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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만난 참 멋진 사람
2012-10-30 11:06:33최종 업데이트 : 2012-10-30 11:06:33 작성자 : 시민기자   유남규

우리는 살아가면서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혹은 어떤 사교모임에서든 참 "멋진 사람"을 적잖게 본다.
그 멋진 사람은 남녀의 구분이 있을수 없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어느 폭력배들한테 봉변을 당하는 여성을 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의리의 사나이가 다가가 그 폭력배들과 한판 붙는 경우 정말 멋진 것이다.

혹은 기라성 같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떤 프레젠테이션으로 모든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은 중요한 회의석상의 여성 커리어 우먼도 멋진 사람의 경우에 해당한다.

이렇게 확연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멋지지만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멋지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살다 보면 그런 사례야 이루 다 헤아릴수 없이 많겠지만 나도 얼마전 사소해 보이지만 참 멋진 사람을 보았다.
지방에 내려가던중 차가 시속 90키로 이상 달리게 되었다. 요즘 지방 국도는 거의 다 4차선으로 곧게 만들어 놔서 사실상 고속도로 같다. 차가 상시로 많은 수도권과 달리 충남 이남의 지방 국도는 차가 별로 없는 평일날 곧게 뻗은 4차선 도로이니 이런데서 과속감지 카메라가 없는 상태라면 대부분의 경우 100키로 이상으도 달린다.

한참 가던중 저만치서 안전삼각대가 도로 한가운데 펼쳐져 있고 그 옆 갓길에는 승용차가 한 대가 비상등을 켠채 멈춰서 있는게 보였다.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지나가면서 바라보니 도로 한가운데에 길이 30cm쯤 되보이는 막대기 같은 날카로운 철근이 몇 개나 떨어져 있었다. 철근은 그냥 곧게 펼쳐져 있지 않고 상당히 구부러져 있어서 차량의 타이어에 밟히면 그대로 타이어를 찍어 펑크를 내거나 타이어를 찢어버릴수도 있을것 처럼 날카롭고 위험했다.

 

고속도로에서 만난 참 멋진 사람_1
고속도로에서 만난 참 멋진 사람_1

차량 운전자는 자기 차를 세운채 안전삼각대로 안전을 확보 한 뒤 그 철근을 일일이 주워서 길 밖으로 치우는 중이었다.
설마 승용차 운전자가 저걸 떨어트리고 나서 양심상 치우는건 아닌것 같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차를 길가에 세우고 보니, 그 차 앞에 다른 차가 서 있었다. 이 차는 펑크가 나 있었다.

상황이 짐작이 갔다. 차를 세우고 물었더니 그 앞선 차는 이미 도로에 떨어져 있던 철근에 의해 펑크가 나버렸고, 이 차는 그걸 우연히 발견한 뒤 다른 차들의 안전을 위해 자기 차를 세운 뒤 철근을 치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철근은 대여섯개가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이 철근을 치우지 않았더라면 시속 100키로 이상 달리던 차들이 미처 피하지 못한채 펑크가 났을 것이다. 나도 그중에 한명이 될수 있었을 것이다.

펑크만 나면 다행이지만 차가 뒤집힐수도 있기에 이 철근을 직접 치운 운전자가 참 멋지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에 떨어진 철근을 보고 자기 일 아니니 그냥 휙 지나칠수도 있었을텐데 그 운전자는 다른 차들의 안전을 위해 그렇게까지 한 것이다.

한마디로 존경스러웠다. 
나도 좀 돕고 싶었지만 이미 철근은 그 운전자가 모두 치웠다. 그는 손을 털면서 "이거 참. 트럭들이 화물 포장을 잘 해야지. 큰일 나겠네"라면서 안타까워 했다.
내가 "고생하셨네요. 큰 일 날뻔 했어요. 덕분에 저도 사고를 면하게 됐습니다"라고 인사하자 "뭘요.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라며 겸손해 했다.

그와 헤어져 차를 몰고 가면서 생각해 보니 그 운전자의 얼굴에서 풍기는 넓고도 깊은 여유와 내면의 교양에서 울려나는 목소리, 여운처럼 남아 있는 이미지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속으로 '이런게 정말 멋지다는 거구나'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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