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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승강장이 싫어졌다
모두가 어린 시절에 배운대로만 살았으면 하는 마음
2012-11-04 09:37:57최종 업데이트 : 2012-11-04 09:37:57 작성자 : 시민기자   유남규

사람 구경을 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 구경의 의미는 간단하다. 서로들 분주하게 사는 모습, 즉 자기 일 자기 과제 자기 목표 자기 약속들을 위해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고 쉬기도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곳은 시장이 아닐까 싶다. 재래시장에 가면 그런 맛을 제법 느낄수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에는 거기까지 찾아가야 하므로 그보다 훨씬 쉽고 간단한 방법이 바로 버스 승강장이다. 

그래서 나도 가끔 우울하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시내버스 승강장 의자에 앉아 버스를 타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한동안 사람들을 본다.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사람, 어딘가로부터 도착한 사람,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헤어지는 사람들. 사람들의 표정, 옷 입는 방식, 서 있는 모습, 걸어가는 모습 등을 보며 그 사람들의 사연도 생각하게 되고 나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다. 

버스 승강장이 싫어졌다_1
버스 승강장이 싫어졌다_1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버스 승강장이 싫어졌다. 그것은 버스 승강장 주위에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캔들이며, 종이컵, 담배꽁초들, 각종 전단지, 과자 비닐봉지들이 나뒹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승강장 안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마저 있다.
시내버스 승강장은 완전 밀폐된 곳은 아니다. 사방이 뚫려있고 단지 지붕과 간단한 외벽, 그리고 의자만 있어서 사실상 건물 밖이라는 느낌이 더 크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시내버스 승강장 구조물 내에서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되는데 적잖은 사람들이 거기서 뻑뻑 담배를 피워댄다. 너무나 짜증이 나지만 봉변을 당할까봐 담배를 꺼 달란다든가 혹은 싸울수도 없다. 그냥 내가 피해야 한다.
또한 승강장 내부가 금연이다 보니 그래도 양심있는 사람은 그 밖에서 담배를 피우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안에서 피우나 밖에서 피우나 똑같다. 사방이 뚫려 있는 승강장이다보니 담배연기가 고스란히 승강장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번은 승강장 옆에 서서 유심히 지켜 보았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버리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 마시던 1회용 컵도, 피고 있던 담배꽁초들도 그들에겐 그저 귀찮은 쓰레기일 뿐인가 보다. 승강장 옆에 쓰레기통과 쓰레기봉투가 있지만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닥에 버렸다.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는데 그런 배짱은 어디서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궁금하고 신기했다.
만약 내가 어떤 쓰레기를 들고 있는데 계속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서 어딘가에 버리고 싶지만 마땅한 쓰레기 통이 없응 경우 아무도 안보는 으슥한 골목길이나 공터에다 슬쩍 버린다면 그런 것은 그나마 몰래 하는 행동이려니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승강장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그리고 주위에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눈치 전혀 보지 않고 바닥에 담배 꽁초니 캔이니 거침없이 버리는 사람들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차를 타고 가면서 봐도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사람도 참 많다. 버리는 사람도 그것을 보는 사람도 참 무심하다. 모두 다 아무렇지 않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이다. 

기초질서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초등학교 때 참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어쩌면 더불어 사는 법의 대부분은 그때 다 배운 것 같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횡단보도는 초록불일 때 건너야 하고,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좋은 해결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아주 기초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말만의 교육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는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어른들은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강요할 수는 없다. 

새벽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 항상 만나는 분이 있었다. 주홍빛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 아저씨다. 모두들 잠든 시간에, 남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묵묵히 치우시던 미화원 아저씨.
우리 모두 기본에 충실한다면, 우리 모두가 환경미화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 어린시절 배운 것을 되살려보고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모든 시민들이 어린 시절 배운대로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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