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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맹' 탈출할까 , 그냥 이대로 남을까
2012-10-30 15:06:01최종 업데이트 : 2012-10-30 15:06:0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눈 뜨고난 새벽 7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갔다 온 뒤 잠자리에 드는 밤 12시까지 단 1분도 손에서 떼어 놓지 않고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던 아이들에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걸 뺏을수도 없고, 회초리를 들고 아이들을 때려서 막을수도 없다. 아예 서비스를 중지시켜버릴수도 없는 물건이 돼버린 이 스마트폰.

요즘 남편이 부쩍 이상해졌다. 아니 갑자기 그런게 아니라 최근 몇 달전부터 아주 조금씩 이상해졌다.
남편이 스마트폰에 아이들처럼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이 무엇이든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해결하고 거기서 해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궁금한게 떠오르면 그걸 알아보고 해결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의 남편.  예전에는 외출중에 그런 궁금한 뭔가가 생기면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이들더러 인터넷 켜고 알아보라고 해서 해답을 알아낸 뒤에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이었다. 그러던게 이제는 스마트 폰이 생기니 그런 불편도 사라졌다. 

'스맹' 탈출할까 , 그냥 이대로 남을까_1
'스맹' 탈출할까 , 그냥 이대로 남을까_1

스마트폰에다가 직접 입력해 그 자리서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을 고장 해결을 해 버리니 남편이 성격상 제대로 된 기계를 만난 것이다.
하기사, 전자기기에 그다지 뛰어난 활용능력을 갖추지 못한 나도 최근에 그 위대한(?) 능력에 감탄을 금할수 없는 경험을 했으니 남편인들 오죽하랴 싶었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나선 얼마전 퇴근길에 동창생들로부터 어디 쯤인지, 언제 도착하는지, 다른 친구 누구누구는 오는지 안오는지, 이따가 헤어질때는 어디를 경유해서 가는지까지 이것저것 묻는 카카오톡이 이 친구 저 친구들로부터 쉴새 없이 날아들었다. 우선 이게 공짜인데다가 채팅같은 식으로 활용을 하니 더 심했다.

나 역시 조금 늦을것 같아서 빨리 가기 위해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차는 막히는지 스마트폰에 의지했다.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이 기기를 중고등학생들 처럼 가지고 노는 수준으로 다루는 친구는 이내 시내 맛집을 찾기 위해 블로그를 검색하고 모바일 쿠폰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술자리에서도 계속 상대방에게 하트를 추천하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페이스북 업데이트를 확인했다.

친구들과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가 오늘 친구를 만난 건지 스마트폰을 만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문명의 이기라지만 우리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건지, 스마트폰이 스스로 퍼지 능력을 갖춰 우리가 만져줄수록 스스로 진화해서 우리를 가지고 노는건지 혼동이 됐다. 내 생각에는 스마트폰이 인간의 손을 빌려 스스로 노는것 같았다.

신문이나 방송뉴스를 보면 많은 학자들이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전문가적인 식견을 앞세워 진단하고 문제점을 들춰내며 설명들을 하지만,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퇴근 후 시간을 즐기는 나 같은 주부들마저 일상 생활에서도 그 위력이 느껴질 만큼이면 이게 정말 엄청난 기계가 맞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아는 일이지만 기존 휴대폰의 서비스가 주로 전화 통화와 문자 위주였다면, 스마트폰은 손안의 컴퓨터로 간단한 업무처리는 물론 음악, 사진, 동영상 감상과 촬영이 모두 가능하다. 네비게이션 대신 위치 정보를 확인하거나 이동 중에도 와이파이 존에서 무선 인터넷 사용을 무료로 가능케 하니 이거야말로 만물박사이고, 안되는거 없는 기계라 아니할수 없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 '스맹'이라 자부해 왔다. 스맹이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컴맹이라 하듯, 스마트폰을 제대로 쓸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일컬어 스맹이라 하는데, 나는 그게 큰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스스로 스맹이라 자부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스맹을 탈출해야 하는 시점이 슬슬 다가오는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나같은 사람마저 거기에 빠져들면 세상 사람들 전부다 스마트폰의 몸종이 되어버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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