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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엔 마음의 평화, 잘 사는 길이 있다
2012-10-30 10:28:13최종 업데이트 : 2012-10-30 10:28:1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진순

지난 봄 너무 긴 가뭄과, 그 직후에 내린 너무 긴 장마. 그리고 그런 모든 자연의 역경을 딛고 이젠 만추에 수확의 기쁨을 맞는 시기이다. 그 풍요로움의 기쁨이야 가을걷이를 하는 농민들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농민들 이상으로 더 넉넉하고 더 뜨거운 마음으로 축원해 드리고 싶다.

이렇게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리는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본다. 젊은 연인들은 더 애틋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을 것이고,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를 좀 더 잘하도록 분발해 주길 바랄 것이고, 직장인들은 다가오는 인사철에 승진을 바랄 것이다.
이런 세속적인것 외에도 우리 가슴을 평온하게 해줄수 있는게 뭘까. 그건 바로 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창시절, 대학의 도서관에서 내가 특히 좋아했던 곳은 일반 열람실이었다.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책꽂이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며 한가하게 책들의 제목을 살피곤 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제목과 장정의 책을 발견하면 뽑아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 것이다. 
아주 유명한 책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책, 원론적인 책에서부터 개별학문의 세세한 방법에 관한 책, 이해하기도 어려운 전공서적과 교양강좌를 위한 책, 희랍의 희곡부터 오래전의 소설, 작은 풀에 관해 적혀진 책에서부터 우주의 기원에 관한 책에 이르기까지...

 

책엔 마음의 평화, 잘 사는 길이 있다_1
책엔 마음의 평화, 잘 사는 길이 있다_1

이렇듯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고, 그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했다. 그리고 배도 불렀다. 책냄새로 배불러 본 분들 많으실 것이다. 
우연히 펼쳐든 딱딱한 수학책 한 귀퉁이에서 마음이 여린 소녀가 좋아할 듯한 귀여운 문구를 발견했을 때, 또 재미로 읽던 소설책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제 삶의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아, 책이란 정말 이렇듯 내 가슴에 오묘하고도 느꺼운 감정을 주는구나 하면서 절절한 감동을 맛볼수 있다.  그 순간 책들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다. 

고등학교 어느 해 여름인가. 언니들을 따라 어느 대학 도서관에 놀러갔는데 자료실에서 우연히 낡은 책 한 권을 발견하였다. 비좁은 서가의 구석진 곳에 꽂혀있는 책이었는데 너무 작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그런 책이었다. 
제목은 '갈매기의 꿈'이었다. 리차드 버크라는 사람이 쓴 그 책. 나는 뭐 그냥 그런 책이려니 하면서 첫장을 넘기고 읽었다. 그리고 한페이지, 두페이지, 세페이지....
책장을 넘길때마다 나는 그동안 내가 왜 이런 책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한장 한장 책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사춘기 감수성 풍부하고 여린 마음에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순식간에 다 읽어 버린다면 그 뒤에 너무나 큰 허탈감이 찾아올 것같은 두려움.

그정도면 그 책이 내게 준 충격과 감동이 어느정도일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물론 좋은 도서 목록, 추천 도소 목록, 세계의 양서 목록 등등 많은 곳에서 갈매기의 꿈이 나왔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그게 그런 책인지, 내게 그만한 가슴속의 울림을 주는 내용인지는 몰랐었다.

그런데 그것을 꺼내 펼쳐들었을 때 전혀 예기치 못했던 어떤 울림을 느끼는 자신을 보았던 것이다. 책속에 그처럼 힘들고 두렵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에 목숨을 걸고 투신한 갈매기 조나단이 있었고, 우리 삶이라는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갈매기 조나단의 열정을 가지고 산다면 세상에 못할게 아무것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이야말로 내게는 마술이고, 열심히 살라는 마법을 걸어 주는 도깨비 방망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때였던것 같다. 
책이란 재미있는 물건이다. 저마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결국 스러지기 쉬운 종이와 잉크로 찍힌 활자들은 날마다 조금씩 먼지로 변해가는데, 어쩌면 그 속에 담긴 지성마저도 그와 마찬가지의 운명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아끼는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들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잘 살기를 원한다. 진정 잘 사는게 뭔지는 각자의 생각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책에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그 무언가의 길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어젯밤에도 책을 잡고 두시간 정도 불을 밝혔다. 오늘도 내일도, 잊고 지내던 책을 펼쳐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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