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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행복했던 가을 여행
2012-11-04 10:08:10최종 업데이트 : 2012-11-04 10:08:10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참으로 행복했던 가을 여행_1
참으로 행복했던 가을 여행_1

하루하루 생활에 쫓기다 변변한 가을 단풍구경 한번 가본적 없는 내가 어제는 작심하고 설악산에 간다는 이웃들을 따라 나서기로 했다. 더 늦어 눈 내리기 전에 가자는 친구의 전화에 의기투합하고 사과, 배, 귤을 주섬주섬 꺼내고 보온병에 따끈한 옥수수차도 끓여 붓고 채비를 마쳤다.

영동고속도로가 막힐거라는 우려 때문에 기왕이면 일찍 떠나자고 해서 아침 6시에 출발했다. 그래도 부지런을 떠는게 낫지, 단풍철 고속도로는 사실상 명절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막히기 때문에 도로 위에서 한나절 보낼수도 있어서 머리를 짜낸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6시에 정확하게 출발을 했지만 우리만 부지런한게 아니었다. 그 시간에도 많은 차들이 이미 고속도로에 올라와 있었다.
어쨌거나 그보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산에 가기도 전에 지칠수도 있었을거라는 안도감을 내쉬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며 좌우를 보니 어떤 곳은 만산홍엽 완전한 만추의 절경을 보여주고 있었고, 또 어떤곳은 이미 단풍이 다 지고 낙엽으로 변해버린 곳도 있었다. 산세와 지형에 따라 곳곳의 가을 풍경이 다 달랐기에 보는 사람도 눈이 즐겁기만 했다.
오랜만에 그냥 차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 여행을 하는 마음 역시 소풍을 하루 앞둔 어릴적 소녀의 마음 같아서 설악까지 가는 내내 기분이 들떠 있었다.

남들이야 해마다 해외여행을 다니네 어쩌네 한다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은 이렇게 짬을 내어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우리 산과 바다를 둘러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 모두 역시 건강하시니 그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마음도 푸근하고 편했다.

4시간 가까이 달린 끝에 설악 입구에 다다라 보니 설악은 여태껏 우리에게 단풍을 남겨 두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실망하지 않았다. 조금 늦었기에 그럴거라는 예상은 하고 왔으니 큰 서운함 없이 설악산 봉정암 쪽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분주히 땀을 흘리며 걷고 도 걷고, 땀을 훔치며 산길을 걷는다. 꿈에 그리던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는 단풍이 다 떨어졌지만 백담사 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는 글도 남아 있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비를 맞으며 고즈넉이 걸어보는 설악의 계곡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가을 산을 마음껏 즐기며 많은 생각을 하며 원도 한도 없이 많이 걸었다. 
이윽고 하산 길. 백담사에서 만난 단풍은 나무에는 있지 않았지만 등산로와 그 주변에 수북히 쌓인 만산홍엽, 형형색색, 오만가지 예쁜 단풍들이 그야말로 물감을 바닥에 뿌려 놓은 모양새였다.
우리네 인생에 비교한다면 정말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것과 똑같았다. 

평지와 오르막이 번갈아 나타나며 등산길을 이리 저리 굽이치게 디자인한 듯한 경사가 등산에 초보인 우리에겐 안성맞춤이기도 하며, 계곡 아래로 펼쳐진 노랑, 빨강, 주홍, 초록의 나무들은 그 어느 수채화보다 아름다웠고 늦가을 정취에 흠뻑 젖게 했다.
산 중턱에서 김밥을 먹고 사과 한 쪽씩 나눠 먹고 차 한잔을 마시니 이게 곧 신선놀음이 아닌가?

그런데 문득,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우리를 반기는 단풍을 보며 나이가 들면서부터 쓸쓸함이 묻어 있는 슬픈 가을보다 연둣 빛 새싹이 쏘옥 얼굴을 내밀고 시골집 얕은 산등성이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 봄이 더 좋을것 같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봤다. 훗, 욕심도 과하지...
속세에 찌든 중생의 눈으로 보면 자비로움을 깨달을 수 있으랴 마는 느릿느릿 넘어가는 구름 너머로 보잘 것 없는 한줌 티끌 같은 우리 인생 아닐까?

가족 같은 이웃들과 함께한 여행으로 느긋함과 마음 편한 휴식의 기분을 느끼다 보니 준비해온 간식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정말 내 인생이 죽는 날까지 이렇게 마음도 배부르고 안온한 기분만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제 올해도 두달밖에 안남았다. 내년에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같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또 다시 내년 이맘때 이런 기분을 맛보며 가을 단풍구경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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