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인륜의 으뜸가는 덕목
2021-05-11 16:08:41최종 업데이트 : 2021-05-11 16:08:39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화사하게핀 영산홍

화사하게핀 영산홍


5월은 '계절의 여왕', '행사의 달', '가정의 달' 등 명칭도 다양하다. 산천 초목이 온통 푸르러 생기가 돋고 각종 꽃들이 활짝 피어 그림 속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 각종 기념일이 무려 11일이나 들어있어 '행사의 달'이기도 하다. 또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끼리 모여 화목을 다지는 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오늘은 가정의 달 세 번째 기념일인 어버이날이다. 3일 전이 어린이날이었다. 토끼 같은 자식들을 데리고 나가 외식도 하고 선물도 사주고 얄팍한 지갑이나마 다 털고 돌아왔다. 그런데 눈을 두 번 감았다 뜨고 나니(이틀 밤) 어버이날이다. 아무리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도 그냥 넘길 수 없는 기념일이다.

 

옛날에는 친가(親家) 부모님만 섬기면 됐다. 여자들은 시집을 가면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고 친정에서
조차 호적부에서 삭제하고 가족에서 제외시켰다. 지금은 남녀평등 사회가 되면서 명절이나 기념일에 친가와 처가 양가 부모님을 똑같이 섬겨야 한다. 어버이날 용돈이라도 드리려면 현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자니 자식들은 얄팍한 지갑에 신경도 쓰이고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부부간에도 말 한마디 삐끗했다가는 가정불화로 이어질 수 있는 5월이기도 하다.


어버이 날은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존경스러운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을 기억하자는 취지의 기념일인데 자식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기념일이 되고 만다. 옛날 어버이날은 이렇지 안았다. 어버이날이 공휴일이었다. 자식들이 찾아와 카네이션도 달아주고 가족들이 집에서 다 모여 생일날 못지않게 음식도 해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루를 즐기다 돌아갔다.
 

어버이날 자식들이 찾아와 달아준 카네이션

시골 살을 때 어버이날 자식들이 찾아와 달아준 카네이션


가난했던 시절이라 부모님들 말씀은 '물질보다 마음이 중하다'고하셨다. 그래서 자식들이 빈손으로 찾아오는 것만도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황금만능주의에 물질문화시대다. '마음보다 물질이 중하다'고 생각들을 한다. 그래서 명절이나 기념일에 자식들이 찾아가든 안 가든 돈 봉투는 드려야 자식 노릇을 한다고 생각 한다..

 

가난했던 농경시대에서 산업화 시대를 열면서 정부는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공휴일이 많아 생산과 수출에 지장이 많아졌고, 공휴일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어버이날 휴일을 폐지했다.지금 80~90대 노인들이 젊은시절 산업전선에서 일할 때 이야기다. 여성들은 긴 머리를 잘라 가발을 만들어 수출했다. 당시 국민소득 80불이었다. 지금은 수출 세계 8 대국으로 성장했고 국민소득 3만 2천 불이 됐다.

 

6.25 전쟁까지 치르고 가장 못살던 나라가 세계 220여 개 국가 중 12번째로 잘 사는 나라가 됐다. 정부는 각종 노인 우대정책을 펼치면서도 어버이날 공휴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그러니 어버이날 부모님 모시고 나가 구경도 시켜드리고 맛있는 음식 대접을 하고 싶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직장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자식들은 시간 나는 대로 찾아와 봉투만 내밀고 가거나 찾아오지 못하면 전화를 한다. "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하면서. "통장에 용돈 좀 넣었으니 맛있는 것 사 잡수세요"라고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사람 사는 것은 옛날보다 나아졌는데  가족들이 모일 기념일도 함께 지낼 수 없으니 자식들과도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식들이 못 오면 손자 손녀들이 찾아와 카네이션을 달아주더니 이제는 그놈들도 머리가 컸다고 잘 오지도 않는다. 자식들이 모르는 게 있다. 늙으면 용돈도 아쉽지만 사람이 그립다. 손자 손녀도 보고 싶고 자식들도 보고 싶다. 노인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런데 점점 눈에서 멀어지는 것만 같아 아쉽기만 하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인륜의 으뜸가는 덕목이다'. 모처럼 이번 어버이날은 휴일이다. 가족들이 모여 식사도 하고 직장에 다니는 자식들도 부모님 모시고 야외로 나가 바람도 쏘여드리고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도 대접할 수 있는 황금 같은 휴일이다. 그런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가족모임도 못하고 하필이면 황사까지 뿌옇게 하늘을 덮어 야외로 나갈수도 없다. 이래저래 어버이날 휴일을 망쳐놓는다.

 

우리는 어버이날을 앞당겨 치렀다. 지난 6일 아침 큰딸한테서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을 먹자는 전화라고 한다. 나는 어버이날도 아닌데 무슨 밥이냐고 했더니 아내는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겠죠"한다.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가족이 다 모이지 못하고 어버이날은 식당들도 사람들이 북적댈 것을 예상해 평일날 식사대접을 하려고 한 것이라 짐작했다. 코로나가 우리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인 풍속도까지 붕괴시키고 있다.
 

보기에도 먹음적스런 생선회

보기에도 먹음적스런 생선회

 

오후 6시경에 큰딸과 큰아들 둘이 왔다. 넷이서 차를 타고  제부도 바닷가로 가 망망대해 시원한 바닷바람도 쐬이고 내가 좋아하는 생선회를 대접받았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회를 먹어서 그런지 입안에서 살살 녹는 것 같다. 주변을 보니 딸인지 며느리인지 노인을 모시고 나와 식사대접을 한다. 옆자리에 있는 노인에게 며느님이신가요 하고 일부러 물어봤다. "아니요 딸이요" 한다. 노인들을 모시고 나와 식사대접을 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딸들이다. 자식낳아 키워보니 얼마나 힘든일인지 부모맘을 헤아리는 것은 딸들 뿐이다.

 

지금 80대가 젊은 시절만 해도 전통적으로 아들을 선호하던 시대였다. 딸을 나면 아들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가난한 나라에 인구만 늘어나자 정부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을 내 걸었고 인구감소 정책의 가족계획을 펼쳤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남성 노인들에게 물어보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하는 말이 있다. 막상 늙고 보니 "아들보다 딸이 더 좋아"라고 한다.

 

자식들이 어버이날을 챙겨주지 않아 어버이날 인지도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노인들도 많다고 한다. 주자 십훈에 '부모불효 사후회(父母不孝 死後悔)'라고 했다. '부모님 살아 생전에 효도하지아니하면 돌아가신후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뜻이다.
 

2018년 어버이날 기념행사 각설이타령

2018년 어버이날 축하공연 각설이타령



수원시는 매년 청소년회관 아트홀에서 수원시 노인들 수백 명을 초청해 어버이날 기념행사를 가졌다. 효자효부 표창, 장한어버이 표창, 노인복지 기여자 표창을 하고 이어서 다양한 공연으로 노인들을 즐겁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갈 때는 수원시 사회단체가 준비한 선물도 받았다. 어버이날 안부전화한통 못받는 노인들에게는 어버이날 기념행사가 큰기쁨이고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쓸쓸한 어버이날을 보내게 됐다.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차봉규님의 네임카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