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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기불황... 설 명절 맞아 먹거리장은 성시 이뤄
설 대목장의 추억들 그리워
2021-02-15 14:38:26최종 업데이트 : 2021-02-15 14:37:43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내일모레면 한국인들의 제일 큰 명절인 설이다. 도시는 상설시장이지만 시골에는 5일장이라 불리는 장이 선다. 설을 앞두고는 대목장(제일 큰 장)이라고도 하고 막장(한해의 마지막 장)이라고도 한다. 대목장날에는 어른들이고 아이들이고 볼일이 없어도 장구경을 간다. 어렸을 적 시골에 살았던 70~80대 노인들은 설 대목장의 추억들이 있다.

전화가 없던 시절이라 어른들은 장에 가야 친지나 친인척들을 만나 안부도 묻고 막걸리잔을 나누며 정(情)도 쌓고 정보를 듣는 소통하는 장(場)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막장 날 어머니나 아버지를 따라 장에 가면 옷이나 신발을 얻어 신고 평소에 눈요기만 하던 만두나 찐빵도 얻어먹고 이런저런 장구 경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시골에는 구경거리가 없던 시절이라 장날 약장수 구경도 볼만하다. 약장수는 어깨에 큰 북을 메고 북채를 북에 고정시켜놓고 끈을 늘여 오른발 신에 묶어 발을 앞으로 툭툭 차는 대로 덩덩 소리를 낸다. 약장수가 만담을 하면서 간간히 덩덩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춘다. 아이들은 앞에 앉아 있고 어른들은 빙 둘러 서 있다. 아가씨가 노래 한 곡조를 부르고 막간을 이용해 동동구르므(화장품)나 지껄(종기) 약, 옴 약 등 갖가지 사약을 판다. 원숭이 묘기를 보여준다면서 시간을 끌고 구경꾼들을 붙들어 놓는다.

 

대목장날이면 쓰리꾼들이나 야바위꾼들의 대목이기도 하다. 대목장 보려고 집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개나 염소, 닭, 식량 할 곡식(쌀) 두서너 말을 머리에 이고와 판 돈을 꼬기꼬기 접어 주머니나 핸드빽에 넣고 물건 흥정을 끝내고 돈을 줄려고 하니 감쪽같이 돈이 사라지는 일도 생겼다. 쓰리꾼한테 떼인 것이다. 울고불고 지서(파출소)를 찾아가 신고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쓰리꾼들은 2인 1 조로 행동한다. 지갑이나 돈을 떼면 동시에 일행에게 넘긴다. 어쩌다 현장에서 붙잡아 지서에 끌고 가도 물증이 없으니 경찰도 어쩌지를 못하고 풀어준다.

 

야바위꾼들은 사기 놀음으로 장꾼들의 돈을 다 따먹는다. 좌판에 종발 3개를 엎어놓고 장꾼들이 보는 앞에서 작게 접은 종이쪽지를 종발 한 개로 덮는다. 그리고 종이쪽지가 들어있는 종발을 다른 종발과 함께 좌우로 몇 차례 이동시킨다. 쪽지가 들은 종발을 눈여겨봤다가 돈을 놓고 맞으면 놓은 돈의 2배를 준다. 바람잡이(같은 패거리)들이 장꾼을 가장해 돈을 딴다. 이를 본 장꾼들은 욕심이 생겨 너도 나도 덤벼들었다가 대목 볼 돈을 다 잃고 만다. 뺑뺑이 놀음도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어려운 옛 장날 추억거리들이다.

 

코로나 때문에 상인들 장사도 안된다는데 남문, 지동, 못골 대목 시장은 사정이 어떤지 둘러봤다. 팔달문 버스 승강장에서 내리자 어차가 다니는 도로변에는 70세가 넘어 보이는 시골 할머니들이 난전을 벌여놓고 있다. 팔러 나온 물건들을 보니 콩나물, 시금치, 깐 마늘, 도라지, 콩, 찰조, 고사리, 버섯, 밤, 대추, 곶감, 쪽파, 미나리, 쪽파 등 명절에 쓸 먹거리들이다. 도로가에 펼쳐진 난전을 보니 시골에 살 때 시골장 풍경들을 보는 것 같다.

노인들이 대목에쓸 용돈마련을 위해 채소류를 갖고나와 난전을 벌였다

노인들이 대목에쓸 용돈마련을 위해 채소류를 갖고나와 난전을 벌였다

 

할머니들은 며칠 후면 손자 손녀가 설 쇠러 올 텐데 손에 쥔 것은 없고 농사지어 아껴둔 것이라도 팔아서 세뱃돈이라도 마련할 모양인 것 같다. 세뱃돈도 몇 배가 뛰었는지 모른다. 옛날 같으면 어린아이들이 세배를 하면 예뻐서 1천 원, 2천 원 주던 세뱃돈이 지금은 층층으로 줘야 한다. 물가도 비싸고 아이들 씀씀이도 커졌다. 형편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지금은 유치원생부터 초등생은 최소 배춧잎 1~2 장(1,2만 원) 중고등생은 은행잎 한 장(5만 원) 대학생은 은행잎 2장(10만 원)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할아버지 할머니 대우를 받는 쩐(錢)의 시대다.

