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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좀 영어를 배웠으면
2012-11-03 09:28:51최종 업데이트 : 2012-11-03 09:28:51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첫마디가 "엄마, 영어는 왜 배우는 거야?"였다. 그 말속에는 "영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영어가 싫어서"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굳이 영어의 필요성을 얼마나 설명해야 할까 싶기도 했지만 그냥 무작정 "그래도 열심히 해라"라고만 말하자니 씨알이도 안먹힐것 같아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이가 "그럼 영어 하고싶은 사람만 하면 안돼? 나는 나중에 영어 안쓰는 일 하면 되잖아"라며 볼멘 소리를 했다.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좀 영어를 배웠으면_1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좀 영어를 배웠으면_1

참, 내. 이걸 또 얼마나 설명해야 알아들을까 싶어 한참을 더 설명하며 납득을 시키려 애를 썼다. 그제서야 조금은 이해를 하는듯 하면서 물러서는 아이.
영어가 어려운가? 갑자기 왜 저러지 싶어 물었더니 단어를 외워가지 않아 꾸중을 들었다고 했다. 녀석도 참!

하기사, 우리 나이때는 중학교때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건 아니었다. 그 당시에 영어를 배운 학부모들은 '새마을 발음'으로 배웠기에 나이 들어서는 도통 써먹을수가 없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아이들에게 집에서 영어를 좀 가르쳐 주고 싶어도 알량한 문법 조금 말고는 전혀 쓸모가 없으니. 

사실 학원과 학교에서 원어민과 대화하고, 또 원어민이 말하는 CD를 들으며 영어를 배운 아이들한테 구닥다리 영어로 발음하니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하는건 당연지사다. 
정말이지 우리의 영어가 짧은 이유는 실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배운게 아니라 입시용 문법만 목숨걸고 했으니 굳이 따지자면 지금 영어 못하는게 꼭 내잘못만은 아닌듯 하다.

그 때문에 벌어진 안타까운 에피소드가 있었다. 
작년 여름 방학때 아이들 둘을 학원에서 보내는 호주의 영어캠프에 보냈었다. 한달간 아이들을 떼어 놓은후 귀국할때쯤 돼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호주 구경도 좀 할 요량으로 그곳으로 날아갔다. 

알량한 영어실력 믿고 간 것이었는데 첫날부터 호주 사람들이 그 큰 눈을 깜빡거리며 "당신 지금 무슨 말 하는거야?"라고 되묻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일때마다 정말이지 "이놈의 영어는 왜 이렇게 안되지?"하는 마음 뿐이었다. 
어떨때는 나름대로 혀를 많이 굴렸다가 엉뚱한 발음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 어떤때는 아주 딱딱하고 건조하게 해서 상대방이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식당에서 일이 터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간단한 햄버거를 주문하게 됐는데  나도 옆에 호주인이 먹고 있는 색다른걸 먹고 싶기는 했지만 막상 그걸 시키자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주문대 앞에 가서는 그냥 "number 3, please..." 그냥 이렇게 하면서 더 이상 내게 아무말 물어보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며 햄버거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이 눈치없는(?) 직원은 우리로 치자면 경상도 사람들 말의 속도로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속사포처럼 되물었다. 
 'Here or to go?', 'Large or small?', 'You want cheese in it?', 'You want sandwich only? Or meal?

이 말은 당시에 모두 내가 알아들은게 아니다. 나중에 햄버거라는 음식의 특징과 식당에서 주문하는 방식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그 직원이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라고서 추측으로 정리해 본 것이다. 
하여튼 전혀 알아듣지 못할 영어로 하는 그놈의 말은 어찌나 빠르던지.

그가 말하는걸 머릿속에 넣어서 버무리며 "주어+동사? 명령어+목적어?"식으로 마구 해석하느라 골머리를 썩다가 그냥 대충 "OK"로 마무리 해서 한끼 식사를 해결 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갑자기 "나 양파튀김 먹고 싶어"라는게 아닌가. 아이 앞에서 영어 못한다고는 할수 없어서 "알았다"며 나는 주문대로 가서 자신있게 "onion ring(어니언 링) please"를 외쳤다. 

어? 그런데 이 직원이 이번엔 군소리가 없었다. '그럼 그렇지, 이제야 좀 내 영어가 통하는구나' 하며 약간 자신감이 붙는 느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잠시후 음식을 받았는데 내가 시켰던 양파링은 보이지도 않고 햄버거 속에 양파만 잔뜩 들어간 햄버거가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직원이 내 말을 어니언 링(onion ring)으로 알아 들은게 아니라 어니온리(onion only)로 알아 들은 것이었다.  
그날 나는  아이의 실망스런 표정에 어찌 말도 못하고 햄버거 값이 아까워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 햄버거를 다 먹어야만 했다. 
우리 아이들은 제발 제대로 좀 영어를 배웠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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