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너 공부 안하면 아저씨처럼 된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자격
2012-11-02 18:17:46최종 업데이트 : 2012-11-02 18:17: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순자

2주전쯤, 시부모님 두분이 사시는 고향집에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하게 되었다. 연탄보일러를 쓰시다가 최근에 기름 보일러로 바꾸었는데 방이 따뜻하지도 않고 기름만 자꾸 먹는것 같다며 연락을 해 오셨다. 
혹시 보일러 온열 파이프가 문제가 있다면 방바닥을 완전히 뜯어야 할지, 아니면 보일러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조금만 손을 본 후에도 수리가 가능한지는 직접 봐야 할듯 했다. 이제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는데 보일러가 시원찮을 경우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손을 봐야 했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너 공부 안하면 아저씨처럼 된다_1
너 공부 안하면 아저씨처럼 된다_1

남편이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 하면서 미리 읍내에서 보일러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작업 인부를 구하고, 토요일날 만나서 작업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남편은 회사 일 때문에 출근을 한 토요일, 내가 아침 일찍 아이들을 데리고 두분 사시는 고향 집으로 갔다.

보일러 수리를 하시는 분이 장비를 가지고 오셔서 오전 11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보일러를 먼저 살피고 물을 통과시켜 보고 보일러를 가동까지 해 가면서 손을 본지 두시간만에 거의 다 수리가 끝났다. 
일을 무사히 마무리하신 뒤에 주스 한잔 권해 드리며 작업 비용을 드리자 고맙다시며 받으셨는데 순간 옆에서 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우리 아이를 쓱 보더니 대뜸 한말씀 하셨다.

"초등학생이냐? 너 참 똘방똘방 하게 생겼구나. 공부도 잘할것 같네. 공부 열심히 혀라. 그거 게을리 하면 나처럼 된다."
순간 아저씨의 "나처럼 된다"는 말씀에 "보일로 고치시는 일이 뭐가 어때서요? 전문가이신데요"라며 서로 웃고 말았다.

아저씨가 가신 후 잠시나마 내 자식에게 이렇게 '산 교육'을 시켜주신 일에 대해 혼자 웃음도 나오고 재미도 있으신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권하는 방식은 참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내용은 사실상 '협박'에 가깝다. 그 협박은 대개 "너 공부 못하면…"으로 시작하고 다음엔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어 대학 못간다, 취직 못한다, 결혼 못한다, 무시당한다, 친구도 없다면서 겁을 주는 식이다. 이럴 때 노숙자라도 옆에 있으면 한마디로 '딱'이다.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바로 그거였다. 공부와 연관되게, 그리고 아이들이 완전히 성장할때까지 우리 입에서 떼어놓지 않는 그런 식이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 하면서 공부 말고 다른건 얼마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공부 외에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예를 들어 아이가 몇반인지, 아이 친구는 몇이나 되는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는 무엇인지, 아이의 생일은 언제인지 같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사소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직업이 학생인 아이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들이다.

특히 부모나 교사가 알아두고 기억해 두고 있을 경우 "내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시구나"라고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그런것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전에 TV에서 한 젊은 남자가 외국산 애완견을 안고 나와 자랑을 했다. 자기 말을 잘 듣고 눈치가 빠르며, 얼마 전 새끼 두 마리를 건강하게 낳았다는 것이다. 애완견을 좋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는 심지어 두 마리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히 기억했다.

그러자 진행을 하던 여자 아나운서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선생님 가정에 자녀가 몇이십니까?" 남자가 둘이라고 대답하자 아나운서가 "그럼 자녀 두 분의 생년월일도 정확히 아시겠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미안한 듯 조그만 목소리로 "사실 두 아이의 생일은 정확히 모릅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나는 이 남자의 대답을 들으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과연 이 남자분에게 자기 아이들은 어떤 존재일까. 
물론 그거 하나만으로 이 남자분의 부모의 자격을 논할수는 없으나 기르는 강아지의 생일과 시간까지 알면서 자녀의 생일을 모를 정도라면 그건 정말 문제 아닐까.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집에 돌아가 공부만 강요한다면 정말 심각한 부모가 맞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부모의 자격을 아주 차원 높게 설명할수는 없으나 우리 부모들이 정말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법 하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