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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손주 고추 따먹는 시늉은 성폭력인데
성기를 형상화한 욕설은 언제까지 그냥 두나?
2012-11-03 10:50:01최종 업데이트 : 2012-11-03 10:50: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자

이미 고전이 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이민도 가고 하던 60년대 70년대에 일어난 일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법규나 풍토도 모른채 한국식 문화만을 알고 있던 노인네들이 그곳에서 미국 어린이들이 고추를 내놓고 놀거나, 혹은 길거리에서 노는 예쁘장한 어린이를 보면서 그 아이에게 예쁘다며 머리를 싸듬은 후 곧장 고추를 만지는 일이 있었다. 고추를 만지기만 한게 아니라 고추 만진 손을 입에다가 갖다 대고는 "흡, 쩝쩝" 하면서 그걸 따서 먹는 시늉까지 했다.

물론 그게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일반적인 손주 사랑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본 한국인들의 그런 행동은 실로 충격적인 범죄였다. 즉시 경찰에 끌려가고, 나중에 상황설명을 하느라 혼쭐이 났다는 일화는 당시에 아주 흔하게 나온 이야기라 한다.

미국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아닌 에피소드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면서  그후 우리나라도 이제는 문화가 바뀌어 연세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의 고추를 따 먹는 제스처 같은건 사라지게 되었는데 과도기랄까 하는 시점에는 또 다른 뉴스거리가 나왔다.

좀 세련된 신식 며느리가 결혼 초기에 아직도 여전히 그런 문화가 남아있을 시아버지에게 "아버님, 손자 고추 따 잡수지 마세요. 엄밀하게 따지면 성폭행이에요…" 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일이기는 했지만 그 역시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는 대목이 아닐수 없었다.

아들 선호시대에 그야말로 손자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 앙징스러운 고추를 손으로 따는 시늉으로 입에 넣어주는 것이 까무러치도록 행복하고 즐거워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은 곧잘 그것을 원했다.
조부모의 아기 손자에게의 그 행위는 바로 순수한 사랑 덩어리 그 자체이지만,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면박 주는 것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손주를 앞에 놓고 그런 행동을 하시는 시아버지를 보기가 힘들다.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의 그런 사랑 표현도 이제는 사라져간 지금 의식은 선진화, 첨예화되어 가면서도 변하지 않은게 있다면 그건 바로 거친 언어습관, 즉 욕설 아닐까 생각한다. 

어른이 아기의 성기를 만지는 것은 성폭행에 속하면서도, 성행위를 일컫는 욕설은 엄청나게 많이 쓰는데도, 그 또한 언어적 성폭력인데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아노으니 모순이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사춘기의 청소년에서 청년들, 그리고 30·40·50대의 외형으로 점잖아 보이는 어른들까지 '어이 X할, X할 새끼, X새끼 또는 *같은, *같은 새끼, *나게 등 성행위와 성기를 칭하는 말로 거침없이 자기 감정을 드러낸다.

할아버지가 손주 고추 따먹는 시늉은 성폭력인데_1
할아버지가 손주 고추 따먹는 시늉은 성폭력인데_1

돌이켜보면, 성적 언어폭력이 너무나 범람하고 있는데 우리는 말로만 걱정할뿐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학생들만의 일인가. 대학교수도, 국회의원도, 감정이 오르면 그 소리가 튀어나오고 옷 잘 입고 잘생긴 꽃미남도, 운전하는 친인척도 너나 할 것 없이 내뱉는 욕설이다.

마치 국민적 욕설처럼 보편화되어 버린 그 욕지거리를 듣노라면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상식을 넘어서지 않는 조용한 행동에 부드럽고 교양 있는 말씨는 신뢰감을 불러일으켜 상대방의 존경심을 유발시켜 주지만, 반대의 경우는 민망스럽기가 그지없다. 

때 묻지 않은 새싹의 아기나 어린 손자들 앞에서 고추 따먹는 사랑 표현도 이제는 사라진것처럼 우리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거침없이 쏟아내는 성적 욕설이나 '개새끼' '소새끼' 등 동물을 비유한 언어도 이제는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의 입의 정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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