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원뉴스

근로지원인들과 함께. 왼쪽부터 유경란 시설장, 근로지원인 임선숙, 남성민, 송준희. 황은경, 박창성 사무국장

엘림보호작업장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을 수행하거나 직접 고용하여 생산활동을 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다. 수원특례시 내 다른 시설에 비하면 생산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이다. 직업훈련생을 포함한 장애인 근로자는 31명이다. 행정직원 인건비, 임대료 등은 보조금(도비, 시비)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근로자의 인건비는 시설의 자체 수익금으로 지급한다. 생산품의 판매가 시설의 안정적 운영에 가장 큰 관건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직업훈련이 왜 중요할까? 발달장애인들은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일반 학교 (특수학급)나 특수학교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의 고민이 커진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복지시설' 중에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장애인 모두 가장 바라는 것은 직업 활동을 하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기관에서 직업훈련을 시킨 후, 근로자로 고용하여 임금을 지급하며 숙련도를 높여 정규직원으로 전근(전이)하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장애인이 들어오는 선순환 구동체 역할을 하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극소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들의 작업 현장

3월 19일, 기자가 작업장에 들어섰을 때 근로자들이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한 근로자는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하여 모두 크게 웃었다. 어떤 분은 음료수 한 병을 기자 손에 쥐어 줬는데 그 손이 매우 따뜻했다. 마침 간식시간이어서 그런지 표정이 더욱 밝았다. 

다음은 박창성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o 생산품은 주로 어떤 것인지?

사무용 봉투와 면장갑을 생산하고, 인쇄업이나 외부에서 의뢰 받은 생산품의 임가공을 하고 있다.

시설의 생산품 (면장갑, 인쇄물 등)

o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경상북도에 있는 한 행정 기관의 책자 인쇄물이 보였다. 판매망이 비교적 넓은 것으로 보이는데?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을 의무 구매해야 한다. 우리  시설이 우수 제품 생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판촉 활동을 활발이 추진했던 탓에 고맙게도 경기도가 아닌 타지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o 지금의 판매 상황은 어떤가?
범지구적 이슈인 '친환경 경영'이 커다란 도전이다. 우리 시설이 생산하는 봉투류는 고지(폐지) 80%를 사용하는 우수재활용 제품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봉투 구매량이 자원 절약을 이유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1월 우리 시설이 제조한 면장갑이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그 성과로 구매자 측에게 호평을 받으며 판매 실적도 좋았는데, 2022년 12월 인증 연장 심사에서 아쉽게 부적합 판정을 받아 매출이 크게 줄었다. 면장갑은 전체 매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생산품이다.

면장갑 생산 시설

o 면장갑이 '친환경제품 인증' 연장 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11개 검사 항목 중 하나인 '냄새'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심사 방법은 6명의 심사원이 오감으로 검사하는 방법(관능검사)인데, 우리 측에서도 여러 명이 냄새를 확인하고 다른 생산시설 제품과 비교해 보았지만, 예전 제품에 비해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원사도 국내산을 사용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기자가 확인해도 이상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o 그래서인지 창고에 재고가 많이 쌓여 있던데, 앞으로 대처 방안은 있는지

다행히 4월에 서울교통공사가 상당량을 구매해 주기로 해서 다소 해결될 것 같다. 친환경제품 인증 연장에 대하여는 원자재 도입과 생산 과정을 면밀하게 재분석한 후 심사 기관인  '한국의류시험연구원'과 소통할 예정이다. 

면장갑 완제품 모습

o 올해 사업 계획을 소개해 준다면

올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약간의 모금액을 배분받았다. 근로자들의 레크레이션 활동에 쓸 계획인데, 현재 볼링과 방송 댄스가 논의되고 있다. 방송 댄스를 열심히 연습해 수원특례시가 주관하는 '제2회 발달장애인 문화예술 페스티벌'에 출전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참관만 했다)

또한 우리 시설은 사회복지 시설이면서 하나의 기업이다. 지속 가능하려면 다른 직업 재활 시설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기업으로서의 필수 과제인 ESG 경영 체계 구축, 품질향상, 면장갑 친환경 인증 회복, 매출 감소 추세에 있는 상품의 대체 품목 개발 등 할 일이 많다.

o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건의할 것이 있는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평균 50만 8천 원이다. 전국 평균 (45만 원)보다 높지만, 일반 근로자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인건비는 우리 시설의 제품 판매 수익과 후원금에서 지급되므로 인상에는 한계가 있다. 매년 조금씩이라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차원에서 올해 5월에 22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건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공공기관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의한 1% 이상 의무 구매를 넘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물품을 구매해 주었으면 한다.

엘림보호작업장은 매월 1회 근로자 자치 회의를 열고 의견을 나눈다.

2022년 절찬리에 방영된 TV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등장하는 다운증후군 환자 영희는 자신을 돌보는 일을 부담스러워 하는 쌍둥이 동생 영옥에게 10여 점의 그림을 남기고 떠난다. 자매가 함께 담긴 작품을 처음 보면서 언니의 뜨거운 사랑을 절절히 느낀 영옥은 오열했다. 많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유경란 시설장은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집중력이 높고 작업 원칙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조금만 훈련하면 능숙해져, 일반 기업에서 제조한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한 근로자들 사이사이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5명이 함께 앉아 돕기 때문에 작업의 숙련도와 흥미를 높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엘림보호작업장은 연간 1회 이상 야외 활동을 한다. 2019년에는 대만에 가서 발달장애인 직업 시설을 견학했다.

이날 만난 근로자 윤태운 씨(34세)는 5년간 봉투 제조 마무리 기계 작업을 해왔는데, 하루에 15,000매 이상 생산하는 놀라운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만든 봉투량이 지구 한 바퀴 이상은 돌았을 것이라고 기자에게 자랑했다.

수원에는 제조를 기반으로 하는 장애인직업재활 시설만 12곳이 있다. 생산품은 장갑, 봉투, 종이, 화장지 등 소모품부터 친환경 현수막 제작과 판촉물 인쇄 등 일반 기업이나 단체에서 활용이 필요한 품목까지 시설별 특장점도 다르다.  
2024년에는 장애인 근로 시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더 성장하여 근로자, 근로지원인, 직원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 수원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 안내 바로가기

◯ 경기도 장애인생산품 판매처

 • 주소: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로 130, 누림센터 지하1층
 • 온라인 주문: http://www.gom.or.kr
 • 문의: 031-268-9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