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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정직하게 땅을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
수원에서 볼 수 있는 풍요로운 농촌 풍경
2021-09-28 10:21:14최종 업데이트 : 2021-09-28 10:21:12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농부들이 불볕더위에도 쉬지 않고 나와서 돌보고, 비바람이 거칠 때도 곁에서 지켜온 결실이다.

농부들이 불볕더위에도 쉬지 않고 나와서 돌보고, 비바람이 거칠 때도 곁에서 지켜온 결실이다



여름 햇볕에 숨이 막혔는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산에 오르면 적당히 땀이 나면서 시원한 바람이 달게 느껴진다. 칠보산에 자주 가는데 요즘은 새로운 볼거리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산에서 내려올 때 만나는 들녘 풍경이다. 정상에서 상촌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오면 아파트 옆에 농촌 풍경이 펼쳐있다. 

칠보산이 낮고 편안하게 앉아 있고, 그 밑에 논과 밭이 있다. 꼭 고향의 풍경 같다. 계절은 참 신기하다. 가만히 머물러 있는 듯해도 어느덧 정직하게 변하고 있다. 여름의 뜨거운 햇볕은 가을 햇살로 변해 곡식을 익히고 있다. 농부들이 흘린 땀방울이 열매를 맺고 있다. 불볕더위에도 쉬지 않고 논과 밭에 나와서 돌보고, 비바람이 거칠 때도 곁에서 지켜온 결실이다. 그 결실은 뜨겁게 여름을 이겨낸 농부들에게 자연이 건네는 선물이다. 

길목에 농장이라는 팻말을 단 곳이 몇 군데 있다. 문 앞에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상추, 파 등 채소류를 판매한다. 환갑이 안 돼 보이는 아주머니는 "농장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고, 가족이 먹을거리만 생산한다. 그리고 등산객들에게 판매한다. 원래 친정이 당수동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택지 지구로 수용이 됐다. 여기(금곡동)도 친정아버지가 하던 것이다. 아이들 다 키우고 소일거리로 한다"고 말한다. 소일거리라고 했지만, 먹음직스러운 채소를 보니 지난여름을 그냥 지낸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림 같은 농촌 풍경.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도심에서 탁 트인 경관을 보는 것도 마음과 눈을 즐겁게 한다.

그림 같은 농촌 풍경.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도심에서 탁 트인 경관을 보는 것도 마음과 눈을 즐겁게 한다


수원은 인구로 볼 때 기초자치단체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이런 곳에 농촌 풍경이 많이 보인다. 서수원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고층에서 보면 주변에 농토가 많이 보인다. 화서역 철길 따라 있는 넓은 논밭은 정조대왕이 조성한 둔전이 오늘까지 온 것이다. 당시 백성을 수원으로 이전하고,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조성한 농토다. 축만제를 함께 조성해 백성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제강점기에 이곳에 권업모범장을 설치했다. 이곳을 통해 일제는 한국 농업에 대한 지배 질서를 구축하고, 식민지 농업정책을 펼쳤다. 광복 후에는 미군정 아래에서 중앙농사시험장과 농사 개량원으로, 정부 수립 후에는 농사기술원으로 등으로 바뀌다가 1962년부터 농촌진흥청으로 불렀다. 

서둔동의 농촌진흥청은 최근까지 농업연구의 산실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다가 2014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논리로 전주로 이전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국립농업박물관이 2022년 문을 연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농업기관 이름이 여러 차례 바뀌고, 박물관으로 대체됐다. 농업연구 기관의 상징성은 이어졌다.

 
축만제 서둔벌. 정조대왕이 조성한 둔전이다. 축만제를 조성해 백성들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뚝 솟은 아파트와 대조를 이룬다.

축만제 서둔벌. 정조대왕이 조성한 둔전이다. 축만제를 조성해 백성들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뚝 솟은 아파트와 대조를 이룬다.



서둔동 경기상상캠퍼스는 서울농대 자리다. 이 주변은 농업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후문 쪽으로 빠져나오면 탑동 시민농장이 보인다. 이곳은 원래 서울농대 연습림이었다. 시민들이 주말에 여가로 농사를 짓지만, 규모는 엄청나게 크다. 수원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은 태생이 농촌인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서 살아도 흙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도심 속 텃밭 체험은 이런 그리움을 달랠 수 있다. 어린아이들도 친환경 영농체험을 할 수 있다. 수원시가 시민들에게 분양하는 텃밭은 천천동, 호매실동 공원, 인계동 청소년문화공원 등이 있다. 이들 지역을 지나면 직접 농사짓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해 보이지만, 이를 보고 지나는 시민도 도심 속 농촌 풍경에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근처에 서울대 수목원은 농토는 아니지만, 농촌 풍경보다 더 짙은 자연의 느낌이 있다. 산림자원 연구를 하는 숲으로 100년이 넘게 시간을 지켜왔다. 귀중한 유산으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공간이다. 

서수원 하나로마트 뒤편 넓은 평야 지역은 계절의 변화를 제일 먼저 알 수 있다. 이때쯤에는 하늘이 높아지고 맑아져 바라보는 마음도 상쾌하다. 이 지역은 황구지천의 물이 풍부해 토지가 비옥하다. 입북동, 금곡동, 고색동으로 이어지는 들판은 예부터 수원의 유명한 곡창지대다.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는데, 우뚝 솟은 아파트와 대조를 이뤄 그림처럼 아름답다. 

입북동과 당수동도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 살고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고, 경운기를 타고 농토로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지역 아파트 주민은 아침에 닭이 짓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결국 여기는 농촌과 도시의 행정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땀방울로 지은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소박한 안내판도 고향 풍경처럼 따뜻하다.

땀방울로 지은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소박한 안내판도 고향 풍경처럼 따뜻하다.


금곡동과 당수동 경계에서 밭을 일구는 어르신(83세)는 매일 밭에 온다. 개인택시를 하다가 농사를 지은 지 3년째라고 한다. "여름에 오이를 심었는데, 팔지 못했다. 걷어내고 배추를 심었다. 자식들 주고 남는 것은 김장철에 절임 배추로 판다. 그냥 알음알음해서 팔고 있다."라고 한다. 

호매실동에 사는 이◯경 씨는 "정자지구에서 오래 살다가 새 아파트를 찾아서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무엇보다 좋은 것이 주변 풍경이 마음에 찬다. 칠보산이 있어 공기가 좋고, 산자락 아래 농촌 풍경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라고 말한다. 

봄에 씨앗과 모종을 심는 모습도 건강해 보인다. 시간에 따라 채소와 토마토, 가지, 오이 등이 자라는 모습도 풍요롭다. 무엇보다 정직하게 땅을 일구는 사람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땅을 일구는 일은 요령이 없다. 묵묵히 몸을 쓰고 마음조차 써야 한다. 이런 모습에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도심에서 농토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전원풍경을 불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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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농촌, 먹거리, 농사, 축만제,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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