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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에서 맛본 평화로운 휴식
모든 수원시민들이 이런 평화와 여유로운 휴식을 맛보며 살았으면
2012-10-30 16:08:54최종 업데이트 : 2012-10-30 16:08:54 작성자 : 시민기자   권혁조
지루한 장마와 태풍 몇 개가 지나 슬그머니 찾아온 가을. 그런데 벌써 그 여름날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제법 방안에 난방을 하고 이불을 찾게 만드는 계절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부담 없이 걸어주면 그냥 상쾌하고 몸이 가뿐해지기만 하는 이런 계절에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길가의 바람에 이리저리 살랑거리는 코스모스다.

며칠전 평택 출장길에 농촌 도로가에서 만난 코스모스 행렬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고스란히 내 머리와 가슴속에 담아 주었다.
지난 토요일 비가 온 뒤 일요일에는 청명했다. 그런 날씨에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은 날씨의 성의를 무시하는 일이라 했던가. 비온 뒤 맑고 청아하게 개인 일요일 오후에, 가벼운 배낭에 물 한병 달랑 들고 출발했다.

 
칠보산에서 맛본 평화로운 휴식_1
칠보산에서 맛본 평화로운 휴식_1

칠보산으로 고~고.
집에서 버스를 타고 나갔다. 칠보산은 원래 화성시 매송면에 속해 있다가 우리 수원시로 편입된것도 30년 정도밖에 안된 산이라 한다. 예로부터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절, 장사, 금의 8가지 보물이 많아 팔보산으로 불리우다가 황금수탉이 없어져 칠보산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한다고 했다. 

전설 또한 산에 오르는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고 재미있게 해준다.
황금수탉, 호랑이. 이런 아이콘들 자체가 주는 호기심도 재밌고, 우리가 당장 쉽게 만날수도 없는 것들이기에 그런 상상력을 동원한 전설이 흥미를 돋궈주기도 한다.

칠보산은 내가 두달에 2~3번 정도 부담없이 걷기 위해 찾는 아늑한 뒷동산 같은 산이다. 높이래봤자 300미터도 안되니 걷는데도 부담도 없고 편하다. 
군부대가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잠종장 뒤의 그보다 낮은 봉우리 하나 더, 그리고 개심사 뒤와 오룡골 뒤에도 봉우리가 있다. 

당수동에 도착해서 묘지를 지나고, 칠보약수터부터 출발했다. 칠보산 정상까지는 걸음걸이 길이로 4.6키로 정도가 된다. 거기를 좀 더 지나서 용화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큰 도로의 뒷길은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오솔길인데 사박사박 걸으니까 한 30분은 걸린다. 걷다보니 약간의 물이 흐르는 시냇물도 있고 사람이 많이 안 다녀서 그런지 몇 발자국마다 가을 들풀이 밟히는데 그 감촉이 좋다.

30분 정도 걷다가 마침 앉아서 쉬기 좋게 생긴 넓적한 바위가 있어서 앉아 보았다. 시월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가을 시원한 바람이 전신을 감아 돌았다. 상쾌하고 가슴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아, 매일매일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이런 맑은 정신과 상쾌함으로만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욕심도 가져봤다.

바람에 날려온 낙엽 한잎이 내 오른쪽 뺨을 살짝 간질이며 옆으로 떨어진다. 주워 보았더니 벚나무잎 같았다. 적당히 벌레가 먹어 한쪽이 갉아먹힌채 이파리 속의 가느다란 줄기가 앙상하게 드러난 그것의 모양이 예뻐서 안주머니에 끼고 다니는 포켓용 노트에 볼펜으로 여러 번 그려보았는데 모양이 잘 안 된다.
나는 역시 미술에는 재주가 없구나. 혼자 피식 웃고 말았다.

하늘이 그토록 맑고 청아해 산속에 그 흔한 나뭇잎조차도 의미를 실어 느끼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역시 예술도 마음을 닦아 영혼을 맑게 해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도 예술을 하기에는 마음과 영혼이 맑지 못한가보다.
산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보니 슬슬 배도 고파지고 하산의 시간이 다가왔다.

참나무와 소나무 사이사이에서 불어 오는 단풍속 바람을 맞으며 걸어 내려왔다. 버스든 택시든, 혹은 승용차든 그동안 자동차만 타고 다니다가 기계적인 습관에 물들어 살고 있는 나에게 좋은 휴식의 시간이었다. 
집에 다다르니 해가 슬슬 넘어가려 했다. 저만치 보이는 서산 노을 빛만큼이나 부끄러운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칠보산에 올라 계절도 맛보고 휴식도 할 것을 다짐해 본다. 

숲에 친숙해지면 그때는 책도 한두 권 가지고 들어가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무한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보면 정신건강에 제일 좋은 보약이 될것도 같다. 
정말이지, 우리 시민 모두가 매일 이렇게 근심 걱정 없이 가뿐하고 상쾌한 정신만으로 살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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