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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8일간의 수원 행차 그 첫째 날
1795년과 2021년 지금,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21-04-01 11:06:44최종 업데이트 : 2021-04-01 11:06:40 작성자 : 시민기자   한정규
매화꽃, 살구꽃, 벚꽃 등 봄꽃이 활짝 핀 수원화성박물관

매화꽃, 살구꽃, 벚꽃 등 봄꽃이 활짝 핀 수원화성박물관


몇 년 전 '의궤, 8일간의 축제'를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했다. 극장에서는 3D 영화로 도 관람할 수 있었는데 1795년 윤2월 정조대왕이 어머니인 혜경궁홍씨 회갑연을 위해 떠났던 7박 8일간의 수원행차 일정을 8일간의 축제로 복원한 영상이었다.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바탕으로 서울에서 수원까지 이동하는 대규모의 국왕행차, 수원화성 건설, 정조가 꿈꾸던 상업도시 화성, 화성장대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 혜경궁홍씨 회갑연 등을 영상으로 복원했다.

1795년의 수원행차는 윤2월 9일부터 윤2월 16일까지였다. 이 당시의 날짜를 양력 날짜로 변환하면 3월 29일부터 4월 5일까지이다. 바로 오늘 정조대왕은 어머니를 모시고 창덕궁을 나섰고, 시흥행궁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3월 30일 수원에 도착했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문헌 및 역사적 고증과 뛰어난 영상미로 다큐멘터리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의궤, 8일간의 축제' 영상 중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

'의궤, 8일간의 축제' 영상 중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

 
하지만 영상을 여러 번 보니 '옥의 티'가 보였다. 장대한 행렬이 지나가는데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이 나온다. 1795년 당시에는 있을 수 없었던 현상이다. 당시의 중요한 행사를 8폭 병풍으로 그렸는데 정조대왕은 윤2월 12일(양력 4월 1일)에 화성장대에서 주간 및 야간 군사훈련을 지휘했고 이 장면도 병풍으로 그렸다. 바로 '서장대 성조도'라는 그림인데 화성행궁 뒤에서 화성장대 방면, 수원천 주변 등 수원화성 안 곳곳에 매화꽃을 화사하게 그렸다. 수원화성을 축성한 이후 화성 춘8경 추8경을 정했는데 춘8경 중에 오교(매향교)에서 매화 구경하는 풍경을 오교심매(午橋尋梅)라 했다. 당시에도 수원화성 내에는 매화꽃 놀이 풍경이 있었다는 얘기다. 

2021년 3월 29일 현재 매화꽃, 살구꽃, 목련꽃, 산수유, 진달래꽃, 개나리꽃, 벚꽃 등 대부분의 봄꽃이 함께 피었다. 2001-2020년까지의 전국 평균 봄꽃 개화일을 보면 매화꽃은 3월 12~13일, 개나리꽃은 3월 22~24일, 진달래꽃은 3월 26일, 벚꽃은 4월 2일이었다. 2000년 이전 20년 통계와 비교하면 개나리꽃은 4일, 진달래꽃은 5일, 벚꽃은 6일 일찍 폈다. 서울기상관측소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벚꽃 개화 날짜를 보면 2012년에는 4월 15일, 2016년에는 4월 2일이었는데 올해는 3월 24일로 23일이나 일찍 폈다.

수원천변에 활짝 핀 벚꽃

수원천변에 활짝 핀 벚꽃


이렇듯 봄꽃들이 순서대로 피지 않고 동시에 피는 것을 '동시개화'라고 하는데 최근 몇 년째 우리가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1951-1980년에는 개나리꽃과 진달래꽃이 피고 평균 14일 후에 벚꽃이 피었는데 1981-2010년에는 11일, 2018년에는 8.7일로 줄어들었다.

'동시개화'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식물이 생육하는 데는 일조량, 온도 등이 영향을 주는데 봄꽃은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서울의 평균 기온은 2.7도로 평년보다 2.3도 높았고, 3월 평균 기온은 8.3도로 3.2도 높았다. 지구온난화가 데이터로 증명 되고 있는 것이다. 온갖 봄꽃들이 함께 피어 눈이 즐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지구온난화라는 실체적 진실에 직면하고 나면 대단히 큰일이다.

서장대 성조도, 수원화성 안 곳곳에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서장대 성조도, 수원화성 안 곳곳에 매화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장기간에 걸쳐 전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이 상승하는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약 1도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기체가 증가해 지구가 온실처럼 되는 것이다. 해수면이 상승해 저지대가 침수되고, 해마다 강력한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물의 순환이 변화되고 많은 생물 종들이 멸종하는 등 생태계의 다양성이 훼손되면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당장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쾌적한 환경을 담보할 수 없다.

온 대지에 핀 봄꽃을 보면서 봄꽃을 즐기는 게 당연하지만 꽃놀이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봐야한다. 자연은, 우리의 자손들은 우리의 행동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것부터 실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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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8일간의 행차, 수원화성,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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