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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보 전시회가 열리는 화성행궁 공방길
2012-10-29 21:26:37최종 업데이트 : 2012-10-29 21:26:37 작성자 : 시민기자   서정화

조각보 전시회가 열리는 화성행궁 공방길 _1
화성행궁 공방길에 있는 임(林 )아트 갤러리

화성행궁 공방길을 걷다보면 여러 가지 볼거리와 함께 공방에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시민기자는 주말에 가족과 산책을 하러 행궁광장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임(林 )아트 갤러리에서 조각보 전시를 보았다. 
옛 여인이 길쌈을 하여 짠 모시로 가족들의 옷을 짓고 남은 조각을 모아 두었다가 곱게 이어 붙이는 조각보. 
막걸리 한 잔하려고 맛집을 향해 가던 차에 전시를 둘러본 것이다. 그곳에서 어디에 놓아도 좋을 한국적이고 여성적인 상징물로 보자기라는 모티브를 발견하였다. 

이기자(여, 57세)씨의 '풍류도 조각보 展'은 조각보에 담긴 풍류의 상징적 요소 위에 작가 자신의 내면적인 것들을 담아내 소통도구로 삼았다. 손수 치자나 쪽으로 곱게 모시에 물들여 한국의 전통 조각보의 이미지를 재해석 '보자기 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조각보는 조선시대 천이 귀하던 시절에 옷이나 이불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모아 붙여 물건을 싸거나 밥상을 덮는데 쓰였다. 조각보는 본래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이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멋을 위한 색채와 장식으로 구성된 예술품이자 주술적 도구로 예를 갖춘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재탄생 하였다. 대부분 비단이나 모시 등 쉽게 상하는 천연소재로 만들어져, 독창적이고 고유한 한국적 디자인 소재로 평가받는다.

조각보 전시회가 열리는 화성행궁 공방길 _2
이기자 조각보 풍류도 展

조각보를 자세히 바라보면 옛 선조들의 생활모습으로 헝겊자투리 하나도 아껴 다시 사용하였던 생활의 지혜가 엿보인다. 광목, 무명, 모시, 삼베, 명주, 비단들은 날카로운 바늘로 한 땀 한 땀 이어져 있다. 멋과 예술성을 아울러 생활지혜의 소산이다. 

조각보는 일반사람들은 상보로 많이 알고 있지만 크게 만들어 이불보나 문에 치는 발로 이용하고, 멋을 내어 예단이나 혼수품을 싸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은은한 파스텔 톤과 원색계통의 다색구성과, 무채색 위주의 단색구성이 있으며, 대부분 불규칙한 구성으로 상호 복잡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기자 작가는 예와 혼과 정성이 가득한 한국적인 메시지를 가득 담고 있는 것으로 극사실적인 표현에서 여타 장신구와의 컴퍼지션을 조절하여 시각적으로 이미지를 너머선 사유의 영역까지 담아내고자 노력하였다.

할머니의 정신과 자연 숭배와 동화되어 삶을 즐기려고 했던 조각보. 그녀의 한 땀 한 땀 꿰매는 명상일기를 본다. 바늘과 실과 색 색깔의 천에 서린 외길 인생을 담아내었고 인생이란 평지가 아니라 굴곡임을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였다. 마음이 앉은 자리 하루하루 수를 놓으며 명상에 잠기곤 한다. 조각보는 그녀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예술작업이다. 매운 솜씨 고운 손길로 손끝에서 손끝으로 이어지는 창조적인 노동이 있어 삶은 지루하지 않다.

조각보 전시회가 열리는 화성행궁 공방길 _3
조각보는 느리지만 자연의 생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느림의 미학.

느리지만 자연의 생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느림의 미학. 여러 가지 꽃물을 담는 봄빛에 떨려오는 새소리부터 다북쑥 한 소쿠리에 담긴 넉넉한 여름, 허릿심 곧추세워 붉게 물든 감빛이 도는 가을, 가진 것 모두 비워내 계절을 잊고 잠든 쓸쓸한 겨울 산의 모습까지 우리나라의 사계를 담아내었다.

곧은 어머니의 손길에서 뿌리 깊은 절계를 볼 수 있고 가슴 속 무궁화를 품은 조각보와 고고한 자세로 펄럭이는 듯한 태극기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자연의 이치와 가치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자연의 본 모습에 순응하고 유지하려는 마음의 풍류도라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모시나 삼베로 만든 소박한 직선들의 투명 보자기를 비롯해 봉황과 꽃을 수놓은 보자기, 면에 다양한 색을 입힌 다색 조각보, 한지를 활용한 창의적인 작품 등을 볼 수 있었다. 생활의 미학과 조형적 미학을 구현하려는 두 가지의 방향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생활 속의 수공적 미학을 체현하고 현대적인 조형을 추구해 나가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감각의 미에다 정신의 미를 담아내는 임(林) 갤러리를 화성행궁 공방길에 지나갈 때면 꼭 들려보길 권한다. 자신들의 세계를 풍요롭게 일궈낸 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기억하고자 하는 아주 특별한 기획전들이 이야기의 집을 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기자, 임갤러리, 조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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