든 놀이도 정리를 한다. 아이들은 연 액막이 (액을 연에 실려 날려 보낸다는 의미)를 보낸다. 노끈(연줄)에 솜을 달아 불 붙여 띄우면 솜이 타들어가 노끈이 끊어져 연이 둥둥 떠내려간다. 밤에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 쥐불놀이를 한다. 깡통에 못으로 여러 곳에 구멍을 내고 나무 막대기에 철사 끈을 매고 솔 괭이를 넣고 불을 붙여 빙빙 돌리고 다니면서 밭두렁, 논두렁, 새 뚝을 돌아다니며 잡초에 불을 놓는다. 풀숲에 붙어있는 벌레 알집을 태워 병충해를 예방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풍물을 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풍년농사를 기원한다. 술상을 내는 집도 있고 부잣집은 돈이나 곡식 1~2말을 내놓는다. 또 행정기관이 있는 읍내 마을에서는 면사무소나 농업은행, 농촌지도소, 우체국 등 기관을 찾아가 풍물을 치면 금일봉을 내놓는다. 이렇게 모아진 돈이나 곡물은 마을 기금을 장만한다.

 

보름날에는 각 단체나 기관에서도 직원들 단합을 위해 상품을 걸고 일명 척사대회를 열었다. 척사대회(擲柶大會)는 한자어고 윷놀이는 순수 우리말로 같은 뜻이다. 4개의 나무 가락을 던져 운세를 맡기는 놀이다. 윷도 잘 놀아야 하지만 말판을 쓰기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다 졌다가도 앞말을 잡아 패(敗)를 승(勝)으로 뒤집어 놓는 짜릿하고 통쾌한 맛을 느끼는 것이 윷놀이다.

 

그래서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인생 역전극을 꿈꾸는 서민들이 즐겨 노는 오락이었다. 온 민족이 다 같이 즐기던 설 명절의 다양한 세시풍속도 일부만이 그 명맥을 유지해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 볼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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