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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며 어머님의 노고를 알았어요
2013-11-24 23:19:24최종 업데이트 : 2013-11-24 23:19:2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사람들마다 요즘 인사가 "김장은 했나요?"하는 말들이다. 사실 해마다 다가오는 김장철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던 것은 시골에 계시는 시어머님께서 늘 김장을 해서 보내주셨고 때마다 감사하다는 전화를 드리는 것으로 편안하게 김장김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어머님께서 편찮으셔서 병원신세를 자주 졌을 뿐 더러 지금도 허리에 보호대를 하고 조심조심 지내야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올해 김장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어찌할까 생각을 하다가 이번기회에 시골에 내려가서 김장하는 법도 배우고 김장도 담가보기로 했다. 어머님께서 하나하나 알려주시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김장하며 어머님의 노고를 알았어요_1
김장배추 절이기

김장하며 어머님의 노고를 알았어요_2
절인 배추를 씻어 물기 빼기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귤 한 상자와 보쌈용 돼지고기를 사가지고 갔다.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인사를 하고난 다음 바로 김장김치 준비에 돌입했다. 배추를 마당으로 옮겨와서 배추를 쪼개고 커다란 통을 준비해서 소금물을 만들어 쪼갠 배추를 담갔다가 빼내어 또 다른 통에 나란히 담고 그 위에 소금을 훌훌 뿌려댄다.
이렇게 몇 번 하다 보니 허리가 제대로 펴지지가 않고 '아이고'소리가 절로난다. 지금부터가 시작인데 벌써부터 힘들어하다니...

매년 자식들 김장김치를 하느라 정말 힘들었을 어머님의 노고가 내 몸을 움직여 보고나서야 실감이 되어졌다는 사실에 부끄럽기 그지없다. 김장때마다 생색 한번 내지 않고 매번 하시는 말씀이 "이웃과 품앗이를 해서 그리 힘들지 않았으니 걱정 말아라"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어 버렸던 것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자 다시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웃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셔서 같이 거들어 주셨다. 일을 얼마나 빨리 척척 하던지 전문가가 따로 없어 보였다. 존경심이 불끈 불끈 솟아나면서 언제쯤 되어야 저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도와주신 분 덕분에 배추 절이기는 끝이 났고 홀가분하게 저녁을 맛있게 해서 어머님과 함께 식사를 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나서 또다시 일거리가 주어졌다. 바로 김장김치 속을 준비하는 것이다. 무를 잘 씻어서 채를 치고 갓과 쪽파 대파를 까고 손질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찹쌀로 풀을 쑤고 하다 보니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다. 김치 한 번 담그기까지 이렇게 일이 많을 줄이야.

김장하며 어머님의 노고를 알았어요_3
배추에 양념 버무리기

김장하며 어머님의 노고를 알았어요_4
김장김치 완성

다음날 속을 만들고 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고맙게도 이웃에서 두 분이 오셔서 속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시고 절여진 배추를 씻는 것도 도와주셨다.
다 준비가 되어 속살이 노란 배추와 잘 배합된 양념소를 보니 든든하고 뿌듯한 이 기분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이제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일은 척척 해낸다. 이까짓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세도 등등하다.

노란 배추 속을 따서 양념을 발라 입에 넣어 먹어보니 맵콤하고 달콤하면서 짭짤한 것이 정말 맛있었다.
어머님께서 보쌈용으로 사온 돼지고기를 삶아 가지고 내오셨다. 도와주신 이웃과 지나다가 김장 하는 것을 보고 오신 이웃 아저씨들과 함께 갓 버무린 김치와 고기를 함께 먹으면서 오가는 이야기로 시끌시끌한 것이 시골에서 김장하는 분위기가 제대로 나는 것 같다.

올해 김장을 해보면서 어머님의 노고를 절실히 실감해볼 수가 있었다.
김장김치를 먹을 때마다 해마다 해주신 어머님의 수고와 사랑을 생각하면서 감사히 먹을 것이다. 사랑이 담긴 김장김치 만들기 힘들었지만 성공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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