 

어차가 다니는 입구 우측에는 옷가게들이고 좌측에는 잡화가게를 지나 과일전, 떡집 등 가게들이다. 코로나가 두렵긴 하지만 설 명절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 도로는 대목장을 보러 온 장꾼들로 꽉 메워졌고 과일 가게와 떡집 등이 성시를 이룬다. 과일전에는 귤, 배, 사과, 오렌지. 망고, 파인애플, 한라봉, 수박, 참외 포도 등이 쌓여있다.  지금은 흔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게 과일이지만 옛날에는 사과와 배, 복숭아 밖에 없어 과일이 귀한 때라 사과와 배는 명절 때 선물용이었다.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는 노인들이 과일 흥정을 하거나 사서 검정 비닐봉지에 담은 봉지를 몇 개씩 들고 간다.손님들이 설에 쓸 과일을 흥정하고 있다

손님들이 설에 쓸 과일을 흥정하고 있다.

 

따끈한 팥떡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 군침이돈다

따끈한 팥떡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 군침이돈다

 

떡집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금은 집에서 떡을 한다고 수선을 떨지 않고 떡집에서 떡국 떡이나 시루떡, 송편, 인절미 등을 사다가 제사도 지내고 명절을 쇤다. 좌판에 진열해놓은 팥과 콩고물이 묻은 시루떡에서는 아지랑이처럼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보니 입안에 군침이 돌고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옛날에도 설명 절 때면 떡방앗간이 성시를 이뤘다. 떡가래를 빼고 떡을 찌느라고 설 전날 밤늦게까지 줄을 서서 밤샘을 하기도 했다.

 

맞은편에 있는 옷시장을 둘러봤다. 옷 전은 먹거리 시장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대목장이라고 해야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옷가게에 들려 중년쯤으로 보이는 주인에게 "대목장인데 많이 팔으셨나요" 하고 물었더니 "장사가 안돼요 한다" 그러면서 " 옛날에는 대목에 아이들 새 신발이나 새 옷을 사 입혔으니 대목장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사철 필요한 대로 신이나 옷을 사 입으니 대목장이라고 해도 별 경기가 없고 먹거리 장만 성시를 이룬다"라고 한다.남문시장 옷가게는 한산하다

남문시장 옷가게는 한산하다

 

지동시장 육 점(肉店)과 생선시장에 들렀다. 육 점은 한산한 편이다. 지금은 비싼 국산 소고기나 갈비가 아니라도 마트나 슈퍼에서 LA갈비나 호주산 갈비, 소고기 등을 먹기 좋게 소분해서 싸게 판다. 옛날 육 점에는 갈비를 한 짝(소 몸통 2분의 1)씩 쇠갈고리에 걸어놓고 팔았다. 갈비는 비싸니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고 보통 쇠고기 한 두칼(한 근 두근)을 사다가 국을 끓여먹는 정도였다. 갈비는 고급 요릿집에서 사다가 찜이나 갈비구이 등의 고급 요리로 팔았고 명절 때는 지역에 부잣집이나 고위 공직자 같은 지체 높은 사람들에게 한 짝씩 선물로 보내졌다.

대목에 각종 생선들이 임자를 기다리며 널브러져 있다

대목에 각종 생선들이 임자를 기다리며 널브러져 있다

 

생선전에는 물메기, 갈치, 도미, 왕새우, 오징어, 꽃게, 아구, 쭈꾸미, 동태, 조기 등 다양한 생선들이 널브러져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생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생선이 조기와 동태다. 조기는 조상님 제사상에 오를 만큼 특별 대우를 받고 동태는 토막을 내 동탯국이나 찌개를 끓여먹기도 하고 명절 때는 동태포를 떠서 부침개를 만들어 밥상에 오르는 대우를 받는다.  생선가게 주인에게 "많이 팔으셨습니까'하고 물었더니 "대목이라 평상시보다는 조금 났네요"한다.

대목장을 보려고 몰려든 못골시장의 인파

대목장을 보려고 몰려든 못골시장의 인파

밥맛을 돋을 각가지 반찬들이 나열돼 있는 못골시장

밥맛을 돋을 각가지 반찬들이 나열돼있는 못골시장

 

못골시장으로 들어갔다. 못골시장은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가게가 연쇄적으로 빼곡히 들어섰다. 꽃게무침, 잡채 등 각종 밥상에 오를 반찬거리 종합시장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다른 시장보다 불경기를 덜 타는 편이다.

오늘은 대목장이라 장꾼들이 얼마나 미어터지는지 어깨를 부딪치고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댄다. 코로나 때문에 소비경기마저 떨어져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나마 설 명절이라 가족들 먹거리며 조상님 제수용품 등 먹거리 시장은 반짝 경기가 살아나는 듯 보인다. 장사가 잘돼 바쁠 때는 점심을 굶어도 배고픈 줄도 모르고 때를 넘기는 게 장사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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