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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벽화골목 탐방기
그때의 골목은 아직 안녕한가요?
2020-10-23 14:28:31최종 업데이트 : 2020-10-23 14:28:28 작성자 : 시민기자   양서린

행궁동 벽화마을의 입구를 알리는 간판

행궁동 벽화마을의 입구를 알리는 간판



행궁동 벽화골목은 명실상부 수원의 자랑이다. 2011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까지 수상했으며, 골목을 지나 방화수류정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주변의 상권을 살리고 랜드마크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른 동네처럼 행궁동의 낡은 집들을 부수고 재개발하는 대신에, 행궁동만의 지역적 특색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벽화를 그린 것이 오늘날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왔다.

 

행궁동 벽화는 이웃들의 삶과 역사 속에서 예술적인 영감을 풀어내었다. 주민 스스로 창작의 과정에 참여하여 지역사회에 생기를 부여하고자 노력했다. 이 초석을 "대안공간 눈"에서 시작했다. "대안공간 눈"은 청년예술가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지역 활성화의 대안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조각가 이윤숙 선생이 50년 전에 부모님이 직접 짓고 생활하시던 주택을 2004년에 비영리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민과 소통하며 문화예술공간으로의 명맥을 이어가는 예술공간 봄.

주민과 소통하며 문화예술공간으로의 명맥을 이어가는 예술공간 봄.
골목의 기억을 안고 있는 모습들.골목의 기억을 안고 있는 모습들......조형연구소로 바뀐 "대안공간 눈"의 내부 모습.



이 공간은 2019년 1월에 조형연구소로 바꾸어 사용되고 있으며, 시민들 누구나 둘러볼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이 되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프로젝트 : 행궁동을 걷다"라는 주제로 한국한국문화예술위원회 비영리전시공간 지원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안공간 눈"은 역사에 남게 되었지만 같은 공간 내에 있는 "예술공간 봄" 은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토요일부터 10월 21일 수요일 11시부터 19시까지 "행궁동 어린이 예술가 전시회 : 우리마을"이라는 전시회도 봄2전시실에서 이루어졌다.

 

과거에 식당건물로 사용되다가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골목갤러리"는 이제 문을 닫는다. "코로나로 인해 골목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담당자의 말에 따라, 한산해진 골목갤러리를 관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쉽지만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면 재개관할 예정"이라는 약속은 머지않아 지켜졌으면 하고 바랐다.

 

여전히 상처가 남아있는 골목의 모습.

여전히 상처가 남아있는 골목의 모습.



사실 행궁동 벽화마을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기억을 안고 있다. 2016년에는 개발업자의 개입으로 인해 벽화가 훼손되기까지 했다. 금보여인숙에 그려진 황금물고기가 파랗게 회칠이 되고, 하얀 회벽에는 별화를 가린 시뻘건 페인트가 흉물스럽게 그려져 있었다. 한쪽에는 난지도처럼 쌓인 쓰레기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심란하게 하기도 했다. 행궁동이 문화시설로 지정되면 개발제한이 걸리고 집값이 폭락한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주거지역을 지키고자 행동한 결과이다. 

 

다시 재건되고 있는 골목들.

다시 재건되고 있는 골목들


그로부터 수 년이 흐른 지금은 골목이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무너진 담벼락도 콘크리트 잔재를 들춰내고, 장송이 되기를 기다리는 소나무 묘목들이 햇살을 받고 있었다. 황폐한 흙바닥에는 잔디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주민들과 끊없이 의견을 교류하며 행궁동의 안녕을 위해 애쓴 모두의 결과이다.

 

행궁동 벽화마을 길을 깊이 탐방해보았다. 행궁동에는 10개의 길이 있다. 눈으로 가는 길, 사랑하다 길, 처음아침 길, 뒤로가는 길, 로맨스 길, 사랑의 쉽터 길, 행복하 길, 먼 길, 숨어있기 좋은 길, 오빠생각 길 등이 있다. 각각 주거지역을 존중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골목 체험의 장소, 젊은 커플들에게는 데이트 명소, 중년층 이상의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되어준다.

 

라켈 작가가 남긴 유작 벽화.

라켈 작가가 남긴 유작 벽화.



한편 예술공간 봄의 외벽에 그려진 커다란 황금물고기와 뒤로가는 길의 문어 벽화는 브라질 작가 라켈 셈브리의 유작이다. 아쉽게도 금보여인숙에 그린 황금물고기는 삭제되었고, 남아있는 벽화만이 라켈의 작품세계를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작업 이후, 안타깝게도 출산 중에 사망하였다. 지난 9월에는 골목갤러리에서 라켈 셈브리를 추모하는 전시회도 진행했고, 예술공간 봄 2층 한켠에는 라켈의 추모공간이 있다.
 

사랑하다 길을 따라 골목을 구경하는 시민들.

사랑하다 길을 따라 골목을 구경하는 시민들.
골목 사이사이와 예술공간 봄 안의 정경을 찍는 청년들.

골목 사이사이와 예술공간 봄 안의 정경을 찍는 청년들.



가을 햇살에 비치는 행궁동 벽화골목을 두런두런 걷다보니, 이 길을 촬영하고자 오는 청년들로 북적인다. 프로젝트 촬영 팀으로 보이는데 커다란 촬영장비들을 등에 이고서 골목 여기저기를 향해 카메라를 돌린다. 사랑하다 길에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 작품은 촬영 필수 코스이다. 예전에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가수가 그린 벽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출사를 나온 여성 모델이 사랑의 자물쇠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고, 사진기사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행리단길의 북적이는 골목을 피해 낭만적인 사진을 여유롭게 찍을 수 있는 핫 스팟처럼 보였다. 친구들끼리 까르르 웃으며 셀카를 찍는 20대 청년들도 있었다. 다같이 마스크를 쓰고 촬영에 임하고 있지만, 코로나도 꺾지못할 골목의 다정함이 느껴졌다.

 

추억과 따뜻함이 녹아있는 길. 행궁동 벽화골목은 신선함과 새로움과는 동떨어진 곳이지만, 묘하게 낯섦과 익숙함이 혼재된 매력적인 공간이다. 걷다보면 벽화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고 감수성이 톡톡히 올라온다. 살아있는 예술공간이란, 바로 행궁동 벽화골목을 두고 말하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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